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white tiger)

소설, white tiger 17

듬직한 남자 2011. 11. 3. 0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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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사랑은 어린이들 희망입니다. 

 

 

 

4장 : 납치와 살인사건

 

 

오늘 따라 민혁은 백의를 정갈히 입은 채, 돌기둥에 올라앉아 명상 중이었다. 명상에 잠긴 민혁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지함이 배여 있었다. 많은 생각을 했을 테고 어떤 결론을 얻었을 터... 그 결론에 따라 어떻게 행할 것인가를 고심하고 고심한 흔적이 엿보이는 모습이었다.

 

민혁의 나이 만 19세, 앞으로 두 달 후면 20세가 된다. 젊다는 것은 좋은 것이다. 야무진 야망의 꿈도 마음껏 꾸고 한 번씩 객기도 부려가며 젊음을 불태울 수도 있다. 그래서 젊음이란 이름으로 한 번의 실수는 용서도 된다. 하지만 민혁에겐 다른 세계에 있는 젊은이들 얘기처럼 낯설게 느껴졌다. 세상을 논한다거나 인생에 대해 논하는 적어도 불혹(不惑)의 나이에 들어선 중년처럼 사고방식이 바뀌고 있음이었다.

“......”

 

‘약효가 있을까...?’

 

민혁은 고심한 끝에 암동의 과일과 약수를 어머니께 갖다 드리기로 마음을 먹었다. 생각 같아서는 어머니 건강을 위해 금괴를 팔고도 싶었다. 암동과 가까운 금정산 밑엔 마당이 있는 단독 주택을 사는 것도 여러모로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었다. 그리고 좋은 병원에 입원시켜 치료도 받게 하고 싶었다. 하지만 금괴를 판다는 것은 신중을 기해야했다. 자신이 활동하는데도 적잖게 돈이 필요했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 것이다.

 

사실 민혁은 근 한 달여 동안 낮엔 학교에 밤엔 우범지역을 돌아다녔다. 그 바람에 여검사를 구하고 살인범을 잡는 계기가 되긴 했지만 무엇보다도 자신의 일을 찾은 것 같아 더 열심히 밤거리를 헤매고 돌아다녔었다. 하지만 사소한 일들 외에 특별한 일은 발생하지도 접하지도 못했다. 그렇다보니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고 뭔가 잘못 되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것은 단순하게도 자신을 내보이기 위해 일부러 사건을 쫓아다닌 자신을 발견한 때문이었다.

 

민혁은 사소한 일에까지 객기를 부리듯 나댄 자신이 부끄러웠다. 하지만 이런 일들이 민혁에겐 사회를 알아가고 성숙해 가는 과정일 것이었다. 그렇게 민혁은 자신의 본분을 찾아가는 중이었다. 그리고 어떤 상황에 처하더라도 능히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겠다고 다짐했다.

 

어쨌거나 민혁은 학교에서 돌아오면 늘 해왔던 것처럼 어머니의 팔다리를 주물러드렸다. 저녁을 먹고 난 다음엔 곧바로 암동으로 달려와 수련에 임했다. 그러길 벌써 열흘이 지났다. 그리고 문제가 있긴 했지만 활동할 땐 백의를 입고 활동하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일단 할아버지처럼 날 수가 있어야 한다.’

 

민혁은 그동안 수련을 게을리 했음을 후회했다.

돌기둥에서 내려온 민혁은 크게 심호흡을 했다.

 

“마음이 공(空)하면 삼라만상(森羅萬象)도 사라진다. 멸(滅)과 생(生)이라! 대자연에 순응하라! 공(空)하면 무(無)이다.”

민혁은 마음을 가다듬고 도약했다.

 

“몸은 깃털처럼 가볍다. 바람에 날리듯 움직인다.”

 

새가 비상하듯 날아오른 민혁의 모습은 그야말로 경이로웠다. 보는 자가 있었다면 감탄사가 절로 흘러나왔을 것이었다. 10미터 높이로 날아올랐던 민혁은 유연하게 바닥에 내려섰다가 재차 도약했다. 그렇게 도약하길 수차례, 민혁은 점점 높이 날아올랐다. 순간, 천장이 지척인 20미터 허공에서 몸을 틀어 원을 그렸다. 너풀거리는 백의자락이 마치 학이 날갯짓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하하--”

 

세상에 이럴 수가, 민혁은 허공에서 그것도 날듯이 직경 5미터로 원을 그리며 학처럼 바닥에 내려섰다. 아니 내려서자마자 대소(大笑)를 터트렸다.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광경이었으나, 공중에서 날듯이 원을 그렸다는 것은 머지않아 할아버지처럼 날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내가 정말로 날았단 말이지, 그래 공력으로 도약하는 것이야, 누구나 무공을 익히면 할 수 있다. 내가 허공에서 날듯이 몸을 움직였단 말이지, 내가, 내가 말이지, 하하하! 내가 생각해도 내 자신이 대견스럽고 자랑스럽다. 할아버지! 감사합니다.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민혁의 입이 기쁨으로 함지박처럼 벌어졌다.

“......”

 

민혁이 미끄러지듯 걸음을 옮길 때마다 눈부신 백의가 하늘거렸다. 민혁은 천천히 걸으며 과실수에 주렁주렁 매달린 과일을 쳐다봤다. 꼭 배처럼 생겼지만, 아니 배는 배였다. 그렇지만 씹어 먹을수록 소태를 씹은 듯 쓴맛을 내는 과일이었다. 그래도 민혁은 백일 동안 복숭아와 배만 먹고 살았다. 그때는 과일에 어떤 효능이 있는지 알지도 못했었다.

 

할아버지는 떠나기 며칠 전 민혁을 불러 앉혀놓고 그동안 말해주지 않았던 암동의 몇 가지 비밀과 사용법을 가르쳐 줬었다. 그 몇 가지 중 하나가 과일에 엄청난 약효가 있다는 것이었고, 몸을 씻던 동굴의 물도 마시기만 해도 손상된 내장은 물론 부실한 신체까지 튼튼하게 해주는 약효가 있다고 말했었다.

 

그때 할아버지의 얘기를 들은 민혁은 흘러넘치는 물이긴 했지만, 마구 퍼서 몸을 씻은 것까지 아깝단 생각을 했었고, 과일만 먹고 살았으니 앞으로 병들어 고생할 일은 없겠다는 생각도 했었다. 아무튼 민혁은 좋은 것이라도 지나치면 부족한 것만 못하다는 할아버지의 말씀을 교훈으로 삼았다.

 

“벌써 새벽 4시 30분, 오늘은 이만 돌아가야겠다.”

 

민혁은 시계를 보곤 배나무 옆에 놓아둔 가방을 챙겼다.

가방은 책을 꺼내놓고 가져온 책가방이었다.

 

안개가 자욱한 암봉, 백의에 책가방을 멘 민혁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행색으로 건너편 고당봉을 바라봤다. 안개에 가린 고당봉이 일출(日出)을 맞을 준비를 하는지 꿈틀거리며 깨어나고 있었다. 일반 사람들은 안개에 가린 고당봉이 보이지도 않았겠지만 민혁의 눈에는 건너다 보였다.

 

“한번 시도를 해봐, 아니야, 자신감이 생겼을 때 시도를 하자, 내일은 직접 산을 타며 연습하자, 그래, 서둘지 말자.”

 

민혁은 고당봉으로 건너뛸까 생각했지만 더럭 겁부터 났다.

마음 같아선 할아버지처럼 날듯이 건너뛸 수도 있을 것 같았지만, 그 것은 어디까지나 마음 뿐 자신감은 아니었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민혁이 몸을 날렸다.

휙휙 바람을 가르며 암봉을 내려가는 민혁은 어제의 민혁이 아니었다.

비록 고당봉으로 건너뛰지는 못했지만 백의를 펄럭이며 날아 내리는 민혁의 모습은 마치 백호(白虎)가 바위산을 타 내리는 것 같았다.

 

“......”

 

민혁이 집에 도착한 시간은 아침 6시경이었다.

어머니는 아침을 하고 계셨고, 누나들은 한창 꿈속을 헤매고 있었다.

 

“별일은 없었느냐? 그런데 가방은...”

“엄마! 이리와 보세요.”

 

민혁은 어머니의 손을 끌곤 탁자로 사용하는 밥상 앞에 앉았다. 사실 어머니인 조 영선 여사는 밤마다 나다니는 아들이 걱정이 되긴 했지만, 아들을 믿었기에 이유도 묻지 않았고 걱정하는 내색도 내보이지 않았다.

 

“엄마! 오늘부터 이 약수를 물 대신 수시로 마시세요. 그리고 이 배는 지금 드시고 복숭아는 점심때 드세요.”

“아니, 왠 과일이냐? 이렇게 큰 배와 복숭아는 처음 봤다.”

 

어머니는 물통을 꺼낼 땐 별로 놀라지도 않았다.

하지만 배와 복숭아를 꺼내놓자 코를 벌름거리며 입맛까지 다셨다.

그윽하고 달콤한 냄새가 후각을 자극해 입맛이 절로 나게 만들었던 탓이었다.

 

“엄마! 자요. 배는 지금 드시고 복숭아는 점심때 드시면 됩니다. 완전 신토불이니까, 그냥 드시면 됩니다.”

“이 큰 걸 어떻게 다 먹니,”

“그래도 다 드세요. 좀 쓸 겁니다.”

“칼이 어디 있더라...”

“엄마는 그냥 드시라니까,”

“애도 참, 이걸 다 어떻게 먹어, 배 터지겠다. 너도...”

“저는 날마다 먹습... 아무튼 다 드세요.”

“......”

 

영선은 아들의 성화에 배를 한 입 베어 물었다. 시원한 과즙이 입안에 가득 고였고 달콤한 맛이 혀를 놀라 게 만들었다. 헌데 그것도 잠시 영선의 얼굴이 심하게 찡그려졌다. 과일을 씹을 때마다 소태를 씹은 듯 쓴맛이 혀를 얼얼하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많이 쓰지요. 아주 귀한 배니까, 전부 다 드셔야 합니다.”

“으... 꼭 약을 먹는 것...”

“히히-- 엄마 병을 낳게 할 특별한 뱁니다.”

민혁은 인상을 써대는 어머니가 우스워 히히거렸다.

 

‘어디서 따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엄마를 생각해 구해왔다는 것을 안다. 그렇지만 아들아! 이 어민 네가 건강하고 하는 일이 잘 풀렸으면 좋겠다. 바라는 건 그것뿐이다.’

배를 한 입 두 입 베어 먹는 영선의 눈에 물막이 어렸다.

 

“엄마! 남기지 말고 다 드세요. 저는 옷 좀 갈아입겠습니다.”

 

민혁은 못 본 척 자리에서 일어섰다.

영선은 목이 메어 대답도 못한 채 고개만 끄덕였다.

 

민혁은 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곤 컴퓨터 앞에 앉았다. 요즘 들어 새삼스럽게 인터넷에 대해 고맙게 생각하는 민혁이었다. 문명의 혜택이긴 했지만 알고 싶은 각종 정보를 가만히 앉아서 얻을 수 있다는 것이 고마웠던 것이다.

 

“서울에서 연쇄살인 사건이 벌어졌네, 중학생이 자살사이트에서 구입한 독약으로 자살을 했단 말이지, 마약도 인터넷으로 팔고 산다니 정말 큰일은 큰일이다. 그래, 마도식! 그 작자가 마약도 취급하는 것 같던데...?”

퍼뜩 마도식이 생각난 민혁은 부산에서 일어난 사건사고 소식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한편 그 시각이었다.

연지동 한 저택에선 송별파티가 열리고 있었다.

“......”

 

“검사님, 거듭 축하드립니다.”

“이게 다 마 사장님 배려 아니겠습니까? 감사합니다.”

“별 말씀을... 감사를 드려야 할 사람은 본국에 계신 무신님이시지요. 무신님께서 상철군을 직접 만나보겠다고 하셨다니, 이 또한 영광입니다. 저도 무신님을 직접 뵌 적은 없으니까요.”

“한 번도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무신님을 직접 뵌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그만큼 무신님은 대 일본의 정신적 지주 같은 분이십니다. 그러니 영광이라는 겁니다.”

“허허- 그렇게 훌륭하신 분이십니까? 혹시 연세는...?”

“한 100세가 넘으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정확한 나이는 저도 모릅니다. 항시 수도(修道)에 정진하시는 분이라, 직접 나서시지 않는다면 뵙고 싶어도 뵐 수가 없는 분이지요.”

 

정원이 내다보이는 거실 옆 별실, 음식이 차려진 탁자 앞에 염상철을 위시해 6명이 앉아있었다. 검사라 불린 사나이는 염 상철의 아버지 염균호였다. 나이는 48세, 검찰청 강력계 부장검사로서 법조계에선 인맥이 두텁고 영향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염균호 옆으로 낮선 50대 사나이와 염 상철이 앉아있었고, 맞은편엔 마도식과 우즈키, 그리고 마도식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청년이 앉아있었다.

 

염상철은 내일 오후 2시, 김해공항을 통해 출국하기로 되어 있었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유학을 떠난 다는 것이 상철의 입장에서는 그리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특히 선화를 두고 떠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아버지도 권했고, 무엇보다도 가토무사시의 제의가 맘에 들었기 때문에 유학을 결심하게 되었다. 어쨌든 상철은 일본 명문대학인 교토대학 정치외교학과에 정식 입학하기로 내정이 되어 있었다. 그것도 장학생으로...

 

사람들은 음식이 맛있다는 둥, 한국에선 김치가 최고라는 둥, 이런저런 잡담을 해가며 술과 음식을 먹었다. 그렇게 잡담을 하는 중에도 마도식은 한국을 비하하는 말을 툭툭 내뱉었고, 염균호도 맞장구치듯 사대부(士大夫)가 어떻고 깊게 뿌리내린 당파싸움 같은 근성(根性)이 나라를 망칠 것이라는 등의 발언을 서슴없이 해댔다. 염균호의 말이 일리가 있는 말이긴 했지만 다른 사람이 있었다면 법을 집행하는 부장검사가 한국 사람인지 일본사람인지 의심을 했을 것이었다. 그만큼 농도가 짙은 한국 비하 발언들이었다.

 

시간은 10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어험-

마도식이 헛기침을 하곤 상철을 쳐다봤다.

 

“상철군! 아버님과 긴한 얘기가 있으니, 잠시 자리 좀 비켜 주게...”

“예, 그렇지 않아도 짐을 꾸리러 갈 참이었습니다. 말씀들 나누십시오. 가실 때 내려오겠습니다.”

상철은 정중히 인사하곤 별실을 나섰다.

 

“우즈키!”

 

상철이 별실을 나가자마자 마도식이 우즈키에게 눈짓을 보냈다.

그러자 우즈키가 미리 준비해온 가방을 염균호에게 건넸다.

 

“검사님! 그동안 검사님께서 배려해 주신 것에 대한 사장님의 성의입니다.”

“이러시지 않으셔도 되는데... 아무튼 고맙게 받겠습니다.”

 

염균호는 마지못해 받듯이 가방을 받아 의자 옆에 내려놨다.

제법 묵직해 보이는 것이 뇌물이 잔뜩 들었을 것이었다.

 

“검사님! 이번엔 각별한 도움이 필요합니다.”

“여부가 있습니까, 아무튼 아직 그 일에 대해선 보고된 것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마 사장, 신중하게 움직이는 것이 좋겠습니다. 요즘 외사과 애들이 무슨 사건이 없나 눈이 빨개서 날뜁니다.”

“놈들이 날뛴다고 꼬투리를 잡히겠습니까, 이 모든 것이 검사님께서 사전 정보를 주셨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허허- 왜 이러십니까, 너무 그러심 부담됩니다.”

“검사님도 참, 어쨌든 이번 일만 잘 성사된다면, 다 검사님 공입니다. 무사시님께서 그만한 보답을 하실 것입니다.”

“그래요. 무사시님이 왔을 때 뵙지를 못해서 섭섭했는데 언제 한국에 들어오시면 꼭 좀 뵙자고 연락이나 주십시오.”

 

그들의 은밀한 대화는 11시가 넘어서도 끝나지 않았다.

뭔가 구린내가 나도 심하게 나는 대화였다.

 

---계속

 

^(^,

 작가는 독자와 소통하는 걸 좋아합니다.

즐거운 시간 되셨길 바랍니다.

 

 

^(^,

자연사랑은

어린이들 미래이자 희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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