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white tiger)

소설, white tiger 20

듬직한 남자 2011. 11. 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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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사랑은 어린이들 미래입니다. 

 

 

 

부웅~ 부웅~~

 

어둠이 깔린 해운대백사장,

출렁거리는 파도에 간지럼을 타는지 파도가 출렁거릴 때마다 백사장이 몸을 뒤튼다.

멀리 화물선이 지나가는가, 짭짜름한 바닷바람을 타고 뱃고동소리가 들려왔다.

 

시간은 밤 8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해운대 비취호텔로비, 한 중년사나이가 서성거리고 있었다.

약속한 시간보다 일찍 도착한 김 성원이었다.

얼굴엔 불안과 긴장감이 어려 있었고, 서성거리는 발걸음도 뭐 마려운 강아지처럼 불안해 보였다.

 

‘도대체 누굴까? 왜 내게 이런 일이, 돈 때문에...’

 

김 성원은 들락거리는 사람들을 흘끔흘끔 살피면서도 남들이 이상하게 생각할 까봐 마음을 안정시키려 무던히 애를 썼다. 그러나 피를 말리는 불안함은 얼굴에 그대로 드러났다. 긴장한 표정도 표정이지만 창백해 보이는 얼굴은 누가 봐도 아픈 사람이거나 무엇에 쫓기는 사람처럼 보였다.

 

‘미애야, 별일은 없는 게냐? 죽일 놈, 능지처참할 놈, 무슨 할 짓이 없어서 내 딸을 납칠 해, 시간은 왜 이리 안가...’

김 성원은 시계를 자꾸 들여다보며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을 흘끔거렸다.

한 번씩 건장한 청년이나 인상이 험악한 사나이가 지나치면 흠칫흠칫 놀라기도 했다.

혹시 이 사람인가 하는 생각에 오금까지 저렸다.

 

띠리리, 띠리리...

헉-

핸드폰 소리에 흠칫 놀란 김성원이 급하게 바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여보세요?”

‘지금 당신을 지켜보고 있소. 전화는 끊지 말고 지시에 따르시오. 조용히 로비를 나와 백사장으로 걸어오시오.’

싸늘한 목소리가 고막을 때렸다.

 

김성원은 감히 좌우를 살필 엄두도 못 낸 채 로비를 나섰다. 걸음을 떼어놓는 것도 건성으로 떼어놓고 있었다. 힘이 쭉 빠져나간 다리엔 맥도 없었고 숨소리도 거칠어졌다. 그래도 김성원은 딸을 생각하며 백사장으로 내려섰다. 백사장엔 10여 명의 남녀학생들이 노랠 부르며 놀고 있었고 연인으로 보이는 남녀들이 가을바다의 정취를 만끽하며 거닐고 있었다.

 

‘계속 걸으시오. 자연스럽게 말이오. 아주 잘하고 있소. 앞을 보시오. 혼자 서 있는 사람이 보일 것이오. 그 사람을 만나시오. 절대 허튼 수작이나 이상한 행동을 보인다면 그땐, 당신 딸은 그 즉시 죽는 다는 것을 명심하시오.’

“여보세요? 내 딸 미애...”

‘묻는 말에만 대답하라! 너까지 죽고 싶으냐?’

“아, 그게 아니라...”

‘좋다. 그 분을 만나 지시에 따르도록... 전화를 끊어라!’

 

김성원은 감히 주위를 살피지도 못한 채 지시에 따라 움직였다. 대략 20미터 어둠에 동화된 듯 우뚝 서서 출렁거리는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사나이가 있었다. 보기에도 빈틈이 없을 것 같은 당당한 뒷모습이 숨을 막히게 했다. 거리는 10미터로 좁혀졌고, 김성원은 천천히 사나이에게 다가갔다.

 

“멈추시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사나이가 묵직하게 말했다.

“무슨 일로 딸을 납치한 것입니까?”

용기를 낸 김성원이 사나이 2미터 뒤에 멈추며 반문했다.

“당신은 질문할 처지가 아닐 텐데, 묻는 말에 솔직히 대답을 해야 할 것이오. 일단 몇 가지만 묻겠소?”

“물으십시오.”

“당신의 이름은 김 성원, K.R.S(korea semiconductor)의 연구실장, 부인 한 미경, 남매를 뒀으며 딸은 김 미애, 21세로서 부산대 2학년에 재학 중이고, 아들은 군대에 복무 중이지요?”

 

‘으- 신상에 대해 꿰고 있다니, 뭐 하는 작잘까...?’

성원은 사나이의 질문에 소름이 끼쳤고 두렵기까지 했다.

 

“예, 맞습니다. 헌데...?”

“좋소! 김 성원씨 당신에게 기회를 드리겠소. 내 조건에 따라 준다면 당신 딸이 무사함은 물론, 당신에게도 큰 득이 될 것이오.”

“그래 그것이 무엇입니까?”

 

김성원은 전자공학박사로서 나노기술을 응용해 최첨단 메모리칩을 개발 중에 있었다. 현재 K.R.S의 연구팀과 함께 90%의 성과를 올리고 있었고, 곧 세계 최초로 영상을 담을 수 있는 최첨단 메모리칩이 개발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가 또다시 세계에서 첫째가는 IT산업의 선두주자임을 과시하게 될 것이었다.

 

회사명을 따서 K.R.S라 명명한 메모리칩은 손톱 크기에 반영구적으로 개발되었다. 또한 엄청난 용량을 영상과 함께 저장할 수 있게 개발된 메모리칩이라 그 성과는 대단한 것이었다. 그리고 K.R.S 메모리칩은 다용도로 사용이 가능해 각종 첨단 기기에도 활용될 것이다. 아직 공공연하게 발표된 것은 없었지만 메모리칩이 생산 단계에 이른다면 한해에 수백억 불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추정하고 있었다.

 

 

한편 그 시각,

민혁은 국제오피스텔 3층에 있는 휴게실 겸 편의점 앞에 와 있었다. 국제오피스텔은 지하 5층 지상 25층 건물로서 각종 부대시설이 갖춰진 고급 오피스텔이었다. 크고 작은 사무실만 400여 개에 달했다. 그리고 엘리베이터는 편의점 맞은편 PC방 우측에 위치해 있었고, 그 옆이 비상구인 계단이었다. 그 외에 복도를 따라 커피전문점 등이 있었다.

 

“히야, 엄청나군. 이런데서 놈들을 어떻게 찾지, 정영란 검사도 조사를 하긴 하겠지...”

 

민혁은 정영란에게 전화를 건 뒤, 잠시 집에 다녀왔다. 어머니의 건강 상태를 살필 겸 옷을 갈아입기 위해서였다. 지금은 남들을 의식해 챙이 긴 모자에 보안경을 썼다. 그리고 백의를 입고 그 위에 헐렁한 점퍼를 걸쳤다.

 

“아니, 저 여잔...”

 

편의점 입구에서 서성이던 민혁의 눈이 반짝였다. 그때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10여 명이 편의점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들 중 민혁의 눈은 한 여인과 나란히 걸어오는 두 사나이에게 고정 되었다. 여인은 검사 정영란이었고, 권 수사관과 낯선 사나이였다. 그들은 민혁을 지나쳐 편의점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민혁도 슬그머니 따라 들어가 음료수를 샀다. 보는 사람도 없는데 텔레비전에선 오락프로가 시끄럽게 방송되고 있었다. 그리고 실내엔 사람들이 북적거리진 않았지만 그들이 앉은 부근엔 빈자리가 없었다.

 

“미안하지만 합석하겠습니다.”

 

민혁은 부득이 혼자앉아 컵라면을 먹고 있는 20대 아가씨에게 정중히 인사하곤 맞은편에 앉았다. 딴에는 정중히 인사한다고 했지만 아가씨는 맘에 들지 않았던지, 민혁을 흘끔 쳐다보곤 후루룩 소리를 내며 국물을 마셨다. 정영란 일행과는 두 탁자 떨어진 곳이었다.

 

“공연히 헛고생만 하는 건 아닌지...?”

“정말 믿을 수 있는 소식통입니까? 아무래도 좀 더 알아본 뒤에 올 걸 그랬습니다.”

“틀림없는 정보예요. 주차장에 차가 있었잖아요. 이름만 정확했어도 놈들이 누군지 알아냈을 텐데...”

“차가 대일상사 명의로 되어 있던데, 대일상사를 조사하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그렇긴 하지만, 그 문젠 내일 사무실에서 의논하죠.”

“검사님! 그 친구 말입니다. 정말로 검사님을 구하고, 그 죽일 새끼를 잡은 친구가 맞습니까? 그랬다면 공중전화를 쓰면서까지 자신을 숨길 필요가 없지 않습니까, 오히려 그 친구가 이상한 친구 아닙니까?”

“그건 나도 이상하게 생각해요. 하지만 그 사람은 거짓말을 할 사람으론 보이지 않았어요. 이 정보도 확실한 정볼 거예요. 그러니 상황을 지켜보자고요.”

 

민혁의 전화를 받은 영란은 사무실로 달려가며 권 철권 수사관에게 자문을 구했다. 권철권은 집에서 쉬고 있다가 전화를 받았고, 마누라의 짜증을 뒤로한 채 사무실로 달려왔다. 그리고 그들은 민혁의 정보에 대해 검토에 들어갔다. 차적(車籍) 조회는 물론이고 용의자들의 이름도 조회를 했다. 하지만 이름은 성이 없는 관계로 조회에 실패를 했고, 차는 대일상사라는 무역회사 명의로 등록이 되어 있는 것을 확인했다.

 

대략적인 검토를 끝낸 영란은 부장검사인 염균호에게 보고하고 즉시 수사에 착수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염균호는 정보를 믿을 수 없다며 정확한 정보인지 다른 팀에게 조사를 맡기겠다고 말하곤 휴가나 즐기라며 언성을 높였었다. 그렇지만 영란은 자신에게 들어온 정보는 다른 팀에게 넘길 수 없다고 말하고 수사에 착수하기로 결정했다. 무엇보다도 영란은 민혁의 심상치 않은 납치사건이란 말에 소홀히 넘길 사건이 아님을 직감했다. 그렇게 생각한 정영란은 늦었지만 조사를 하기 위해 현장이라고 말한 국제오피스텔로 달려온 것이다.

 

‘정 영란 검사라, 내 말을 믿어줬군. 어쨌든 납치사건은 분명하고, 놈들을 어떻게든 찾아야 하는데, 사무실마다 일일이 조사를 할 수도 없고...’

민혁은 그들의 얘기를 들으며 정 영란이 이곳까지 달려온 것에 대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 말처럼 전화 한 통화에 믿어준 것도 그렇고, 늦은 시간에 조사차 나왔다는 것이 맘에 들었다.

 

‘저 새끼-’

쿵-

좌우를 둘러보던 민혁의 눈에서 별안간 불꽃이 튀었다.

한 청년이 언제 들어 왔었는지, 먹을 것을 사들고 편의점을 나서고 있었다. 뒷모습이긴 했지만 대일상사에서 봤던 종구란 청년이었다. 민혁은 자신도 모르게 자리를 박찼다. 그 바람에 의자가 뒤로 넘어가며 쿵 소리를 냈다. 앞에 앉았던 아가씨가 놀랬는지 눈을 크게 떴고 잠깐이긴 했지만 사람들이 일제히 돌아봤다. 민혁은 자연스럽게 의자를 바로 놓곤 빠르게 편의점을 빠져나갔다.

“.......”

 

“저놈! 수상쩍은데...?”

권철권이 날렵하게 움직였고, 영란과 다른 사나이도 뒤를 따랐다.

 

‘씨- 어떻게 하지...’

민혁이 종구를 쫓아갔을 땐,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있었다. 민혁은 볼 것도 없이 비상구로 달려갔다.

 

“야! 잠깐만---”

권 철권이 쫓아 나오며 소리를 쳤지만 민혁은 이미 비상구로 사라진 뒤였다.

그래도 권 철권은 민혁을 쫓아갔다.

뒤따라 나온 두 사람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그들이 사라진 비상구만 쳐다봤다.

 

휙-휙-

민혁은 4층에서부터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자들을 살피며 5층, 6층, 20층까지 올라왔다. 그리고 지금 엘리베이터가 올라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에 권 철권은 9층 계단에서 헉헉거리며 신경질을 부리고 있었다. 만약에 권 철권이 날듯이 계단을 올라가는 민혁을 봤다면 귀신을 본 듯 기겁했을 것이다.

 

‘놈이 이곳에서 내릴까, 직접 나설 수도 없고...’

20층은 긴 복도 좌우로 제법 큰 사무실이 각 10여 개씩 있었다.

민혁은 비상구 앞에 서서 곧 올라올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놈이 나온다면 어찌할까 생각했다.

결론은 정영란 검사에게 맡기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했다.

 

땡-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종구란 청년이 내렸다. 종구는 평상시와 다름없이 복도를 따라 걸어갔다. 민혁은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림을 느꼈다. 처음은 아니지만 그래도 긴장이 되었던 모양이었다. 종구는 미행자가 있다는 것도 모른 채, 중간 지점인 우측 사무실로 들어갔다. 그때 다른 사무실에서 몇 사람 나왔지만 민혁은 자연스럽게 걸어가 호수를 확인했다. 그리곤 잠시 귀를 쫑긋거리며 안의 동정을 살폈다.

 

‘야! 뭘 그렇게 많이 사왔냐? 난 소주 한 병이면 되는데...’

‘네 입만 입이냐, 저 아가씨도 뭘 먹여야지...’

‘먹이긴 뭘 먹여...’

‘그런데 이따가 어디로 간다고 그랬지?’

‘안가라면 노포동 화원이 맞겠지,’

“......”

 

민혁이 들은 얘기는 여기서 끝이었다.

민혁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사람들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탔다.

그리곤 3층에서 내릴까 하다가 1층에서 내렸다.

 

 

“이봐! 어떻게 됐어?”

계단을 어기적거리며 내려서는 권 철권에게 사나이가 다가갔다.

“휴, 숨 차라! 귀신도 아니고, 새끼가 감쪽같이 사라졌어, 아마 4층 어디로 들어간 모양인데, 괜히 9층까지 올라가느라 고생만 했지...”

“아무래도 예감이 좋지 않군요.”

정영란은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누굴 납치했다면 이런 곳에서 돌아다닐...”

 

땡그랑- 땡그랑-

사나이의 입을 막은 것은 핸드폰 소리였다.

세 사람은 서로를 쳐다보며 의혹의 눈빛을 교환했다.

 

“검사님 핸드폰...”

“내 정신 좀 봐, 여보세요?”

‘2005호, 가능하면 빨리 조사하세요.’

찰깍-

“여보세요. 여보세요. 전화를 끊었어요.”

“그 사람입니까?”

“가요. 20층 2005호래요.”

 

영란은 급한 마음에 4층을 지나 5층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버튼을 두드려댔다.

 

---계속

 

^(^,

 마음이 부자면 부러울 것이 없다.

 

^(^,

자연사랑은

어린이들 미래이자 희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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