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white tiger)

소설, white tiger 8

듬직한 남자 2011. 10. 14.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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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사랑은 어린이들 희망입니다. 

 

야생화(누리장나무 꽃)

 

 

어찌 겁나지 않겠는가?

하지만 민혁은 그 어떤 고통도 이겨낼 불굴의 의지력이 있었다. 비몽사몽간에 겪었던 끔찍한 고통도 불굴의 의지가 없었다면 견뎌내지 못했을 것이었다. 어쨌거나 민혁이 불굴의 의지력을 갖게 된 데는 어려서부터 몽유병을 앓아온 것이 큰 도움이 되었을 터였다. 특히 마음속에 응어리로 남았던 복수심과 증오심이 죽음을 불사할 용기를 준것도 사실이었다.

 

“우선 옷부터 벗고 이쪽 바위에 앉아라!”

“알았어요. 이렇게요.”

옷을 벗은 민혁은 할아버지 맞은편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가부좌를 틀고 앉아라!”

“예,”

민혁은 시키는 대로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눈을 감 거라!”

눈을 질끈 감은 순간이었다.

몸이 공중부양 하듯 공중으로 붕 뜨는 느낌을 받았다.

 

“어떤 일이 있어도 눈을 떠서는 아니 될 것이다.”

“예, 할아버지!”

“......”

 

바람 같은 부드러운 기운이 민혁의 몸을 감쌌다.

그 순간, 민혁의 몸은 가부좌를 튼 자세 그대로 1미터 높이로 떠올랐다.

그리고 잠시 후, 부드러운 기운이 민혁의 몸을 감싸자 민혁이 천천히 내려와 제자리에 돌려 앉혀졌다.

 

“등에 있는 명문을 타고 뜨겁고 차가운 기운이 몸속으로 흘러 들어갈 것이다. 이는 네 몸 속에 있는 탁한 기운을 뽑아내기 위한 조처이니, 흘러드는 대로 순순히 받아들여라!”

“예,”

민혁은 눈을 감은 채 몸을 맡겼다.

“......”

 

으, 으, 으음...

할아버지의 손이 등에 닿았다고 느꼈을 때였다. 뜨거운 기운인 양기(陽氣)와 차가운 기운인 음기(陰氣)가 민혁의 몸속으로 흘러들기 시작했다. 민혁은 아무런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그냥 살을 태울 것 같은 뜨거운 기운과 꽁꽁 얼릴 것 같은 냉기가 스며들자 몇 차례 진저리치듯 몸을 떨었을 뿐이었다. 그렇게 스며든 두 가지 상충된 기운은 몸의 중심인 배꼽에서 좌우로 나뉘어 맹렬히 움직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기운이 극에 달하자 참을 수 없는 고통도 극에 달해 신음이 절로 흘러 나왔다.

 

대략 30분, 극에 달했던 고통이 서서히 사라지는 듯 했다. 그런데 이번엔 배꼽을 중심으로 우측은 벌겋게 달아오르기 시작했고, 좌측은 얼음처럼 투명해졌다. 민혁으로선 자신의 몸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알지 못했다. 단지 극한의 상황을 버티느라 일종의 무의식 상태에 빠져들고 있었다.

 

그렇게 30분쯤 지났을 것이다. 몸에서 끈적거릴 정도로 누렇게 변한 땀이 줄줄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누런 땀에선 고약한 냄새가 물씬물씬 풍겼다. 온갖 더러운 것들이 몽땅 몸 밖으로 빠져나오는 것 같았다.

 

“음, 틀림없군. 민혁아! 천검을 지키는 수호자가 되어라!”

큰 변화가 없던 할아버지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

“민혁아! 이젠 눈을 떠라!”

“으... 끝났습니까?”

“저쪽에 바가지가 있다. 가서 땀을 씻어 내거라!”

“예, 할아버지!”

“......”

 

민혁은 할아버지가 손을 떼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온몸이 날아갈 것처럼 가뿐하게 느껴졌다.

자리에서 일어선 민혁은 구석에 있는 샘으로 가며 몇 번 고개를 갸웃거렸다.

정말이지 몸이 새털처럼 가볍게 느껴졌다.

구석엔 폭 80센티미터 정도의 작은 우물이 있었다.

샘이 솟는지 맑은 물이 흘러 넘쳤고 나무바가지가 그 옆에 놓여있었다.

 

민혁은 물을 퍼 머리에서부터 끼얹었다.

얼마나 시원한지 푸푸 소리가 절로 났다.

 

“이젠 되었다. 이리와 앉아라!”

“예!”

“......”

“돌아앉아라!”

“예!”

“지금은 네게 들려줄 얘기가 없다. 칠일 후, 네가 깨어나면 그때 모든 얘기를 들려줄 것이다.”

 

할아버지가 말을 마쳤을 땐, 무형의 기운이 민혁의 머리부터 아래로 쓸어내리듯 온 몸을 감쌌다.

그 순간 민혁은 비몽사몽을 헤매듯 할아버지의 손길에 끌려 붕 떠올랐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할아버지는 공중으로 떠오른 민혁을 잠시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곤 이내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민혁은 반듯하게 누운 자세가 되었고 할아버지의 손길에 따라 펄펄 끓는 욕탕 위로 떠갔다. 그리고 천천히 곤죽에 잠겨 얼굴만 내놓은 형국이 되었다.

 

“민혁아! 칠일간이다.”

잠시 민혁을 지켜보고 섰던 할아버지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동굴을 나섰다.

 

 

호수 중앙에 솟아있는 원형바위는 폭 10미터쯤 되었고 금사(金砂)가 깔린 둘레로 배나무와 흡사한 과실수가 12그루 심어져 있었다. 과실수엔 주먹보다 큰 과일들이 주렁주렁 달렸다. 그리고 바위 중앙엔 폭 3미터의 원형돌기둥이 1미터 높이로 솟아 있었다. 원형돌기둥은 두부를 자른 듯 반들반들 했고 중앙엔 태극문양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나신으로 바위 위에 반듯하게 누워있는 청년은 만 칠일동안 검붉은 곤죽에 잠겨있던 민혁이었다. 민혁은 움직일 수는 없었지만 정신은 말짱했고 할아버지가 하는 양을 다 지켜볼 수가 있었다. 어찌되었든 숨을 쉬는데도 지장은 없었고 몸이 가뿐하게 느껴지는 것을 보면 몸엔 이상이 없는 것 같았다. 민혁의 발가벗은 몸은 눈을 의심할 정도로 많이 변해있었다. 몸에선 윤기가 났으며 건강미까지 철철 넘쳤다.

할아버지는 누워있는 민혁 옆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그리곤 민혁의 가슴만 뚫어지게 쳐다봤다. 눈빛은 뭔가를 간절히 바라는 눈빛이었다.

 

“그동안 잘 견뎠다. 허허- 이제야 문양이...”

별안간 안심이라는 듯 할아버지가 허허거렸다.

 

세상에 이럴 수가, 바위에 새겨졌던 태극문양이 수증기 증발하듯 떠올랐다. 그리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 민혁의 가슴에서 벌어졌다. 수증기 증발하듯 떠오른 태극문양이 그림을 그리듯 민혁의 왼쪽 가슴으로 스며들기 시작한 것이다.

 

먼저 검은색으로 원형이 그려졌다. 이어서 원을 이등분하여 고리문양이 그려졌고, 위쪽인 양(陽)인 부분은 적색, 아래쪽인 음(陰)인 부분은 청색으로 천천히 그려졌다. 아주 선명한 태극문양이 원래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그렇게 새겨졌다. 마치 바위에 새겨졌던 태극문양이 그대로 옮겨진 것 같았다.

 

“민혁아! 이젠 양령수(陽靈水)와 음령수(陰靈水)를 복용해야한다. 이를 복용함으로서 환골탈태(換骨奪胎)한 네 몸이 더욱 튼튼하고 강하게 거듭날 것이다. 그리고 너는 세상에서 가장 강한 자들 중에 한사람이 될 것이다. 그렇다고 하루아침에 강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만큼 뼈를 깎는 수련이 뒷받침 되어야할 것이다.”

 

할아버지는 엄엄하게 말씀하시곤 미끄러지듯 움직여 민혁의 머리맡에 앉았다. 그리곤 머리를 받쳐 자신의 무릎 위에 올려놨다. 잠시 민혁의 얼굴을 내려다 본 할아버지는 헐렁한 소매 속에서 작은 적색병과 백색병을 꺼내 들었다. 병은 호리병처럼 생겼다.

 

“먼저 양령수를 복용해라!”

 

할아버지는 적색병마개를 뽑자마자 민혁의 입을 벌려 쏟아 부었다. 달콤한 액체가 목구멍을 타고 흘러들어 갔고 향긋한 냄새는 머리까지 맑아지게 했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 덥다고 느껴질 정도의 열기가 온 몸으로 엄습하기 시작했다.

 

“이번엔 음령수를...”

 

양령수가 후끈한 열기로 변한 순간, 할아버지는 백색병마개를 열곤 음령수를 민혁의 입에다 부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시원하고 상쾌한 향기가 사방으로 퍼졌다. 잠시 후, 추위를 느낄 정도로 한기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양령수와 음령수를 복용한 지 대략 30분,

별안간 민혁의 몸이 붉은 색으로 변했다가 투명한 몸으로 변하길 반복했다.

 

“민혁아! 천지개벽(天地開闢)이 있기 이전부터 우주에는 상극(相剋)인 두 가지 기운이 있었다. 하나는 선(善)의 기운이요, 하나는 악(惡)의 기운이다. 눈에는 보이지 않으나 세상을 지배하는 것은 선과 악이다. 선(善)은 세상을 이롭게 하나 악(惡)은 세상을 파멸로 이끈다. 내 얘길 제대로 듣긴 듣는 게냐?”

할아버지는 죽은 듯 누워있는 민혁에게 또박또박 말했다.

 

“새로운 나라가 세워질 때는 하늘이 징조를 보이고 신물(神物)이 나타난다. 대륙반도인 동방의 나라 이 나라에도 민족혼(民族魂)을 상징하는 신물인 천검(天劒)이 나타났었다. 이놈! 새겨 듣거라! 이 나라의 민족정기는 외세에 의해 많이 소멸(消滅)되었다. 원래 나라의 흥망성쇠(興亡盛衰)는 그 나라를 지키는 민족정기의 성쇠에 있다. 민족정기의 성쇠를 가늠하는 것은 지맥(地脈)의 흐름을 보고 알 수가 있느니!”

 

잠시 숨을 고른 할아버지가 재차 입을 열었다.

 

“지맥의 흐름이 왕성하면 나라가 흥하고 지맥의 흐름이 약하면 나라가 망한다. 민혁아! 이 나라는 백두산에서 남쪽으로는 반도 끝과 서쪽으로 대륙의 태산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악에 물든 외세에 의해 왕성한 지맥이 파괴 되었다. 그 여파로 이 나라 백성들은 씻을 수 없는 식민지(植民地)라는 수치까지 당했다. 그렇지만 민혁아! 나라의 신물인 천검(민족혼)은 건재하다. 이는 이 나라가 부국강병의 나라가 되어 영광의 옛날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호신물이자 민족혼인 천검을 지키는 것, 그것이 네게 주어진 진정한 임무니라!”

 

할아버지의 엄엄한 얘기는 계속 되었고 민혁은 할아버지 말씀을 토씨하나 틀리지 않고 귀담아 들었다.

그 와중에도 민혁의 몸은 계속 붉으락푸르락하고 있었다.

 

---계속

 

^(^,

힘든 역경도 믿음만 있으면 이겨낼 수 있다.

희망이란 믿음이다.

 

^(^,

자연사랑은

어린이들의 미래이자 희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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