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white tiger)

소설, white tiger 16

듬직한 남자 2011. 11. 2.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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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사랑/어린이 사랑 

 

 

 

영란과 권철권이 빠른 걸음으로 차도를 건널 때 가로수 옆에 서 있던 한 청년이 두 사람을 유심히 살폈다.

청년의 손엔 무전기가 들려있었다.

 

“곧바로 들어갑시다.”

 

권철권이 앞섰고 영란이 뒤를 따랐다.

그때 두 사람을 지켜본 청년이 무전기를 켰다.

 

오락실 안은 50여 대의 오락기가 다섯줄로 설치되어 있었고,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귀가 아플 정도로 시끄러웠다. 권 철권과 정 영란은 서로 눈짓을 주고받곤 양쪽으로 흩어져 사람들을 살피기 시작했다. 오락에 빠진 사람들은 그들이 다가가 살펴도 흘끗 쳐다볼 뿐 신경도 쓰지 않았다. 종업원들 역시 두 사람에겐 관심도 보이지 않았다.

 

권철권이 다섯 번째 줄을 조사하기 위해 돌아섰을 때였다. 나란히 구석에 앉았던 두 사나이가 급히 일어나 뒤쪽으로 사라졌다. 그때는 영란도 반대쪽에서 다가서던 때였다. 두 사람은 눈짓을 보낸 뒤 뒤쪽으로 다가갔다. 이미 후문이 없다는 걸 확인한 뒤라 서둘지는 않았다.

 

“아니 어떻게 된 거예요?”

 

그들이 쫓아갔을 땐 두 사나이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너무나 황당한 일이었다.

 

“여기, 개자식들...”

 

쾅, 꽈지직- 콰당--

권철권은 앞을 가로막은 벽을 사정없이 걷어찼다.

교묘하게 위장해 놓은 문이 박살이 났고, 두 사람이 급히 뛰쳐나갔다.

좁은 복도로 6미터쯤 앞에 쪽문이 반쯤 열려있었다.

권철권은 정영란을 한차례 돌아보곤 씩씩거리며 복도를 빠져나갔다.

 

“야! 거기 서지 못해! 검사님은 저놈을...”

 

그들이 빠져 나온 곳은 식당골목이었다.

그들이 밖에 나왔을 땐 두 사나이가 좌우골목으로 갈라져 달아나고 있었다.

거리는 대략 20미터, 권철권은 좌측 골목으로 쫓아갔고 정영란은 우측 골목으로 쫓아갔다.

 

그때 민혁은 오락실 앞을 지나치고 있었다. 민혁의 눈에 비쳐진 밤거리는 낯설기만 했다. 밤늦은 시간대에 번화가를 다녀보긴 했지만 오늘처럼 낯설게 느껴지긴 처음이었다. 우범지역이다 생각한 탓일까, 번쩍거리는 네온불빛과 흥청거리는 행인들과 시끄러운 소음들까지, 다른 세상에 온 것처럼 주위 환경이 온통 생경하게 보였다.

 

“야, 대단하구나, 저렇게 술들을 마시고도 아침에 출근들을 하겠지, 저 여자들은 여려 보이는데? 오락실은 성황이군.”

 

민혁은 손님들이 들락거릴 때 열린 문으로 안을 들여다봤다. 북적거리는 손님들이 보였고, 촤르륵거리는 시끄러운 소음이 흘러나왔다.

오락실을 10미터쯤 지나쳤을 때였다. 20미터 앞 골목에서 한 사나이가 급히 뛰쳐나와 도로를 건넜다. 질주하는 차량에 치일번한 사나이는 흘끔 뒤를 돌아봤고, 그때는 사나이를 쫓아온 여인도 차도로 뛰어들고 있었다. 사나이는 이내 건너편 인파들 속으로 숨어들었다.

 

끼-익--

“야! 미쳤냐?”

 

승용차가 여인 앞에서 급히 멈춰 서더니 삿대질을 해댔다.

 

“미안합니다. 미안, 제기랄--”

 

여인은 고개를 숙여 보이곤 달아난 사나이를 쫓아 내달렸다.

 

‘무슨 일이지, 여자에게 쫓기다니...’

예감이 좋지 않았던지 민혁도 도로를 건너고 있었다.

 

“강도야! 저놈 잡아라! 서라!”

 

인파를 헤치며 쫓아가던 여인이 소리쳤다.

영란은 다급한 나머지 소리를 치고 말았다.

사람들은 길을 내주긴 했지만 서로 쳐다보며 웅성거릴 뿐 나서는 사람은 없었다.

그때 사나이는 옆 골목으로 사라지고 있었고, 이를 본 영란도 사력을 다해 사나이를 쫓아갔다.

 

 

쫓기고 쫓는 두 사람이 골목으로 사라지고 7분쯤 뒤, 민혁은 롯데호텔 뒤쪽 골목에 와 있었다.

빠른 걸음으로 쫓긴 했지만 지리에 밝지 못한 민혁은 골목에서 그들의 종적을 놓쳤다.

그 바람에 종적을 찾는데 애를 먹었다.

 

‘저기 있군, 그런데 놈은 어디로 갔지...?’

 

민혁이 여인을 발견한 곳은 어둑한 골목이었다.

영란은 사나이가 숨어든 건물 귀퉁이로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가로등 불빛으로 인해 정영란의 그림자가 길게 귀퉁이로 비쳐졌다. 민혁은 10미터 거리를 유지한 채, 여인의 뒤를 따라갔다. 민혁으로선 강도를 잡겠다고 겁도 없이 나선 여인이 어떤 여인일까, 무척이나 궁금했다. 몸놀림으로 봐선 일반 여인 같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범인을 쫓는 경찰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휘익-

퍽-

 

“흐윽-

“씨발년! 뒤져라!”

“어림 없...”

 

휘익-휙-휙-

퍽-퍽-

 

“크흑-큭-”

 

영란은 조심하면서 모퉁이를 돌았다.

그 순간이었다.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사나이가 칼을 휘두르며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영란은 가까스로 칼은 피했지만 사나이의 앞차기에 가슴을 맞고 휘청거렸다. 사나이는 기회를 잡았다는 듯 칼을 마구잡이로 휘두르며 발길질을 해댔다. 영란으로선 갑자기 당한 일이라 대항도 못한 채 사나이의 발차기에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특공무술까지 배운 영란이었지만 갑자기 당한데다가 실전 경험도 없다보니 속수무책 당한 것이었다.

 

“으...”

“엿 같은 년! 계집이 겁도 없이 날뛰어, 뒤져라!”

 

영란은 옆구리를 부여잡고 신음을 흘렸고, 사나이는 욕을 해대며 영란에게 다가섰다.

이번엔 아예 작살을 내겠다는 속셈으로 발을 들어 올렸다.

 

휘이익-

사나이가 발을 들어 올린 순간이었다.

 

퍼억- 퍽-

 

“크헉! 끄응--”

 

콰당--

바람소리가 들렸나 싶었는데 둔탁한 소리가 들렸고, 사나이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이어서 사나이가 통나무 쓰러지듯 뒤로 넘어졌다.

 

“다친 데는 없습니까?”

“누구세요?”

 

영란은 바람처럼 나타난 청년이 사나이를 제압하는 것을 똑똑히 지켜봤다. 그렇지만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잘못 봤나 눈을 의심했다. 세상에 이럴 수가? 영란으로선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언제 어떻게 나타났는지 청년은 분명 자신 앞에 서 있었고 범인은 기절했는지 기척도 없이 쓰러져 있었다.

 

“아가씨! 대단합니다. 저런 놈을 혼자서 잡겠다고 나서다니, 하지만 앞으로는 경찰에 먼저 연락하십시오. 정말 큰일 납니다. 뭐해요. 빨리 경찰에 연락하지 않고...?”

“죄송해요. 내가 경찰예요.”

 

민혁이 추궁하자 멍했던 영란이 멋쩍게 웃어 보이곤 수갑을 꺼내 사나이의 손에 수갑을 채웟다.

잠시 민혁의 행동에 멍했었지만 영란의 행동은 민첩했다.

 

“어쩐지, 그래도 조심하십시오.”

“여보세요. 그냥 가면 어떻게 해요.”

“무슨 할 말이라도...”

“살인범을 잡았으니, 누군지는 알아야...?”

“그 일이라면 신경 쓰실 것 없습니다. 참, 명함 있으면 하나 주십시오. 혹시 압니까, 범인 잡는데 도움을 줄 일이 또 있을지 빨리요.”

 

민혁은 대수롭지 않게 말하곤 영란에게 손을 내밀었다. 영란은 민혁의 얼굴을 각인시키듯 쳐다보곤 마지못해 내놓듯 명함을 꺼냈다. 민혁은 명함을 뺐듯이 받아서 주머니에 넣고는 말없이 돌아섰다. 영란은 헛것을 본 듯 멍한 표정으로 민혁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지켜봤다. 민혁이 골목으로 사라지자 그때서야 무전기를 꺼내들었다.

 

치지직, 칙칙-

치직, 칙칙-

 

“제기랄, 무전기까지 말썽이야!”

 

퍽!

윽!

영란은 신경질적으로 말하곤 화풀이를 하듯 사나이의 복부를 냅다 걷어찼다.

꿈틀거리던 사나이가 개구리 죽듯이 다리를 쭉 뻗었다.

 

---4장 납치와 살인사건으로 이어집니다.

 

^(^,

 진실은 가감 없이 말했을 때가 진실인 것이다.

 

^(^,

자연사랑은

어린이들 미래이자 희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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