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듬직한 남자 2011. 11. 11. 0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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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사랑은 아이들 희망입니다.

 

 

민혁이 광안리 백사장에 도착한 시간은 저녁 6시경이었다.

어둠이 잔잔히 내려앉은 백사장엔 소외된 노인들인지 홀로 걷는 노인들도 여러 명 있었고, 한 쪽에선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학생들이 불꽃놀이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젊은 남녀들의 데이트하는 모습도 보였다. 가을밤의 정취가 나름으론 아름답게 느껴지는 광경이었다.

 

민혁은 출렁거리는 바다를 바라보며 바닷바람을 양껏 들이마셨다. 그리곤 멀리 대교를 봐라봤다. 광안대교의 야경이 하늘의 별들을 따다가 장식을 한 듯 아름답게 반짝거리고 있었다. 방송으로만 봤던 대교의 야경을 직접 보니 그동안 뭘 하느라 한 번도 못 와 봤을까 회의가 들기도 했다.

“......”

 

“방송으로 봤을 때보다 더 좋은데, 그런데 놈을 어디 가서 찾지, 정 검사에게 전활 할까...? 아니야, 문제가 생기면 큰일이지... 일단 장발사나이를 찾아보자.”

 

민혁은 영란에게 도움을 청할까 생각도 했지만, 혼자 해결하기로 했다.

지금까지의 상황으로 봐선 장발사나이는 백사장에 분명 나타날 것이다.

 

“김성원도 이곳에 오겠지, 제길 얼굴을 모르니...”

 

물건을 받기로 했다는 사나이의 전화통화 내용을 들었을 때는 무슨 물건일까 의문만 들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물건이 김성원이 개발했다는 설계도면과 첨단메모리칩이라고 민혁은 확신했다. 물론 김성원이 그 물건을 건네기 위해 백사장 어딘가에 와 있다고 생각하니 몸이 달았다. 얼굴이라도 안다면 사전에 만나서 어떤 조치를 취했겠지만, 지금으로선 장발사나이를 잡는 길뿐이었다.

 

민혁은 눈을 크게 뜨고 언제 나타날지도 모를 장발사나이를 찾아서 백사장을 걸었다. 놀러 나온 사람처럼 천천히 걸으며 지나치는 사람들을 일일이 살폈다. 멀리 수상쩍다고 느껴지는 사람이 있으면 걸음을 빨리 해 확인도 했다. 50대 사나이가 있으면 일부러 스치듯 지나가며 사나이를 살폈다. 혹시라도 행동이 부자연스럽거나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 김성원씨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었다.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것이 이렇듯 짜증스럽고 초조하다는 것을 민혁은 오늘 처음 알았다. 하지만 반가운 사람이라면 그렇지도 않을 것이었다. 특히 연인을 기다리는 것이라면 마음이 설레기도 할 것이다. 아무튼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것은 그 상황에 따라 마음의 동요도 천차만별로 나타날 것이다.

 

시간은 7시 30분을 지나고 있었고, 특별한 사항도 벌어지지 않았다. 민혁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신경을 곤두세웠다. 그때 실컷 놀았는지 학생들이 떠들며 자리를 떴고, 저녁을 먹고 산책을 나왔는지 중년부부가 팔짱을 낀 채 민혁을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직장 동료들로 보이는 남녀들이 시끄럽게 떠들며 백사장으로 내려왔다. 떠드는 소리를 들으니 회식을 했는지 이차를 가자는 말들이 들렸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밤을 새더라도 놈을 잡아야 해...”

 

민혁은 줄기차게 백사장을 걸었다.

벌써 왕복 10번째였다.

 

시간이 8시가 넘어가자 백사장을 거닐던 중년부부도 노인들도 하나둘 돌아갔고, 다정해 보였던 연인들도 몇 쌍밖에 보이질 않았다. 썰렁해 진 백사장엔 띄엄띄엄 나 홀로 족속들만 늦가을의 고독을 즐기고 있었다. 그들 중 한사람이 바로 민혁이었다. 시간은 그렇게 흘러가고 8시 30분을 지나 40분이 되고 있었다. 그때 한 나홀로 족속이 남들이 보거나말거나 바다에 시원스럽게 오줌을 갈겼다. 이를 본 민혁은 나서고 싶었지만 못 본척했다. 아니, 별안간 오줌이 마려웠다. 그런데 그게 이상하게도 그 사람처럼 신나게 오줌발을 날리고 싶어졌다.

 

“제길, 중학교 때는 철구랑 오줌발 내기도 했었는데...”

 

민혁은 좌우 거리를 측정하곤 동쪽 간이화장실로 향했다.

민혁이 화장실에 다가가 문을 막 열려는 때였다.

정장의 한 사나이가 인도에서 백사장으로 내려섰다.

순간, 민혁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뭔가 감지를 했지만 민혁은 자연스럽게 화장실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사나이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걸어와 화장실 3미터 앞에 멈췄다.

흐릿한 가로등불빛에 사나이의 얼굴이 드러났다.

수척해 보이는 얼굴로 봐선 김성원이 틀림없었다.

 

따르릉...

“예, 방금 도착했습니다.”

김성원은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벨이 울리자마자 전화를 받았다.

‘설계도면은 가지고 왔겠지?’

“예, 시키시는 대로 도면과 칩을 가져왔습니다.”

‘좋소! 뒤쪽에 보면 나무 의자가 있소. 거기에 앉았다가 다시 전화를 하면 물건을 놓고 집으로 돌아가시오. 참, 50억이면 작은 돈이 아닐 텐데... 대가가 적다면 더 줄...’

“이것 보시오. 난 대가를 바라고 이 짓을 하는 게 아니요. 우리가족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가족을 위해서라, 어쨌든 박사, 50억은 서류를 확인한 후 현금으로 배달 될 것이오. 일단 의자로 가시오.’

“안 됩니다. 두 번 다시, 돈 얘긴 꺼내지도 마시오.”

김성원이 언성을 높이곤 주위를 둘러봤다.

 

화장실에서 10미터쯤 떨어진 곳에 나무의자가 있었다.

김성원은 천천히 걸어가 의자에 앉았다.

의자는 사람들이 앉아서 쉴 수 있도록 백사장에 있었고 인공으로 만들어진 긴 의자였다.

 

‘내 예감이 틀림없었어, 어쩌지, 지금 나갈 수도 없고...’

민혁은 소변을 제대로 보지도 못한 채 김성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예상은 했었지만 이렇듯 김성원을 만나게 되자 한시름 놓였다. 하지만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지 걱정도 되었다. 밖을 내다볼 수 있는 틈새는 없나 살폈지만 그런 틈새도 없었다.

 

‘잘못하면 놈을 놓친다. 어떻게 하지 후휴-’

민혁은 공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려고 심호흡을 해댔다. 화장실 냄새인 암모니아 냄새가 지독하게 후각을 자극했다. 그래도 민혁은 얼굴만 찡그렸을 뿐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놈은 악랄하고 무서운 놈이다. 물건을 건네받기 전에 제압할 방법을 찾아야, 씨, 그런데 내가 다 떨리네.’

민혁은 사나이에 대해 두려움을 느꼈다. 오늘 같은 두려움은 처음 느껴보는 두려움이었다. 사실이지 검찰청이 어느 곳인가, 그런 검찰청에 들어가 그것도 수사관들 앞에서 범인들을 독살한 자다. 생각만 해도 소름끼치는 일이었다. 그런 자를 잡겠다고 나섰으니 민혁은 두렵기도 했을 것이다. 그래도 민혁은 마음을 안정시키곤 사나이를 잡지 못한다면 물건이라도 회수할 방도를 생각했다.

 

“아, 시원하다. 뭘 잘못 먹은 것도 없는데 설사는...”

 

민혁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화장실 밖으로 나오며 큰소리로 말했다.

그리곤 몇 걸음 걸어가더니, 아예 백사장에 철퍼덕 주저앉았다.

바다를 바라보고 앉은 위치가 김성원을 감시하기엔 좋은 위치였다.

 

김성원은 별안간 화장실에서 나온 청년을 보고 움찔 놀랐다.

이내 안심은 했지만 그동안 갈등을 느꼈던 것들을 떨쳐버린 것은 아니었다.

“......”

‘그냥 캭 죽어버려,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으휴,’

김성원으로선 참으로 난감한 일이었다. 가족을 살리자니 매국노가 되는 꼴이고, 애국하자니 가족들도 지키지 못하는 가장이 되는 꼴이었다. 이럴 바엔 차라리 한목숨 끊어버리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어디 목숨 끊기가 쉬운가, 한숨만 내뿜는 김성원이었다.

 

따르릉, 따르릉,

“여보...세...”

‘저 놈은 누구요?’

“모르는 사람입니다. 백사장에 놀러 나온 모양이지요.”

‘날 속인 거라면 각오를 해야 할 것이요. 알겠소!’

“절대 그런 일은 없습니다. 이젠 어떻게...”

‘5분 후 다시 전화하겠소! 그대로 계시오.’

“......”

 

‘놈은 근처에 있다. 분명 지켜보며 전화질을, 헌데 물건을 어떻게 건넬지...? 함부로 나설 수도 없고...’

민혁은 물건을 어떻게 회수할지, 사나이가 나타나면 어떻게 잡을지 생각했다. 만에 하나 실수라도 한다면 문제가 심각해지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사람을 악랄하게 죽이는 사나이가 김성원을 인질로 잡았을 경우도 염두에 두었다.

 

민혁의 신경은 온통 뒤쪽 김성원에게 가 있었다. 청각은 물론 모든 감각을 열어놓고 경계에 만전을 기했다. 곧 나타날 사나이를 제압하기 위해선 정말이지 한 치의 실수라도 용납할 수가 없는 것이다. 사나이는 만만한 상대도 아니지만 절대 놓쳐서도 안 되는 작자다. 따지고 보면 이번 기회가 사나이를 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 것이었다.

 

그때 인도에 세워진 가로등이 수명이 다했는지 깜박깜박 꺼졌다가 다시 켜졌다. 바로 그 가로등 옆, 처음부터 그 자리에 서 있었던 것처럼 바바리코트 사나이가 음산한 기운을 풍기며 서 있었다. 사나이의 눈이 한 번씩 날카롭게 번뜩였다. 사나이가 날카롭게 주시한 곳은 등을 보이고 앉아있는 김성원과 그 앞쪽의 민혁이었다.

 

‘같이 온 자는 아니군. 클클, 돈을 싫어하다니 대단한 애국자야, 하지만 박사, 네놈에게 줄 돈이 있다면 대일본제국을 위해 쓸 것이다. 멍청한 놈!’

사나이는 비릿한 웃음을 흘리곤 바바리코트 양쪽주머니에 푹 찔러 넣었던 손을 꺼냈다.

오른손엔 핸드폰이 들려있었다.

 

따르릉...

“여보세요?”

‘물건을 꺼내 옆에다 놓고 일어서시오.’

“물건을 꺼내놔도 괜찮겠습니까?”

‘말이 많다. 시키는 대로하시오.’

“휴--”

 

김성원은 진정하려고 애를 썼으나 손뿐만 아니라 온 몸이 떨렸다.

가까스로 진정한 김성원은 떨리는 손으로 안주머니에서 두툼한 봉투를 꺼냈다.

잠시 망설이듯 주춤거린 김성원이 조심스럽게 봉투를 옆에다 내려놓곤 천천히 일어섰다.

 

---계속

거짓 사랑은

영혼을 파는 행위이다.

자연사랑은

어린이들 미래이자 희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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