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듬직한 남자 2011. 11. 17.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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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사랑은 아이들 미래입니다. 

 

 

앵앵앵-- 앵앵앵---

병원 근처를 지나가는지 소방차 사이렌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잠시 고통스러워했던 소라는 민혁을 걱정스런 눈으로 쳐다봤다.

 

“어디 불이 났나, 꼬마아가씨, 오빠는 그만 가봐야겠다.”

“오빠, 불 끄러 갈려고...”

“글쎄다. 소라 어머니, 다시 뵙겠습니다. 그럼...”

“......”

 

민혁은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손을 흔들며 병실을 나섰다.

동래로터리에서 안락동 방향, 동래시장 입구에 있는 오피스건물 9층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 건물은 12층 건물이었고 불길은 화염에 휩싸인 9층에서 8층과 10층으로 무섭게 번지고 있었다. 건물 옥상에서는 대략 50여 명의 학생들과 선생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살려달라고 아우성을 치고 있었다.

 

10여 대의 크고 작은 소방차가 출동해 불을 끄고는 있었으나 워낙에 불길이 거세 쉽게 잡히질 않고 있었다. 게다가 10층에서 12층까지 입시학원이라 인명을 구조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민혁은 현장으로 달려오자마자 상황을 살폈다. 도로는 이미 차량들로 정체가 되어있었고 구경하려는 사람들과 주위건물에서 뛰쳐나온 사람들로 아수라장이었다. 처음부터 소방차가 적소에서 진화작업을 했다면 불길을 잡는데도 수월했을 것이었다. 소방차들은 도로에 주차된 차량들과 간이시설물들 때문에 중앙선을 점거해 불을 끄고 있었다. 문화도시 부산이란 말이 무색해진 광경이었다.

 

구조대원들은 8층에서 발이 묶여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고가사다리에 올라탄 소방대원들은 7층 높이에서 불길이 솟는 곳으로 물을 뿌려대고 있었다. 그리고 9층 건물인 옆 건물옥상으로 올라간 구조대원들은 어떻게 해서든 사다리를 놓으려고 애를 쓰고는 있었으나 그마저 여의치가 않았다. 불길이 거센 때문이었다.

 

불길은 어느새 8층 레스토랑으로 번진 상태였고, 10층을 지나 11층으로 옮겨 붙고 있었다. 상황은 점점 급박한 상황으로 치달았다. 헬리콥터가 있었다면 인명을 구조하는데 도움이 되었겠지만 지금 상황으로선 구조대원들도 어쩌질 못하는 형편이었다. 게다가 잔잔했던 바람까지 거세지자 문제는 더 심각해졌다. 그래도 다행한 것은 옥상으로 대피한 사람들 외에는 모두 피한 상태라 아직까지 인명피해는 없었다.

 

민혁이 상황을 살핀지 불과 3분 만에 진행된 상황이었다. 민혁은 더 이상 지체 할 수가 없음을 인식하고 구조대원들이 있는 옆 건물 옥상으로 달려갔다. 일단은 사람들 눈을 피해 건물계단을 이용했다.

 

“당신 뭐야! 여긴 위험하니까 빨리 내려가게!”

민혁이 옥상에 올라가자 한 대원이 제지를 했다.

“잠깐만 요, 그런데 아저씨, 사다리를 걸치기만 하면 사람들을 구할 수는 있는 겁니까?”

“이 사람이 위험하다니까!”

“내게도 생각이 있으니까 묻는 것 아닙니까?”

대원이 소리치자 민혁도 소리쳤다.

“이보시게, 사다리를 걸칠 수도 없지만, 걸쳐도 불길 때문에 구조가 어렵네. 어떻게 해볼 방도가 없으니...”

대원은 누그러진 듯 상황을 설명했다.

“그럼 아저씨! 불에 타지 않는 밧줄 같은 것은 없습니까? 있으면 옥상에다 연결해서 안전한 곳으로 타고 내려오면 될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그런 줄이 있습니까?”

“있으면, 자네가 갔고 올라가겠나?”

대원은 부질없다는 투로 말했다.

“그렇게 하죠. 내가 올라가서 연결할 테니, 저건 무슨 줄입니까?”

민혁은 말하다말고 옆에 놓인 밧줄을 가리켰다.

“우리가 건물로 올라가고 내려갈 때 사용하는 생명줄이네.”

“그럼 됐습니다. 아래는 아저씨가 알아서 하십시오. 참 아저씨, 모자와 옷 좀 빌립시다. 빨리요.”

민혁은 한 쪽에 놓인 밧줄을 집어 들며 다그치듯 말했다.

“이 사람... 그래, 무슨 수가 있기는 있는 건가?”

대원은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큰소리치는 젊은이에게 무슨 기발한 수라도 있나싶은 기대에  일단 모자와 웃옷을 벗어줬다.

민혁은 옷을 입고 모자를 쓰자마자 넓이 뛰기 선수처럼 옥상 끝으로 달려갔다.

 

“이봐! 뭐 하는 짓이야!”

대원은 기겁하여 쫓아가며 소리쳤다.

“어-어-”

“야, 어---”

이를 지켜본 다른 대원들도 기겁했지만 입만 떡 벌렸다.

그때는 민혁이 불길을 뚫고 건물옥상으로 날아오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대원들은 멍하게 젊은이가 맞은편 옥상에 내려서는 것을 똑똑히 봤다.

 

“정신들 차리시오. 난 이곳에 밧줄을 묶겠습니다. 그리고 한사람씩 내려 보내겠습니다. 리프트인지 뭔지 그것 좀 올려 보내 주십시오.”

민혁의 목소리가 얼마나 컸던지, 그때서야 대원들은 정신을 차렸고 밧줄을 타고 내려 올 수 있는 장비를 재빠르게 준비했다. 민혁은 민혁 대로 바쁘게 움직였다.

 

옥상에 있던 남녀학생들과 선생들도 불길을 뚫고 날듯이 올라오는 민혁을 지척에서 지켜봤다. 그들은 환호성도 지르지 못한 채, 눈만 비벼댔다. 세상에 20미터는 족히 될 거리를 그것도 젊은 소방대원이 날아서 올라온 것이었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을 그들은 봤고, 죽을 지도 모른다는 공포도 잠시지만 잊어버렸다.

 

불길은 소방대원들의 조처로 8층 아래로는 더 이상 번지지 않았다. 그러나 위로는 12층까지 번진 상태였다. 그때는 옥상과 옥상 간에 밧줄이 탄탄히 연결되었고, 한 대원이 밧줄을 타고 올라와 학생들부터 내려 보내기 시작했다. 그런 상황에서도 학생들이나 선생님들은 살기 위해 우왕좌왕했고, 그 바람에 누가 날아서 올라왔건 금방 잊어버렸다.

 

어쨌거나 학생들과 선생님들은 질서를 지키라는 소방대원의 말에 대체적으로 잘 따랐다. 하지만 막상 밧줄을 타고 내려갈 장비를 착용할 땐 겁먹는 학생들이 있었다. 결국은 한 여학생이 울며불며 밧줄을 못 타겠다고 버텼다. 처음엔 타고 내려갈 것 같더니 장비를 착용시키자 사색이 되어 기절할 것처럼 난리를 쳐댔다. 아마도 고소공포증이 심했던 모양이었다. 그 순간에도 질식할 것 같은 화염이 점차 옥상으로 밀려오고 있었다. 학생들은 시간이 지체되자 여학생에게 마구 질타를 해댔다. 하물며 쌍눔의 계집애, 너 때문에 우리까지 죽는다. 비켜라, 못된 계집애야, 욕설까지 해댔다.

 

“아저씨! 이 여학생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다른 학생들부터 내려 보내십시오.”

“알았네. 다음 학생!”

민혁의 말에 대원은 장비를 회수해 다른 학생에게 착용시켜 내려 보냈다.

그렇게 학생들은 20분만에 다 내려가고 이젠 선생들이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래도 질서를 지킨 탓에 빠른 시간에 내려간 것이었다.

 

‘이젠 떠나도... 더 있으면 시끄럽겠지,’

일단 주위를 살핀 민혁은 반대편 9층 건물 옥상을 살폈다. 소방대원들이 올라와 있지 않음을 재차 확인한 민혁은 쪼그리고 앉아 서럽게 흐느끼고 있는 여학생에게 다가가 어깨를 토닥이곤 붙잡아 일으켰다. 거리는 대략 30미터였다.

 

“날 믿을 수 있지...? 그럼 일어나 봐, 어서...”

여학생은 고개를 숙인 채 천천히 일어섰다.

“나만 믿고, 가만히만 있으면 된다.”

“으, 으,”

 

민혁은 학생을 번쩍 안아 들곤 반대편 옥상으로 몸을 날렸다. 실은 민혁 자신도 현 상황이 실감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자신이 옥상으로 날아서 올라왔고, 무사히 반대편 옥상으로 내려섰다는 것이었다. 잠깐 여학생을 안은 채 서 있던 민혁이 학생을 내려놨다. 학생은 그때까지도 눈을 질끈 감은 채, 떨어질 새라 옷을 꽉 잡고 있었다.

 

“학생! 이젠 안전하다. 눈 떠봐.”

“내가 어떻게...”

여학생은 잡고 있던 옷을 놓으며 살며시 눈을 떴다.

눈은 두려움에 차 있었고 몸은 사시나무 떨듯 떨어댔다.

 

“겁낼 것 없다. 그만 내려가자.”

“아저씨가 날... 데리고 날아... 왔나요?”

학생은 불길에 휩싸이고 있는 건물옥상을 쳐다봤다.

“아저씨라, 허긴 날아왔지, 가자.”

민혁은 아저씨란 말에 피식 웃곤 앞장섰다.

“아저씨, 어떻게...”

학생은 어떻게 된 일인지 묻고 싶었다.

하지만 민혁이 앞서서 내려가자 묻지도 못하고, 뒤를 종종걸음으로 따라갔다.

 

민혁은 학생을 데리고 1층 계단까지 내려왔다.

건물엔 대피를 시켰는지 사람들은 없었다.

민혁이 모자와 옷을 벗어서 계단 옆에 놓자 학생은 이상하다는 듯 민혁을 쳐다봤다.

 

“공부 열심히 해, 건강하구...”

민혁은 학생에게 씩 웃어 보이곤 건물을 나섰다.

 

그때는 마지막 선생이 구조되고 있었고, 불길도 거의 잡혀가고 있었다.

민혁은 함박눈을 맞으며 유유히 사람들을 피해 걸어갔다.

함박눈은 현장에서 멀어지는 민혁의 머리 위로 하얗게 내려앉았다.

 

여학생은 고맙다는 인사라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옷을 벗어놓을 때도 건물을 나설 때도 그냥 바라만 봤다.

 

“이게 꿈은 아니겠지...”

 

여학생은 소방관 아저씨가 아니라면 누굴까, 의혹에 휩싸였다.

옥상 간의 거리가 무려 30미터, 정말 날아다니는 사람이 있었나, 꿈은 아닌가, 자꾸 의혹만 커졌다.

 

---계속 

꿈을 꾸는 자에게만 희망은 보인다.

자연사랑은

어린이들 미래이자 희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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