판타지(white tiger)

소설, white tiger 19

듬직한 남자 2011. 11. 4.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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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사랑은 어린이들 미래입니다. 

 

 

 

그 시각 사직동 럭키아파트 5동 1017호 거실, 김성원과 그의 부인이 소파에 앉아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부부는 전화를 받은 뒤부터 통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세상에 이런 끔찍한 일이 자신들에게 일어날 것이라고는 꿈도 꿔본 적이 없었던 부부였다. 그랬으니 그 충격이 얼마나 컸을 지는 짐작이 되고도 남음이 있었다. 부부의 눈은 벌겋게 충혈이 되어 있었고, 얼굴도 많이 수척해 보였다.

 

김성원 51세다. 현재 K.R.S(korea semiconductor)라는 반도체회사 신소재 개발팀 연구실장이며, 부인 한미경과의 사이에 남매를 두고 있었다. 아들은 군에 입대하여 군복무 중이었고 딸인 김미애 21세는 부산대 2학년이다. 그런 딸이 농촌봉사활동을 간다고 나갔다가 의문의 사나이들에게 납치를 당한 것이었다.

 

따르릉, 따르...

“여보세요?”

전화벨이 울리자마자 김성원이 수화기를 집어 들었다.

 

‘실장님! 집에 계셨군요. 출근을 안 하셔서...’

“오 박사! 집에 일이, 일이 끝나는 대로 전화를 하지...”

 

수화기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기다리던 전화가 아니라 연구실 오영실 박사의 목소리였다.

김성원은 잔뜩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상대의 말을 잘랐다.

 

‘핸드폰도 꺼져 있던데, 별일 없으신 거지요?’

“일은 무슨, 좀 몸이 피곤해서, 그만 끊지,”

‘네, 그럼 푹 쉬세요.’

“알았네.”

김성원은 가까스로 마음을 진정시키곤 전화를 끊었다.

“......”

“여보! 무작정 기다릴 수도 없잖아요? 경찰에...”

“아직은, 일단 전화를 기다려 봅시다. 연락이 올 거요.”

“아이구, 미애야···”

“좀 침착할 수 없소! 애가 죽기라도 했소!”

“그럼 전화도 안 되는데, 어찌 알아요.”

“그만 합시다. 나도 죽을 지경이요.”

 

그동안 부부는 딸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했었다. 그러나 핸드폰은 배터리가 나갔는지 아예 연락이 두절되었다. 부부는 답답한 나머지 딸애의 친구들에게 조심스럽게 전화를 걸었었다. 하지만 함께 떠났던 친구의 얘기론 출발하기 전에 아는 분이라며 찾아와 데리고 갔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미애가 아직도 집에 안 갔냐고 오히려 반문을 해대는 바람에 변명하느라 애를 먹었었다. 그때부터 부부는 딸애가 정말로 납치를 당했구나, 하늘이 무너져 내렸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부부는 요즘 강력범들이 얼마나 악랄한지 언론을 통해 자주 들었었다. 특히 납치범들은 몸값을 받아 챙기고도 돌려보내지 않고 죽이는 사례가 많아졌다는 보도도 들었고, 아예 납치해 죽인 후에 몸값을 요구한 어린이 납치범에 대한 뉴스도 봤다. 그런 상황이었으니, 부부는 경찰에 신고할 엄두도 못 냈다.

 

시간은 12시를 가리켰다. 그때까지도 김성원 부부는 아침도 거른 채 전화기만 바라보며 전전긍긍이었다. 이를 지켜보던 가사도우미 아줌마가 미숫가루를 타와 억지로 마시긴 했지만 입이 바짝바짝 타들어 가는 것을 어쩌진 못했다.

 

따르릉, 따르...

천둥소리처럼 전화벨 소리가 크게 들렸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김 성원씨! 쓸데없는 짓거린 하지 않았겠지?’

 

싸늘한 목소리가 수화기를 통해 들려오자 김 성원은 진저리치듯 몸을 떨어댔다.

이를 지켜보던 부인의 안색이 사색이 되었다.

 

“이보시오. 우리 딸은 무사한 거요?”

‘묻는 말에 대답부터 해라! 엉뚱한 짓거릴 했다면 당신 딸은 죽은 목숨이다. 명심해라!’

“엉뚱한 짓이라니요. 회사도 나가지 않고 전화를 기다렸습니다. 그러니, 딸애를 바꿔주시오?”

‘좋다. 우선 딸 목소릴 들려주지, 아빠~ 저 미애·· 살...’

“미애야! 미애야!”

‘당신 딸은 잘 있다. 오늘밤 9시, 해운대 비취호텔로비로 와라! 그곳에 오면 다시 연락이 갈 것이다.’

“오늘 9시요. 누구를 찾아야...”

‘당신을 알고 있다. 그때 어떻게 할 것인지 얘기가 있을 것이다. 명심해라! 허튼 수작은 마라!’

“이보시오. 여보세요.”

 

전화는 이미 끊겼다.

김성원은 뭐가 뭔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래도 딸애의 목소릴 들었을 땐 딸이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뻤다. 하지만 왜, 자신에게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도통 감이 잡히질 않았다. 돈을 원한다면 돈 얘길 먼저 했을 것이었다. 헌데 만나자니, 왜...? 의문이었다.

 

‘놈이 왜 만나자고 했을까, 돈을 원했다면 돈 얘기부터 했을 텐데...’

김성원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생각했다.

 

“여보! 미애는 무사한 거지요. 여보!”

부인은 넋을 놓고 있는 남편을 흔들어댔다.

“미 미애는 무사하오.”

“그런데 만나다니요. 미애를 데려 온답디까?”

“우선 나부터 만나자는 구려, 어쩌겠소. 일단 만나는 봐야하지 않겠소!”

“저도 같이 가요.”

“당신은 나서지 않는 게... 그리고 당신, 절대 이 일을 입 밖에 내지 마시오. 알겠소! 만약에 일이 잘못되면 미애가 죽소!”

“알았어요. 그리고 여보! 돈을 달라면 전 재산을 털어서라도 다 주겠다고 하세요. 우리 미애가 죽으면 전 못 살아요. 아셨어요.”

 

부인의 입장에서는 울고불고 난리를 칠만도 했다. 그렇지만 부인은 침착하게 잘 견디고 있었다. 처음엔 경찰에 신고를 할까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워낙에 흉흉한 사건들이 많다보니, 잘못하면 영영 딸을 못 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두렵기만 했다. 아니 남편이 경찰에 신고를 하자고 했어도 나 죽기 전엔 그럴 수 없다고 말렸을 것이었다.

 

 

한편, 서면 롯데백화점 부근의 한 금은방에서 민혁이 나오고 있었다.

 

 

‘어쩔 수 없지, 몇 개라도 갖다가 팔아야지...’

“......”

 

민혁은 그동안 어머니가 주신 용돈으로 활동비를 충당했다. 항시 부족한 용돈이라 밖에 나와선 때가 되어도 자장면 한 그릇도 제대로 사 먹질 못했다. 특히 요즘 들어선 활동범위가 넓어졌고, 언제 어느 때 돈이 필요할지 예측하기가 어려웠다. 그래도 밤엔 교통비가 필요 없어서 다행이긴 했다. 하지만 낮엔 그게 아니었다. 교통비만도 만만치가 않았다. 민혁은 생각다 못해 금괴를 팔아서 활동비로 쓸 요량으로 금값을 물어보고 나오는 길이었다.

 

민혁으로선 금괴를 팔아서 활동비로 충당한다는 것이 마음 내키는 일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활동비 충당을 위해선 부득이 결정을 내려야했고, 어쩔 수 없이 내린 결정이었다.

 

거리의 오후는 인파들로 북적거린다. 민혁은 인파들 속에 파묻혀 천천히 걸었다. 각양각색의 사람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보기에는 무척 바쁜 사람들처럼 보였다. 하지만 민혁의 눈엔 일상에 쫓겨 허둥대는 모습으로 비쳐졌다. 일에 노예가 된 것처럼 불쌍하게 보이기도 했다.

 

‘무엇이 그리 바쁜지, 일에 노예가 된 것도 아니데, 쫓기는 사람들처럼 보이네. 아니, 저자는...?’

별안간 민혁의 눈에 이채가 발해졌다.

 

롯데백화점 입구로 한 청년이 급히 걸어가고 있었다. 청년은 입구 옆에 서 있는 한 아가씨에게 다가가 반갑게 말을 걸었다. 약간 뚱뚱해 보이는 아가씨였고 기다리다 지쳤는지 통통한 얼굴엔 짜증이 가득했다. 아가씨는 청년이 나타나자 입을 삐죽이며 눈을 흘겼다.

 

“오래 기다렸지,”

“왜 이렇게 늦었어,”

“미안, 미안해. 급한 일이 생겨서 곧 가봐야...”

“선물도 안 사주고, 오자마자 갈려고...”

“사무실에서 호출이 와서 말이야, 미안하지만 파티는 다음에 하고 선물은 자기가 맘에 드는 걸로 사면 안 될까, 아니면 나중에 다시 오던지...”

“어쩔 수 없지, 그 대신 선물은 내 맘에 드는 걸로 산다.”

“자 이거면 되겠지...”

“......”

 

아가씨는 청년이 건네는 수표를 받아들곤 언제 눈을 흘겼냐는 듯 코맹맹이 소리에 눈웃음까지 쳐댔다.

청년은 바로 마도식의 수하였고 2년 전 민혁을 구타했던 세 청년 중 한 청년이었다.

청년의 이름은 김충식으로 28세였다.

 

‘새끼, 여자는 복스럽게 생겼네, 그런데 뭐야, 여자 친구 생일도 챙기지 못할 정도로 급한 일이라면, 뭐, 사무실에서 호출이 왔다. 그렇다면...’

민혁의 귀가 연방 쫑긋거렸다.

 

민혁은 10미터쯤 떨어진 곳에서 그들의 얘기를 다 듣고 있었다. 그들의 얘기소리는 주위가 시끄럽기도 했지만 일반 사람들은 들을 수도 없는 얘기소리였다. 하지만 민혁에겐 시끄러운 속에서도 얘기를 가려들을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그것은 암동생활 이후 오감(五感)이 특출하게 발달한 때문이었다. 거기에 한 가지 더 육감까지 발달한 상태라 피부로 느끼는 감각도 뛰어났다.

 

청년은 아가씨와 헤어져 주차장 쪽으로 향했다.

민혁은 거리를 유지한 채 청년을 따라갔다.

그때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승용차가 다가왔고, 청년이 차에 오르자 이내 승용차는 멀어졌다.

 

‘분명 사무실로 가겠지, 제길, 지하철을 탈수밖에...’

민혁은 빠른 걸음으로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대일빌딩 17층,

엘리베이터를 내리자 맞은편엔 화장실이었고 사무실로 통하는 복도는 문이 닫힌 상태였다.

문 앞엔 건장한 청년들 세 명이 지키고 있었다.

보기에도 힘깨나 쓸 청년들이었다.

 

‘새끼들, 여기서도 지키네. 이를 어쩌지...’

민혁은 엘리베이터를 내리며 두리번거렸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한 청년이 만혁을 아래위로 훑어보며 다가왔다.

“예, 잘못 올라온 것 같습니다.”

“뭐라! 정신을 어디다 팔고 다~닙니까?”

청년은 언성을 높이려다 누그러진 목소리로 말했다.

“이왕 올라왔는데 화장실 좀...”

 

민혁이 허리춤을 만지며 화장실로 향하자 청년이 인상을 쓰긴 했지만 제지하진 않았다. 민혁은 큰 것을 볼 것처럼 혁대를 풀며 화장실로 들어섰다. 그때 누굴 기다리는지 문 옆에 서 있던 청년과 마주쳤다. 바로 롯데백화점 앞에서 본 청년인 김충식이었다.

 

화장실은 크고 깨끗했으며 사람이 없는 지 조용했다. 민혁은 안을 살피며 창가로 다가갔다. 내다보니 건너편 빌딩이 보일 뿐 어떤 행동을 취할 그런 곳은 못 되었다. 그때 문밖에서 기척이 들렸고, 민혁은 잽싸게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제길, 이게 무슨 짓인지, 혹시나 했더니, 그게 아니잖아...’

 

민혁은 뭔가 큰 문제가 발생할 것 같은 느낌을 받았고, 마도식이 사건을 벌인다면 그 실마리라도 건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현 상황은 실마리는커녕 마도식 부하들과 시비가 붙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었다. 어쨌든 사무실 앞에서까지 놈들이 지킬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종구야, 넌 좋겠다.”

“좋긴, 그림에 떡이지...”

“계집애가 대학생이라는데 정말 예쁘다고 하더라!”

“그런데 말이야, 그 계집애는 왜 납치했을까...?”

“그건 나도 모르지...”

“일단 안가(安家)에 가면 알게 되겠지...”

 

두 청년이 소변을 보며 쑥덕거리곤 이내 밖으로 나갔다. 민혁은 귀를 곤두세워 그들의 얘기를 다 들었고, 그들을 쫓아 나오며 청년들의 얼굴을 살폈다. 그리곤 곧바로 엘리베이터로 걸어가며 문지기 청년들에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

 

“야! 같이 내려가자. 종구야, 빨리 가자!”

 

민혁이 엘리베이터를 타려는데 김충식이 불러 세웠다.

 

김충식과 화장실에서 쑥덕거렸던 종구란 청년이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민혁은 1층을 눌렀고 김충식은 민혁을 날카롭게 쓸어보곤 B2버튼을 눌렀다.

그들은 주차장으로 직행할 모양이었다.

 

“충식아, 예쁘다며 그런데 안가는 어디..?”

“가보면 알걸 뭘 물어...”

충식은 민혁을 의식해서인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새끼 참...”

“자식, 국제오피스텔이다. 다른 얘긴 가면서 얘기하자.”

“그럼 며칠은 꼼짝도 못하겠다. 그지...”

“오늘이 순영이 생일인데...”

“그랬구나, 어쩌겠냐? 나중에 챙기면...”

 

두 청년은 뭐라고 쑥덕거리더니 엘리베이터가 일층에 멈출 때까지 무게만 잡고 있었다.

민혁은 내내 고개를 숙인 채 딴전만 피다가 담담히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분명 여대생을 납치를 했다는 얘긴데, 마도식이 시킨 일이라면 보통 일이 아니다. 이를 어쩌지, 그런데 안가라면 그런 안가...?’

민혁은 빠른 걸음으로 현관으로 향했다.

 

“일은 잘 봤는가?”

일전에 봤던 경비가 민혁을 알아보고 손을 들어 보였다.

“예, 수고하세요.”

민혁도 손을 들어 보이며 현관을 나섰다.

 

‘국제오피스텔이라, 어디에 있는 건물이지? 어...’

주차장 입구로 걸어가던 민혁은 주차장을 빠져나와 차도로 들어서는 승용차를 멍하게 바라봤다.

 

‘이거 무슨 수를 내던지 해야지, 운전을 배울까, 그럼 차를 사야 하잖아, 일단 경찰에 신고부터, 그래 그 여검사님이 있었지...’

민혁은 불현듯 떠오른 정영란 검사에게 연락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서면 사건 이후 민혁은 정영란 검사에 대해 많이 놀랐었다. 우선 위험을 무릅쓰고 일선에 나선 젊은 여검사가 대단해 보였고 얼마나 똑똑했으면 어렵다는 사법고시에 합격했는지, 그것도 판사가 아닌 검사가 됐는지, 정영란이란 여검사를 다시 보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앞으로 도움을 주고받는 사이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럴만한 사건도 없었고 구태여 자신을 내보일 처지가 아니라 연락도 안한 상태였다. 그렇지만 자신을 내보이지 않더라도 도움을 주고받을 수는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에 미치자 일단 정영란에게 연락하기로 마음을 정한 것이다.

 

 

한편, 문현동 삼성아파트 3동 701호 거실, 베란다 쪽으로 난 이중창엔 하늘색커튼이 좌우로 예쁘게 걷혀있었다. 그리고 창가에 놓인 작은 탁자 앞엔 역시 하늘색잠옷 차림의 여인이 다리를 꼬고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다. 살짝 드러난 우윳빛 허벅지가 선정적이었다. 여인은 검사 정영란이었다.

 

영란은 정오가 넘어서야 뒤척뒤척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곤 귀찮았지만 잠옷 바람으로 간단하게 아침 겸 점심을 먹었다. 원래 아침을 거르는 편이라 점심은 꼭 챙겨먹는 버릇이 있었다. 그래서 그랬는지 영란은 더 뒹굴고 싶은 침대를 빠져나와 점심을 먹었고 대충 세수를 했다. 그리곤 복잡한 생각을 떨쳐버리기 위해 음악을 들었다. 그렇지만 사건들로 얽힌 머릿속은 개운하지가 않았고 무료하긴 마찬가지였다. 영란은 텔레비전도 켰다가 책도 봤다가 처녀 히스테리 부리듯 거실을 누볐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던 영란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 커피를 끓였다. 그리곤 탁자 앞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사색에 잠기듯 창밖을 내다보고 있는 중이었다. 40평이 넘는 집에 혼자 살다보니 외롭기도 했을 터... 특히 여검사란 직책이 영란을 더 고독하게 만들었을 것이었다.

 

“내일은 개구쟁이와 쌍둥이를 만나볼까...”

혼잣소리로 중얼거릴 때 맑은 종소리가 은은히 들려왔다.

 

땡그랑-땡그랑-땡그랑-

 

“누구지...?”

영란은 기지개를 켜듯 팔을 쭉 뻗어 올리며 침실로 향했다.

핸드폰을 침실에 두고 나온 때문이었다.

 

땡그랑-땡그랑-땡그랑-

 

아담하게 꾸며진 침실,

침대 옆에 놓인 핸드폰에서 종소리는 흘러나오고 있었다.

 

“정 영란입니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서면에서 만났던 사람입니다.’

“네 누구요?”

‘살인범인지, 누군지 잡았던...’

“아네, 그렇지 않아도 전화 기다렸어요. 지금 어디예요?”

영란은 자신도 모르게 흥분되고 있었다.

‘우선 내 얘기부터 들으십시오. 심상치 않은 납치사건이 벌어졌습니다. 경찰에 연락을 하려다 검사님께 먼저 연락을 드리는 겁니다.’

“여보세요. 납치사건이라니요. 자세히...”

“.......”

“네, 네, 국제오피스텔은 초량동... 네, 네, 알았어요. 그런데 여보세요. 그냥 전화를 끊으면 어떻게 해...”

영란은 핸드폰을 귀에 댄 채 잠시 멍하니 있었다.

 

민혁의 전화를 받는 순간, 정 영란은 낯선 목소리에 놀라긴 했었다. 그러나 자신을 구해준 청년이라 무엇보다도 반가움이 앞섰다. 하지만 제대로 내색도 못한 채 납치사건에 대한 얘기를 들어야했다. 청년의 얘기를 믿어야 하는 것인지 의문도 들었다. 하지만 이내 진실로 받아드렸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영란은 잠옷을 훌훌 벗어 던지곤 나갈 차비를 했다.

 

 

^(^,

무관심은 마음을 병들게 한다.

 

야생화(바람개비 괭이밥)

 

^(^,

자연사랑은

어린이들 미래이자 희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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