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white tiger)

소설, white tiger 4

듬직한 남자 2011. 10. 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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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사랑은 어린이들 미래입니다. 

 

 

새벽 4시 30분 경,

민혁은 정신없이 달려 사상구 주례동에 있는 대성아파트 7동 앞에 다다랐다. 대성아파트는 서민아파트로서 5층짜리 10동으로 되어 있었고 민혁의 집은 5층인 7동 105호였다. 사실은 꿈속에서의 약속도 약속이기에 민혁은 편지 한 통만 달랑 써놓고 집을 나왔다가 100일 만에 돌아온 것이다.

 

 

어쨌거나 경비실 아저씨는 끄덕끄덕 조느라 민혁이가 들어가는 것도 못 봤고, 우유배달 아주머니는 자신의 일에 열중하느라 지나가는 민혁에겐 신경도 쓰지 않았다. 환하게 불이 밝혀져 있는 5층을 올려다보려니 자식 걱정으로 맘 고생하셨을 엄마의 얼굴이 떠올랐을까, 민혁의 눈에 눈물이 핑 돌았다. 아마도 불을 밝혀둔 것은 엄마가 아들인 민혁이 돌아올 것을 생각해 밤새 불을 켜뒀을 것이었다. 어쨌든 민혁의 엄마도 엄마지만 우리나라 어머니들의 극성스러운 자식사랑은 세계에서 제일일 것이었다.

 

‘엄마! 죄송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눈물을 삼킨 민혁이 빠르게 계단을 올라갔다.

 

딩동-딩동

딩동-딩동

초인종을 누른 민혁의 손이 잔잔히 떨렸다.

 

“누구세요?”

작은누나 목소리가 반가웠으나 민혁은 침착하기로 했다.

“나야 누나! 문 열어!”

“엄마! 민혁이 왔어요. 엄마!”

 

철컥-

누나의 놀란 목소리가 들린 순간 문이 열렸다.

 

“누나! 잘 있었어, 엄마는...”

“어머! 네가 정말 민혁이니?”

눈부신 백의를 입은 청년이 성큼 들어서자 누나는 흠칫 놀랐다.

키도 훌쩍 더 커졌고 몸도 좋아 졌으니 민혁이 낯설어 보였을 것이다.

 

“누나는 잘 봐...”

“어디, 민혁이 맞네, 애는 정말 미쳤어! 미쳤어!”

작은 누나인 소연은 눈을 크게 뜨곤 가슴을 마구 때렸다.

 

사실이지 민혁은 암동에서 나오기 전에 할아버지가 건네 준 백의를 입었다. 백의는 아주 특별한 옷이었다. 암동생활 100일, 키도 10센티나 더 커졌고 건장하고 탄탄한 몸집으로 단련된 민혁은 옛날의 민혁이가 아니었다. 그런 민혁이였으니 친구인 선화가 몰라본 것은 당연했고, 누나도 자신을 밝히지 않았다면 닮은 사람으로 착각했을 것이었다.

 

“민혁아! 이놈에 자식--”

민혁은 불편한 다리를 끌고 온 어머니를 부축할 겸 부둥켜안았다.

“엄마! 죄송해요. 앞으론 절대 이런 일이 없을 겁니다.”

“이렇게 건강하게 돌아왔으면 되었다.”

“민혁아! 으흑-”

“누나--”

어머니도 민혁을 끌어안곤 소리 없는 눈물을 흘리셨고 누나도 흐느꼈다.

“엄마! 다리 아파요. 앉아서 얘기해요.”

“......”

 

민혁의 어머니는 2년 전부터 울화병에 심한 관절염으로 잠시 서 계시는 것도 힘들어 하셨다. 어머니가 병을 얻게 된 것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2년 전, 고등학교 입학식 전날 밤이었다. 부모님은 기분 좋은 목소리로 민혁을 부르시곤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행복해 하셨다. 민혁도 덩달아 기쁘고 행복했었다.

 

어쨌든 민혁은 몽유병을 앓고는 있었어도 머리가 총명하다는 소리를 들었었다. 또한 주위에서는 알아주는 효자였다. 그런 아들이 장학생으로 고등학교에 입학한다는데 대견하기도 했을 것이었다. 게다가 민혁은 몹쓸 병인 몽유병에 대해 비관하지도 그렇다고 부모님을 원망하거나 짜증한번 부린 적도 없었다. 어린 나이었지만 부모님이 자신 때문에 상심이 클까 그것을 더 걱정한 민혁이였다. 무엇보다도 민혁은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리기 위해 공부도 더 열심히 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에는 전교 3등 이하로 떨어져 본 적이 없었다. 정말이지 민혁은 착한 아들이었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불행은 예고도 없이 찾아왔다. 다음 날인 입학식 날 아침이었다. 미화원으로 근무하셨던 아버지가 도로청소를 하던 중 그것도 뺑소니차에 치여 끔찍하게 돌아가셨던 것이다. 민혁은 입학식 도중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고, 그 즉시 병원영안실로 달려가야만 했었다.

 

지난밤엔 그리 기뻐하시며 행복해 하셨던 아버지였다. 법이 없이도 살아가실 착하고 착하신 분이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끔찍한 시신으로 영안실에 누워 계셨다. 정말로 누워 계신 분이 아버진지 민혁으로선 믿어지지도 않았다. 민혁은 그때 처음으로 세상이 너무 무섭다는 생각을 했다. 각종 사건사고 소식을 접하면서도 담담히 대했던 민혁이었는데, 아버지의 죽음은 민혁에게 너무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 사건 당시 목격자가 곧바로 신고를 하는 바람에 범인이 잡혔다는 소식을 들었다. ‘죽일 놈, 어디 어떤 놈인지 낯짝이라도 보자.’라는 소리가 민혁의 입에서 절로 튀어나왔었다. 뺑소니만 치지 않았어도 목숨엔 지장이 없었을 것이라고 의사는 말했었다. 그랬으니 민혁은 물론이고 엄마와 누나들, 주위 사람들까지 분통을 터트렸었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범인이 무고로 풀려났다는 소식을 다시 들어야만 했다.

 

장례를 마친 며칠 후였다. 어머니는 경찰서에 찾아가 어떻게 된 일인지 경위를 따졌다. 그때 담당형사는 목격자가 번호 판을 잘못 봤다고 진술을 번복했고, 조사 결과 무고로 판명되어 범인을 풀어줬다는 것이었다. 어머니는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어 재조사를 요구했었다. 그러나 담당형사는 무고한 사람을 또다시 범인으로 몰면 이번엔 어머니를 무고죄로 잡아넣겠다고 오히려 큰소리를 쳤다는 것이었다.

 

그 당시 민혁으로선 경찰의 처사가 납득이 가질 않았다. 사건을 목격한 편의점 주인은 자진신고를 했고, 범인은 두 시간 만에 검거가 되었다. 목격자의 신고가 없었다면 경찰은 범인을 검거하지도 못했을 것이었다. 그런데도 경찰은 범인을 무고라며 풀어줬다. 민혁은 생각할수록 분통이 터졌다. 아직 학생인 민혁의 눈에도 의심이 가는 일인데 어른들이야 오죽했겠는가?

 

황당한 일을 당하신 어머니는 화가 나셨고, 친히 목격자를 찾아가 사실을 확인 하려고 애를 쓰셨다. 그러나 목격자는 의도적으로 피한 듯 만나지도 못하셨다고 하셨다. 그렇게 며칠이 지난 후, 너무 억울 하셨던지 어머니는 친히 범인을 찾아가 따졌다. 그렇지만 온갖 수모만 당하고 돌아오셨다. 어머니는 어디에다 하소연도 못하고 상심만 하시다가 몸져누우셨다. 그런 때에 아버지 친구가 문병 차 찾아와 법원에 탄원서를 내 보라는 말을 하고 돌아갔다.

 

그때부터 어머니는 하루가 멀다 하고 탄원서 및 고소장을 들고 법원을 들락거렸다. 하지만 법은 강자 편이었고 어머니는 교통비에 고소한다고 돈, 탄원한다고 돈, 없는 돈에 죽도록 고생만 하셨다. 게다가 범인의 수하들이란 자들이 공갈협박까지 해댔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뺑소니를 친 자는 조직폭력배를 거느린 불량 사업가였다. 그런 작자였으니 어머니가 어떤 고충을 당하셨을지 짐작이 갔다. 어머니는 그 일로 인해 몸져누우셨고 가정형편도 엉망으로 기울었다. 결국 큰누나는 다니던 대학을 휴학했다.

 

민혁은 너무 억울해 밤잠을 설쳤다. 그러던 어느 날 민혁은 어찌 사람으로서 그럴 수가 있느냐? 따져볼 생각에 범인 회사에 찾아갔었다. 그러나 범인은 만나지도 못한 채 폭력배들에게 죽지 않을 만큼 두들겨 맞고 돌아왔다. 그때부터 민혁은 폭력배라면 이를 갈았고 꼭 복수를 하겠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경찰들과 권력을 남용한 자들과 부를 이용해 서민들을 울리는 가진 자들까지 미워하게 되었다.

 

그렇게 2년 전의 불행은 어머니를 몸져눕게 만들었고 누나들까지 돈벌이에 나서게 만들었다. 하루아침에 한 가정을 불행으로 몰아넣은 범인, 그 범인이 뺑소니만 치지 않았어도 민혁의 아버지는 살아계셨을 것이다. 아니 돌아가셨다 하더라도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했다면 오늘날 민혁이 이토록 억울해하진 않았을 것이었다.

 

“어디 보자, 네가 진정 내 아들이냐?”

어머니는 몰라볼 정도로 변한 민혁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울먹였다.

“엄마! 나는 자랑스러운 엄마아들이야, 더 멋져진 아들...”

민혁도 어머니 얼굴을 만져보곤 팔을 들어 보였다.

“민혁아!”

“큰누나!”

“민혁이 너! 얼마나 걱정했는지, 흑흑--”

시끄러운 소리에 잠옷 바람으로 뛰쳐나온 큰누나가 민혁의 손을 잡으며 흐느꼈다.

“누나, 잘 지냈지...?”

“너 엄마가 얼마나 걱정하셨는지 아니...?”

“미안해 누나, 그리고 엄마! 난 좋은 일만 있었으니까, 이젠 걱정하지 말아요. 누나들도 알았지, 그리고 엄마, 누나들, 어떤 일이 있었는지 궁금하겠지만 지금은 얘기하기가 그렇고 때가 되면 다 말해 줄게...”

“이 어민 네가 무사히 돌아왔으니 걱정 안 한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네가 알아서 하렴...”

어머니는 민혁의 손을 꼭 잡곤 고개를 끄덕이셨다.

 

어머니는 가슴속에 비밀 한 가지를 간직하고 계셨었다.

어머닌 그 비밀을 아버지의 첫 기일 날밤, 민혁을 조용히 불러 옛날 얘기처럼 들려주셨다.

 

그러니까 어머니는 태몽으로 백호가 달려드는 꿈을 꾸셨고, 민혁은 산성마을에 사시는 외할머니 댁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어머니는 형편이 어려운 나머지 민혁의 백일잔치를 외할머니 댁에서 조촐하게 식사를 하는 것으로 대신했다고 말씀하셨다.

 

그날 어머니께서는 유난히 보채는 민혁을 업고 산성 입구까지 산책을 하셨는데, 산성 입구에 다다르자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신선 같은 노인 한분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그때 노인이 말씀하시길, ‘아이는 큰 인물이 될 아이다. 하지만 세 가지 꼭 지켜야 할 사항이 있다.’고 하셨다.

 

첫째, 아이는 몽유병(夢遊病)을 앓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좋은 징조이니 현대의학엔 맡기지 말라!

둘째, 죽었다가 3일 만에 깨어날 것이니 의심치 말라!

셋째, 아이는 20세 전에 특별한 경험을 통해 새롭게 태어날 것이다. 어미의 도리를 다하여 아이의 뜻을 존중하라!

 

이렇게 세 가지 사항을 주지시킨 노인은 연기처럼 홀연히 사라지셨다고 어머니께선 말씀하셨다. 어머니는 지금까지도 노인을 신선처럼 생각하셨고, 그 신선의 말씀을 천금처럼 가슴에 품고 사셨던 것이다.

 

민혁은 어머니가 신선처럼 믿는 노인의 말씀처럼 몽유병을 앓았다. 그리고 죽었다가 삼 일만에 살아난 귀한 아들이라고 아버지에게 들었었다. 게다가 지금은 새롭게 태어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 연유 때문인지 어머니는 그 신선의 말씀대로 민혁이가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 집을 떠났다가 돌아온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어쨌거나 어머니의 생각은 민혁이가 겪은 상황과 일치했다.

 

“엄마! 그래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증을 못 참는 작은 누나의 말을 어머니가 잘랐다.

“소연이 너는 뭐가 그리 궁금하냐? 동생이 약속대로 무사히 돌아왔으면 그만이지, 그리고 좋은 일만 있었다고 하지 않느냐? 그리고 봐라! 우리 아들이 이렇듯 훌륭하고 멋진 청년이 돼서 돌아왔구나. 얼마나 자랑스럽니?”

“엄마! 제가 변하긴 많이 변했지요. 누나들! 이젠 오빠라고 불러라! 든든한 오빠! 하하하...”

민혁은 가슴을 탁탁 치며 웃었다.

 

큰누나인 수연은 그동안에 있었던 일들에 대해 자세히 들려줬다. 특히 걱정이 되었던 학교문제도 담임선생님에게 연락해 큰 문제가 없도록 조처를 취했고, 여러 번 철구와 친구들이 다녀갔다고 말했다. 담임선생님도 두 번 다녀가셨는데 고마운 분이니 꼭 감사인사를 드리라고 당부했다.

 

민혁은 담임선생님과 친구들 얘기를 듣고 불만스러웠던 사회가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그리고 할아버지를 만나게 된 것을 진심으로 감사했다. 무엇보다도 부모님의 한을 풀어드릴 수 있게 된 것이 기뻤다.

 

 

---계속

 

^(^,

밖에서 즐겁게 보낸 만큼 집에서도 즐겁게 보내라! 

가정이 행복하면 밖에 일은 스스로 풀린다.

 

^(^,

자연사랑은

어린이들 미래이자 희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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