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듬직한 남자 2011. 11. 16. 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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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사랑은 아니들 희망입니다.

 

 

하늘은 곧 눈발이라도 내릴 것처럼 잿빛이었다.

그동안 민혁은 집과 암동을 왕래하며 밖에 일엔 신경을 쓰지 않았다.

한 번씩 뉴스를 듣거나 신문을 보면서 지난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상황을 살펴봤다.

 

아직까지 사건은 미해결 사건으로 남았고, 검찰은 무능하다는 질타를 받았다. 그리고 한동안 영웅이라 불렸던 청년을 찾는다는 보도와 방송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자 우야무야 잠잠해졌다. 나돌던 동영상도 더 이상 나돌지 않았다.

 

그 당시 K.R.S에서는 회사를 살린 청년에게 그에 상응한 파격적인 보상을 하겠다는 방송까지 했었다. 검찰청에서도 포상을 하겠다고 청년을 찾았었다. 그때는 남녀노소(男女老少)를 불문 청년을 부러워했고, 특히 청소년들은 청년을 우상처럼 생각했다. 그러나 찾는 다는 방송이 있었음에도 청년이 나타나지 않자 사람들은 그때 그 부상으로 죽은 것이 아니냐는 애기와 기인이라 산 속으로 들어갔다는 등등, 의혹의 말들이 많았었다.

 

어쨌거나 민혁의 엄마나 누나들은 방송을 듣고 민혁에게 포상과 보상을 받자고 말했었다. 그때 포상도 포상이지만 회사에서 내건 조건은 엄청났다. 회사에선 메모리칩이 생산에 들어가면 수익의 일부를 매년 지급하겠다는 것이었다. 그 금액이 얼마가 될지는 계산하기도 어렵겠지만, 민혁의 가족이 평생 먹고사는 데는 지장이 없을 것이었다.

 

민혁은 엄마나 누나들이 보상을 받자고 하자 그럴 수 없다고 자신의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다.

그 후 영선이나 누나들은 섭섭했지만 더 이상 그 문제를 거론하진 않았다.

 

한 날은 철구와 선화가 찾아왔었다.

너무 오래간만이라 세 사람은 기뻐서 한참동안 잡은 손을 놓칠 못했다.

그들은 그동안 나누지 못했던 얘기를 오랫동안 나눴고, 저녁때는 영선이 아들 친구들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저녁을 정말이지 맛있게 배불리 먹었다. 그때 철구와 선화는 동영상의 청년이 민혁이라는 것을 알아봤고, 확인하기 위해 찾아온 것이었다. 하지만 민혁은 대단한 청년이다. 자신도 그런 능력이 있었으면 좋겠다, 너무도 태연하게 말했고, 철구와 선화는 100일 동안 집을 나갔다가 돌아온 민혁을 돌아보더라도 동영상의 장본인이 민혁임을 확신했지만 따져 묻지도 내색도 하지 않았다. 지금은 사정이 있어서 자신을 밝히지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언젠가는 진실을 말해 줄 것이라 민혁을 믿었다. 그 날 철구와 선화는 재미있는 얘기만 마음껏 하고 돌아갔다.

 

어쨌든 선화는 동영상의 인물이 민혁임을 알아보고 얼굴부터 붉혔었다. 자신의 부끄러운 곳을 난생처음 민혁에게 보인 꼴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한편으론 그 장본인이 민혁이었다는 것이 다행이고 행복감도 느꼈다. 선화는 민혁이 보고 싶어서 왔고 소원이었던 민혁의 방에서 얘기도 나눴다. 게다가 어머니가 해주신 저녁도 맛있게 먹었고 자주 놀러 와도 좋다는 어머니의 허락도 받았다. 아마도 그 날이 선화에게는 생일날보다도 더 기분 좋은 날이었을 것이다.

 

12월로 들어서면서부터 암동의 과일들이 하나둘 떨어지기 시작했다.

지금 민혁은 굵은 통나무를 깎아서 만든 함지박을 들고 떨어진 과일들을 줍고 있었다.

할아버지 말씀대로 떨어진 과일들을 수거해 동굴 욕탕 속에 넣기 위해서였다.

 

‘소라를 만나면 무슨 말부터 할까, 반겨주긴 할까, 소라 엄만 뭐라고 할까, 눈 오는 날 끼고 싶다는 벙어리장갑도 샀겠다, 일단 가서 만나자. 눈이 올 것 같기는 했는데, 히히히,’

뭔가 그리 좋은지 동굴로 향하는 민혁이 히히거렸다.

 

그동안 민혁은 대동병원에서 만났던 소라라는 꼬마아가씨를 잊지 못하고 있었다.

어떤 방식으로든 돕고는 싶었지만, 이 또한 사적인 일인 것 같아 나서는데 망설임이 있었다.

 

며칠 전이었다. 일기예보에서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부산에서도 눈을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예보를 했었다. 그때 불현듯 눈 올 때 끼게 벙어리장갑을 사달라는 소라의 말이 떠올랐다. 민혁은 소라에게 벙어리장갑을 선물해야겠다고 생각했고, 도울 수만 있으면 돕겠다고 마음을 굳혔다.

 

민혁은 암동에 오기 전, 미리 가게에 들려 분홍색 벙어리장갑과 털모자를 샀다. 포장도 분홍색포장지로 예쁘게 포장했다. 약수를 떠갈 물통과 선물을 담아갈 바구니도 샀다. 특히 약수와 과일이 엄마 병을 호전되게 했듯이 소라의 병을 치료하는데 도움이 된다면 약수라도 꾸준히 갖다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과일들은 욕탕에 넣자마자 금방 녹아버렸고 민혁은 녹아 없어지는 과일을 묵묵히 지켜봤다. 수백 년, 아니 암동이 생겼을 때부터 떨어진 과일들은 전부 욕탕에 던져졌을 것이었다. 원래부터 곤죽인 줄 알았는데 과일 때문에 곤죽으로 변했다는 사실을 민혁은 그때서야 알았다. 과일을 다 넣고 난 민혁은 즐거운 마음으로 약수를 물통에 담아 암동을 나섰다.

 

 

휘이힝-휘이힝--

어둠 속에 드러난 암봉,

민혁은 잔뜩 흐린 하늘을 올려다보며 바람에 너풀거리는 코트자락을 여몄다.

손에는 예쁜 선물바구니가 들려있었다.

 

“눈이 오긴 올 모양인데, 이왕 올 거면 병원에 갔을 때 왔으면 좋을 텐데... 소라가 좋아하겠지, 아니야, 낯선 사람이라고 선물을 안 받으면 어쩌지...”

 

잠시 하늘을 보고 섰던 민혁이 고당봉을 향해 몸을 날렸다. 고당봉까지 날아 건너는 것이 처음도 아닌데 건널 때마다 신비롭게만 느껴지는 민혁이었다. 30미터가 넘는 거리를 자신이 날아서 건넜다는 것이 꿈속인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았다. 그리고 무공이라는 것이 이토록 신비한 능력을 갖게 만드는 것인지 실감이 나지 않을 때도 있었다. 그러나 무공을 펼칠 때면 이것이 현실이구나 생각했고, 무공의 신비한 능력에 점점 매료되었다.

 

 

시간은 저녁 7시가 조금 지나 있었다.

민혁은 대동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안내원에게 소라라는 환자가 무슨 병으로 어느 병동에 입원해 있는지 물었다. 안내원은 친절하게 환자의 병명과 병동 호실을 가르쳐줬다. 소라를 만나기 위해 특별병동인 5층 7호실로 향하는 민혁의 마음은 애인을 만나러 가는 사람처럼 설레었다.

 

‘이거 무슨 말부터 하지, 꼬마아가씨 반가워요. 제길 쑥스럽군, 안녕하세요. 소라아가씨! 히히히···’

민혁은 7호실 앞에 서서 잠시 서성거렸다.

 

“누굴...?”

불쑥 환자복을 입은 50대 남자가 등 뒤에서 말을 걸었다.

남자는 화장실에 갔다가 오는지 링거를 직접 들고 있었다.

 

“아저씨, 병실에 소라라는 꼬마아가씨가...”

“요즘 투약이 심해서 그런지, 병실에만 누워있던데...”

“예! 많이 아픈 겁니까?”

“그야, 수술도 못 받고 있으니 아프겠지...”

 

남자는 민혁을 아래위로 훑어보곤 문을 열었다.

병실은 4인 실이었는데 생각보다는 컸다.

중앙에 통로를 두고 양쪽에 2명씩 입원해 있었고,

소라는 안쪽 좌측 창가에 놓인 침대에 반듯이 누워 두 개의 링거를 맞고 있었다.

민혁은 가만가만 침대로 다가갔다.

꼬마아가씨의 얼굴은 창백했지만 새근새근 자는 모습은 너무 귀여웠다.

 

“정말 꼬마아가씨가 많이 아픈가 보네···”

“정말 오빠가 왔네.”

민혁은 혼잣말로 조용히 말했지만 기척에 눈을 뜬 소라는 민혁이 올 줄 알았다는 듯 화사하게 미소를 지었다.

 

“어이, 꼬마아가씨, 내가 누군지 알아...?”

민혁은 의외였지만 소라가 자신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 정말로 기분 좋았다.

“오빠가 오는 걸 봤거든...”

“야, 꼬마아가씨가 대단한데...?”

민혁은 의혹이 생겼지만 내색은 하지 않았다.

“오빠, 그건 내 선물...”

“내가 우리 꼬마아가씨 줄려고 선물을 가져왔지, 자 받아...”

“고마워 오빠! 그런데 눈은 안 와...”

소라는 글썽인 눈으로 민혁을 쳐다보곤 창밖을 바라봤다.

“우리 꼬마아가씨가 보고 싶다는데, 곧 눈이 올... 와, 눈이다. 눈이 온다.”

민혁은 씩 웃어 보이곤 가려진 커튼을 걷다말고 소리쳤다.

창밖엔 정말이지 함박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다.

 

“야, 정말이네, 오빠 나 좀 일으켜 줘...”

“누구... 신지?”

그때 한 여인이 다가왔다.

“엄마! 전에 그 오빠야, 내가 꼭 온다고 그랬지,”

“안녕하세요. 강 민혁이라고 합니다.”

“네, 저는 소라 엄마예요. 그런데 어떻게...?”

“보세요. 함박눈...”

민혁은 대답대신 창밖을 내다봤다.

“엄마, 엄마, 나 좀 일으켜 달라니까...”

 

세 사람은 말없이 펑펑 내리는 함박눈을 내다보며 한껏 들떴다.

다른 환자들도 다가와 창밖을 내다봤다.

그들의 얼굴에도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들뜬 기분이 그대로 드러났다.

 

‘소라 엄마에게 뭐라고 말하지, 그냥 문병을 왔다고...’

민혁은 소라 엄마에게 뭐라고 말하면 좋을지, 대답이 궁색했다.

그 냥 문병을 왔다고 말하기도 난처했다.

처음 보는 남자가 불쑥 찾아왔으니 이상하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었다.

 

원래 특별한 환자에겐 1년에 한두 번씩 문병을 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어떤 특별한 날에만 한 번씩 찾아와 자주 찾아올 것처럼 환자의 마음을 흔들어 놓곤 돌아갔다. 그렇게 일회성으로 문병하는 사람들 때문에 오히려 환자에게 마음에 상처를 입히는 경우가 많다는 방송을 민혁은 봤었다. 그때 방송에서는 환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내세우기 위한 일회성 문병은 지양돼야 한다고 방송을 했었다.

 

“엄마! 오빠가 선물 사왔다. 와, 벙어리장갑이다. 모자도 있네. 엄마, 이건 복숭아네, 배도...”

소라는 함박눈도 눈이지만 선물이 뭘까 궁금했던지 선물바구니를 풀었다. 바구니엔 예쁘게 포장된 벙어리장갑과 털모자, 배와 복숭아 그리고 작은 물통이 들어있었다. 소라는 쓰고 있던 모자를 벗고 털모자를 썼다. 그리곤 벙어리장갑도 꼈다. 소라는 눈물을 글썽이며 커다란 복숭아를 두 손으로 받쳐 들곤 신기한 듯 엄마를 쳐다봤다.

 

“오빠가 좋은 선물을, 고마워요.”

여인의 눈에도 눈물이 글썽거렸다.

 

세상에 딸애의 마음을 어떻게 알고 사왔을까, 그때 소라는 첫눈이 올 때 끼게 장갑을 사달라고 말했었다. 그런데 믿은 것은 아니지만 소라가 말한 대로 청년이 왔고, 자신이 사줘야할 선물까지 사왔다. 여인은 딸의 말보다도 청년이 고마워 울컥 가슴이 복받쳤던 것이다.

 

“별 말씀을... 그런데 소라 어머니, 배와 복숭아는 특별한 과일입니다. 그리고 이 물은 약순데 몸에 좋은 약수라고 합니다. 꼬마아가씨가 목이 마르면 수시로 마시게 하세요. 약수는 떨어지지 않게 떠다가 드리겠습니다. 참, 이 배는 좀 쓴 뱁니다. 몸에 해가 되는 것은 아니니, 그냥 먹게 하면 됩니다. 복숭아는 맛이 아주 좋습니다. 배를 먹고 입가심으로 먹으면 좋을 겁니다. 꼬마아가씨, 오빠 말 잘 들었지, 엄마가 주는 대로 잘 먹어야 한다. 알았지,”

민혁이 얘기하는 동안 여인과 소라는 진지하게 들었고, 다른 환자들과 보호자들은 의혹의 눈으로 민혁과 복숭아를 쳐다봤다. 그들의 눈에도 복숭아는 신기해 보였던 모양이었다.

 

“세상에 겨울에 복숭아가, 그런데 배는 왜 쓰지요?”

“제가 알기론 한약처럼 약효가 있어서 쓴 것으로 압니다. 몸에 좋을 것이니 소라만 먹이십시오. 꼬마아가씨는 써도 먹어야한다.”

“오빠는 걱정 마라, 소라는 쓴 것도...”

 

별안간 소라가 얼굴을 찡그리며 머리를 감쌌다.

소라만의 특별한 증상이 갑자기 나타난 것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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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사랑은

어린이들 미래이자 희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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