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듬직한 남자 2011. 11. 21.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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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사랑/어린이 사랑

 

 

한편, 시간은 밤 10시를 치달리고 있었다. 제법 쌀쌀한 거리는 불야성이었고 도로는 차량들의 행렬이 끝없이 이어졌다. 앞으로 2시간이면 정해년 새해가 밝는다. 차량들마저 들뜬 것일까 교통법규가 아예 없는 것처럼 차량들은 달리고 있었다.

 

무슨 일일까, 민혁은 사람들이 보거나 말거나 미남로터리 쪽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원래 사람들의 왕래가 많지 않은 곳이기도 했지만 연말이라 바쁘게 움직이는 몇 명 행인들을 하나 둘 스쳐 지나쳤고, 그때마다 휙휙 바람 가르는 소리가 귓가를 스쳤다. 민혁은 지금 달리 수 있는 만큼 달리고 있었다. 적어도 시속 40킬로는 넘을 것이었다.

 

‘이봐! 저게 뭐지?’

‘어디... 뭘 말이야...’

‘분명 지나갔는데...?’

‘이 사람이 늙었나, 헛것을 다 보게...’

한 승용차 안에서 두 사나이가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그 앞 승용차에선 한 아주머니가 멍한 표정으로 눈만 끔벅거렸다.

차 옆으로 분명 사람이 지나치는 것을 봤다.

그런데 눈 깜짝한 순간에 없어졌으니, 헛것을 본 듯 이상했던 모양이었다.

 

버스 안에선 승객들이 환호성을 질러대고 있었다. 승객들은 바람처럼 달려가는 민혁을 봤고, 그들 중에 한 학생이 ‘신비의 청년이다.’라고 소리치는 바람에 승객들이 난리를 쳤다. 승객들은 앞서 달려간 신비의 청년을 보기 위해 기사에게 ‘아저씨 빨리 가요.’ 법석을 떨었지만, 신호대기에 걸리는 바람에 아쉽다고 소리만 질러댔다.

 

민혁이 병원에 도착했을 땐 9시 20분경이었다. 도중에 취객들의 싸움을 말리고 가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늦었던 것이다. 취객들은 회사동료들로서 망년회를 하고 나온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한 동료가 그동안 쌓인 것이 많았던지 술김에 상사에게 시비를 걸었고 끝내는 주먹다짐까지 벌인 사건이었다.

 

민혁은 화재사건 이후 소라를 한 번도 찾지를 못했었다. 특별한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단지 방송을 타다보니 혹시 알아보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염려한 탓이었다. 그 바람에 소라와 약속한 약수도 떠다주지 못했다. 민혁은 소라에게 미안하기도 했고, 연말이라 기분도 풀어줄 겸 과일과 약수, 그리고 선물을 사서 찾아갔던 것이다.

 

소라는 민혁이 준비해온 선물꾸러미를 풀어보며 무척 기뻐했다.

엄마인 김순임도 좋아했고 병실의 환자들도 반가워했다.

약수는 병실 환자들이 나눠 먹어도 되겠다 싶어서 큰 통에 받아갔다.

 

“오빠! 귀 좀 빌려줘.”

“왜...?”

“어서, 오빠!”

민혁이 소라를 휠체어에 태워 휴게실로 나오자 소라가 귀속 말을 해댔다. 소라는 오빠가 학생들을 구하는 것을 텔레비전에서 봤다고 말했다. 그 사실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내색을 하지 않은 소라가 귀엽고 기특했다. 민혁도 소라가 뭔가 특별한 소녀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내색은 하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까, 우리 꼬마아가씨가, 내가 올 줄도 알았고, 학생들 구하러 가는 것도 미리 알았다는 말이네. 그렇지...?”

“그건 비밀인데, 그래도 특별한 오빠니까 오빠한테만 말해 줄게...”

“그래 말해봐!”

 

소라는 초등학교에 들어갔을 때부터 헛것을 봤다고 했다.

그 헛것들이 한 번씩 현실에서 실제로 벌어졌다는 것이었다.

이 사실을 엄마에게 얘길 했었지만 믿질 않았고, 지금은 엄마에게도 비밀로 한다고 말했다.

민혁은 생각했다.

소라가 자신과 뭔가 닮았다는 것을...

 

“소라야, 이 오빠가 누구라는 것, 절대로 다른 사란들에게 말해선 안 된다. 그리고 헛것을 본다는 것도 알았지...?”

“내가 바본가, 그런 걱정은 안 해도 아, 머리야...”

“소라야! 왜 그래...?”

“......”

소라는 평상시에도 눈을 감으면 헛것들이 보였다. 영상처럼 보이는 것이지만 흐릿하게 보일 때도 많았다. 흐릿하게 보였을 때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뭘 봤는지도 금방 잊어 버렸다. 그런데 별안간 머리가 아플 땐 무섭거나 끔찍한 사건들을 실제상황을 보는 것처럼 봤다. 소라는 지금 끔찍한 사건을 본 것이었다.

 

“오빠, 빨간 차 때문에 사람들이 죽었어...”

“어디서?”

“거기가... 만덕터널 가는데, 로터리야...”

“언제...?”

“잘은 모르지만 조금 이따가 사고가...”

 

민혁은 대답을 끝까지 듣지도 않은 채 병실로 향했다.

소라를 병실에 데려다 준 민햑은 손만 들어 보이곤 급히 병원을 나섰다.

그렇게 병원을 나선 민혁은 주위도 인식하지 않은 채 미남로터리로 달려가는 중이었다.

 

민혁이 로터리에 도착했을 땐 차가 밀리긴 밀렸어도 아무런 사고도 없었다.

빨간 차도 보이지 않았다.

 

“아직 시간이...?”

민혁은 시계를 들여다봤다.

시간은 10시 2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때 신호등이 바뀌면서 만덕 방향으로 직진하던 차량들이 멈췄다. 이어서 사직동에서 좌회전한 차량들이 쫓기는 것도 아닌데 터널을 향해 무삽게 내달렸다. 헌데 바로 그때였다. 직진하는 차량들 틈에 끼었던 빨간 승용차 한 대가 정차를 무시하고 옆으로 빠져 나와 그대로 직진했다.

 

“아니 빨간 차!”

민혁은 빨간 차를 발견한 순간 몸을 날렸고, 달려오는 차 앞에서 손을 흔들어 댔다.

누가 봐도 무모한 행위요, 자살행위였다.

 

끼이익--쿵--

쿠웅-뿌지직--

쾅- 쾅-

 

요란한 소리에 이어 쿵하는 소리가 들렸을 땐 민혁은 2미터 앞에 쓰러졌다가 벌떡 일어서고 있었다. 그때는 버스가 빨간 승용차를 들이받은 채 아슬아슬하게 정차했다. 버스기사는 승용차는 보지도 못했고 별안간 뛰어들어 손을 흔드는 청년만 보고 브레이크를 밟았던 것이다. 그 바람에 뒤따르던 두 대의 택시가 버스를 연속으로 들이받았다.

 

빠앙! 빠앙!

“야! 쌍년들아! 죽고 싶어 환장했냐?”

 

버스기사는 화가 났는지 크락션을 울려대곤 차에서 내리더니 욕설을 해댔다. 빨간 차엔 20대 아가씨들이 타고 있었다. 운전하던 아가씨와 옆에 앉은 아가씨는 이마가 깨져 피를 흘리고 있었고, 뒷좌석에 탄 두 아가씨는 무사한 것 같았다.

 

사실 민혁이 달려들지 않았다면 대형사고가 벌어졌을 것이었다. 물론 빨간 승용차는 버스가 들이받아 종잇장처럼 구겨졌을 것이고, 차안에 타고 있던 아가씨들은 즉사했을 것이 분명했다. 무엇보다도 버스 뒤를 따르던 차들이 연쇄충돌을 일으켜 대형사고가 벌어졌을 것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삼중충돌이 일어나긴 했지만 탄력이 붙지 않은 상태라 사람이 죽는 인명피해는 벌어지지 않았다.

 

“아이고 머리야, 그 사람 어디 갔어요. 갑자기 차 앞으로 뛰어 들면 어떻게 해!”

이마를 만지며 차에서 내린 아가씨가 상황판단을 못한 채, 차에 받힌 사람을 찾았다.

술을 먹었는지 술 냄새가 확 풍겼다.

버스기사와 차에서 내린 사람들이 손가락질을 해댔다.

 

“이봐! 아가씨, 그 사람 아니었으면 아가씨는 벌써 죽었어!”

“저년 미친 것 아냐? 술 쳐 먹고...”

“죽일 년, 너를 살리려고, 그런데 그 사람 어디 갔지...?”

“죽지 않았으면 많이 다쳤을 텐데... 찾아봐! 차 밑에 깔렸나...?”

 

사람들이 주위와 차 밑까지 찾으며 난리를 쳤다. 하지만 차에 치었던 사람은 감쪽같이 사라졌다. 승용차는 받친 흔적으로 움푹 찌그러져 있었지만 다쳐서 피를 흘렸을 당사자는 물론이고 피를 흘렸다는 흔적도 남아있지 않았다.

 

“미안해요. 여러분, 정말 죄송해요.”

상황판단을 했는지 사람들에게 사죄한 아가씨는 비틀거리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여기요. 차에 치인 사람이 있으면 나오세요. 죄송해요. 어떤 보상도 다 할게요. 빨리 나오세요. 병원에도 가야죠. 으, 흑흑, 난 어떻게 해...”

아가씨는 철퍼덕 주저앉아 흐느꼈다.

 

 

“으, 죽는 줄 알았네. 정통으로 맞았으면 다리가 부러졌겠지, 제기랄 아찔한 순간이었어, 정말이지 저 정도로 끝나서 천만다행이다. 아이고, 엉덩이야 허벅지야...”

어둑한 가로수 옆, 민혁이 엉덩이를 만지며 현장을 지켜보고 있었다.

큰 부상은 입지 않은 듯 늠름해 보이기만 했다.

 

“소라가 걱정할 텐데...”

 

앵-앵-앵--

응급차의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그때서야 안심이라는 듯 자리를 뜨는 민혁이었다.

 

그렇게 멀어지는 민혁의 어깨가 오늘따라 더 넓어 보였고, 듬직한 등판엔 송구영신(送舊迎新)이라는 글자가 빛나듯 새겨졌다가 사라졌다.

 

 

---1부 끝

 

 

작가의 말 : 본 글은 시리즈물로 구상한 작품으로서 주인공인 white tiger가 역사 왜곡은 물론, 나라의 안녕과 질서를 위협하는 외세와 부와 권력을 남용한 자들을 멋지고 통쾌하게 응징하는 활약상을 그린 작품입니다.

1부를 마치며 그동안 애독헤 주신 독자들에게 감사드립니다.

2부는 더욱 발전한 글로 찾아뵙겠습니다.

청소년들에겐 용기와 희망을... 

힘없는 서민들의 고단한 삶엔 활력소가 되길 바랍니다.

 

무엇이든 진실을 알면 말의 농간에 우롱 당하지 않는다.

자연사랑은

어린이들 미래이자 희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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