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듬직한 남자 2011. 10. 13.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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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사랑은 어린이들 미래입니다. 

 

야생화(전동싸리 꽃)

 

2장 : 꿈은 현실이었다.

 

 

 

밤 11시경,

어둠이 짙게 깔린 금정산 고당봉을 홀로 오르는 이가 있었다.

바로 민혁이었다.

꿈인지 생시인지 아직도 헷갈리는 100일 동안의 암동생활을 되돌아보기 위해서였다.

아니, 할아버지의 초상화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올라왔다는 것이 맞을 것이었다.

 

철구의 말대로 황당한 사건이 범어사에서 벌어졌었다. 그 사건은 산신각에 모셔졌던 탱화속의 산신령이 어느 날 감쪽같이 사라졌다가 100일 만에 다시 나타난 사건이었다. 산신령이 사라졌던 시기는 공교롭게도 민혁이 암동에서 수련을 받는 동안이었고, 다시 나타난 시기는 민혁이 수련을 마치고 할아버지와 헤어진 날과 일치했다.

 

사실은 범어사에서 확인한 결과 산신각에 모셔져 있는 탱화속의 산신령이 할아버지와 닮은 것 같기는 했다. 하지만 암동에 있는 할아버지의 초상화가 그대로 있다면 범어사 얘기는 황당한 얘기로 끝날 것이었다. 그렇지만 정작 있어야 할 족자에 할아버지가 없다면 범어사의 산신각에 모셔진 탱화속의 산신령이 할아버지가 맞을 것이었다. 어쨌거나 민혁은 자칭 산신령이라는 할아버지에게 그것도 백일동안 아주 특별한 무술인 무공수련을 받은 것은 사실인 것이다.

 

금정산은 신령스런 산으로서 역사적으로는 나라를 지키는 호국(護國)의 산으로 불렸던 산이다. 금정산엔 우리나라에서도 대표적으로 불리는 호국사찰인 범어사와 국내최대의 금정산성이 축성되어 있다. 금정산은 해발(801.5m)의 주봉인 고당봉을 중심으로 북으로 장군봉(727m)과 남으로 상계봉(638m)을 거쳐 성지곡 뒷산인 백양산(642m)까지 길게 이어졌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 원효봉, 의상봉, 미륵봉, 대륙봉, 파류봉, 동제봉 등의 준봉이 늘어서 있다. 산세는 그리 험하지 않았으나 곳곳에 울창한 숲과 골마다 맑은 물이 항상 샘솟고 화강암의 풍화가 일구어낸 기암절벽이 절묘하여 그야말로 부산이 자랑하는 명산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무엇보다도 금정산에는 약수터가 14군데나 있어서 등산객들의 갈증을 해소시켜 준다.

금정산은 2.300여 종류의 나무와 날짐승, 그리고 들짐승들의 낙원이기도 했다.

 

암봉에 올라온 민혁은 할아버지에게 이끌려 암봉에 날아 내린 그 순간부터 어떤 일이 벌어졌었는지 치근치근 떠올렸다. 그때 할아버지가 건넨 첫말은 ‘담력하나는 대단한 놈이구나!’ 이었다.

 

민혁은 할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암벽에 난 손자국에 자신의 손을 갖다 댔다. 그 순간이었다. 끝없는 암흑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민혁은 아래로 떨어졌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기성을 발하고 눈 몇 번 깜박였을 땐 몸은 정지한 상태였고 별안간 눈까지 부셨다. 이미 커다란 암동(巖洞)에 들어와 있었던 것이다. 학교 운동장보다도 큰 타원형 암동은 대낮처럼 밝았다. 암동은 암동인데 커다란 호수가 있었다. 잔잔히 물안개가 깔린 호수는 샘이 솟는지 뽀글뽀글 기포가 올라오고 있었다.

 

‘세상에 이럴 수가...?’

 

민혁은 눈을 의심하며 암동을 살폈다.

호숫가로는 조약돌이 깔린 폭이 8미터쯤 되는 길이었고, 복숭아나무가 일정한 간격으로 심어져 있었다. 나무엔 주먹 크기의 붉은 과일들이 주렁주렁 달렸다. 그리고 호수 중앙엔 섬처럼 커다란 바위가 솟아 있었으며 거기에도 과실수가 자라고 있었다. 신기한 것은 호숫가에서 바위섬까지는 대략 100미터쯤 되었다. 그런데 어떻게 다리를 놨는지 돌기둥이 세워진 아치형 돌다리가 놓여있었다.

 

“아이고 아파라! 꿈은 아니네.”

 

민혁은 금정산 지하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것부터 의혹에 사로잡혔다.

그냥 꿈속이구나 생각하며 볼을 꼬집자 아픔을 느꼈고, 그때서야 꿈이 아니란 걸 실감했다.

 

“좋다. 힘을 얻을 수만 있다면 뭔들 못하겠냐!”

 

꿈속이든 현실이든 이왕 나선 것,

할아버지가 배워가라는 것이 무엇이든 전부 다 배워가겠다고 민혁은 마음을 굳게 다져 먹었다.

 

암동 천장엔 중앙과 동서남북으로 수박만한 야명주(夜明珠)가 하나씩 박혀있었다. 암동이 낮처럼 밝은 것은 야명주에서 강력한 빛을 발산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놈아! 놀랐느냐?”

“그럼 할아버지는 놀라지 않겠어요. 난생처음 이런 곳에 들어 왔는데 놀라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한 거지, 그리고 할아버지! 전 강민혁입니다. 이름은 부르라고 있는 것이니, 앞으론 이름을 부르세요.”

기분이 상한 투로 민혁이 말했다.

 

“알았다. 이놈아! 일단 따라오너라!”

“할아버지, 백일동안만 있다가 갈 겁니다. 그리 아세요.”

뭐가 뭔지 도통 정신이 없어서 그런지, 할아버지를 따라 가면서도 민혁이 툴툴거렸다.

 

“민혁아! 남아대장부는 두말하지 않는다.”

“그럼 할아버지가 남아대장부...”

“나도 엄연히 남잔데, 남아대장부가 맞지 않겠느냐?”

“제길, 알았어요. 일단 할아버지를 믿어 보겠습니다.”

 

할아버지 걸음이 얼마나 빠른지 민혁은 뛰듯이 쫒아갔다.

그런 와중에도 향긋한 과일 냄새에 코가 절로 벌름거렸다.

냄새만 맡아도 정신이 맑아지는 것 같았다.

 

 

“다 왔다.”

 

도착한 곳은 암동의 동쪽 암벽 앞이었다.

 

“민혁아! 암벽에 손자국이 보일 것이다. 그 손자국이 문을 여는 열쇠니라! 손을 갖다 대거라!"

 

민혁은 암봉에서 한 것처럼 할아버지의 지시에 따라 암벽 앞으로 다가가 선명하게 나있는 손자국에 오른손을 조심스럽게 갖다 댔다. 그러자 암벽이 움직였다.

 

그르르릉- 그릉-

 

민혁이 흠칫거리며 두 걸음 물러난 순간이었다. 암벽이 자동문처럼 옆으로 밀려났다. 문이 열리자 안으로부터 하얀 수증기가 뽀얗게 밀려나왔다. 문은 두 사람이 나란히 들어갈 수 있는 넓이였다.

 

“들어오너라!”

“예, 들어갑니다.”

 

민혁은 침착 하려고 애를 썼으나 두근거리는 심장박동까지는 어쩌질 못했다. 마지못해 들어가듯 동굴로 들어섰다. 동굴 안은 폭 7미터쯤 되었고, 동굴 안쪽엔 폭 2미터 넓이의 욕탕(浴湯)이 있었다. 욕탕엔 물도 아닌 검붉은 곤죽이 기포를 일으키며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민혁아! 앞으로 칠일 간, 저 욕탕에 들어가 있어야한다.”

“할아버지! 뜨거울 텐데...”

 

할아버지의 근엄한 말씀에 민혁이 겁먹은 얼굴로 쳐다봤다.

 

“나는 네가 놀라거나 겁먹지 않는 줄 알았다. 민혁아! 날 실망시키지 말거라! 사람은 믿음이 있으면 그 어떤 위험이나 역경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 되느니라, 알겠느냐?”

할아버지의 목소리엔 거역치 못할 힘이 실려 있었다.

 

“그래도 그렇지요, 죽을 줄 알면서 어떻게...”

“정신력이 약하면 믿음 따위는 가치도 없을 뿐더러 매사에 의심만 생기는 법이다. 지금이 네가 믿음을 내보일 때다. 정신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임을 명심해라!”

“할아버지! 그러니까 뭐예요. 펄펄 끓는 저 붉은 곤죽에 들어가야만 정신력이 강화되고 믿음이 생긴다는 말이네요.”

“......”

 

할아버진 묵묵히 민혁을 쳐다만 봤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이왕 이렇게 된 것, 할아버지를 믿어야지 누굴 믿어, 제길 꿈에 나타났을 때부터 뭔가 느낌이 좋지 않더니 아니지, 좋은 일이 생길 징조로 꿈을 꾼 건가, 정말 절호의 기횐가...?’

 

민혁은 지금의 이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드리기로 마음을 다져 먹었다. 그렇게 마음을 다지자 할아버지가 자신을 이곳까지 데리고 온 목적에는 그만한 까닭이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고당봉에서 비몽사몽간에 겪었던 그 끔찍한 일과도 무관치 않을 것이란 생각을 했다.

 

“좋습니다. 지금부터 할아버지가 시키는 일은 다 하겠습니다. 그런데 할아버지! 특별한 것을 가르쳐 주시겠다는 말씀은 실언이 아니시겠죠. 힘을 키워 준다는 말씀 말입니다.”

민혁이 목소리에 힘을 주어 당차게 말했다.

 

“이놈 보게, 이놈아! 나도 남아대장부라 하지 않았느냐? 믿음이 있으면 길이 보이니라! 허허허--”

동굴이 울릴 정도로 할아버진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할아버지! 옷부터 벗을···까요.”

 

민혁의 목소리가 잔잔히 떨려 나왔다.

씩씩하게 말을 하려고 애를 썼지만 떨리는 목소리는 어쩌지 못했다.

바로 두려움 때문이었다.

 

---계속

 

 

아침이 행복하면 하루가 즐겁습니다.

 

야생화(홍가시나무 꽃)

 

 

자연사랑은

어린이들의 미래이며 흐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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