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사랑은 아이들 미래입니다.
5장 : 산업스파이
민혁은 노포동역을 나와 도로변에 있는 농원들을 살피며 걸었다.
원래 노포동엔 화원보다는 농원들이 더 많았다.
민혁은 혹시 농원을 화원이라고 말한 것이 아닌가, 의문을 품고 살피고 있는 중이었다.
휘이휭~~
서늘한 바람이 가로수로 심어진 은행나무를 흔들며 지나갔다. 노랗게 물든 은행잎들이 노랑나비들처럼 너풀거리며 날아올랐다가 우수수 떨어져 내리는 모습이 나비처럼 아름다웠다. 그렇게 떨어지던 은행잎 하나가 너풀거리며 민혁의 머리에 내려앉았다.
머지않아 겨울이 닥쳐올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계절의 감각을 잃어버린 듯 무관심인 민혁이었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너풀거리며 날아오른 은행잎들이 납치범들 생각으로 꽉 들어찬 민혁의 머릿속에 잠깐이지만 가을의 정취가 스치듯 들어앉았다가 바람처럼 달아났다.
“예쁘네. 엄마 가계부 책갈피에 꽂아놓으면 좋아할 텐데, 아참, 약수와 과일, 제길 물통을 가져올걸...”
민혁은 머리에 내려앉은 은행잎을 들여다보며 잠시 엄마를 떠올렸다.
조영선은 삶에 찌든 생활 속에서도 소녀처럼 낭만이 있었다. 유별나게 가을단풍을 꽃보다 더 좋아했던 영선은 몸이 불편하기 전엔 가을이면 어김없이 예쁜 단풍을 따다가 가계부며 시집 등, 책갈피에 꽂아두었었다. 사실이지 조영선은 단풍을 채집하는 것이 취미생활이었다. 그 취미생활 속에서 영선은 소녀로 돌아간 즐거움과 행복을 느꼈을 것이었다. 이를 누구보다도 잘 아는 민혁으로선 엄마가 하루라도 빨리 건강을 회복해 옛날로 돌아가길 바랐다.
“아니, 4454...?”
울산 방향으로 한참 걸어온 민혁의 눈이 도로에서 100미터쯤 떨어진 한 농원을 직시했다. 6미터 넓이의 비포장 길이 산 쪽에 있는 간판도 없는 농원까지 이어져있었다. 민혁의 눈은 그 농원 안에 주차된 승용차 번호판에 고정되어 있었다. 100미터 거리라면 가까운 거리는 절대 아니다. 하지만 민혁의 눈엔 정확하게 4454란 번호가 보였다.
“분명 저곳까지 샅샅이 훑었었는데, 내가 간 다음에 왔나...? 제발 무사해라! 그래, 망설임 없이 놈들을 제압해야한다. 암 가차 없이...”
민혁은 빠르게 몸을 움직였다.
‘씨벌, 언제까지 숨어 지내라는 거야 이거...’
‘지금 갖다가 버릴 수도 없고, 씨- 밤에 갖다가 버려야지...’
‘근데, 차는 왜 갖다가 버리라는 거냐?’
‘검찰에서 사무실에 다녀갔는데, 도난차량이라고 했다더라. 그런데 씨벌 자식이 화는 왜내, 우리가 뭘 잘못했다고...’
허름한 건물 안에서 사나이들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목소리는 짜증난 목소리였다.
민혁은 문 옆에 붙어 서서 안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를 듣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안에 여자가 있다면 어찌할까 생각했다. 만에 하나 잘못 들이쳤다가 인질인 여자에게 문제가 생긴다면 큰일이기 때문이었다. 다행이 안에는 인질이 없는지 여자의 기척은 느낄 수가 없었다.
‘인질을 다른 곳에 숨겼나...? 그렇다면 시간 끌 것 없지,’
민혁은 안경을 고쳐 끼곤 모자를 푹 눌러썼다.
콰다당-콰당-
민혁이 움직인 순간,
문짝 떨어져나가는 소리가 요란했다.
“뭐야!”
“이 새끼, 죽어라!”
퍽! 퍼벅!
큭! 윽!
방안에 마주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던 충식과 종구는 졸지에 문짝이 떨어져나가며 들이닥친 민혁을 봤다. 그래도 주먹깨나 쓴다고 날렵하게 일어나 달려들었으나 어떻게 당했는지도 모른 채 목과 복부를 부여잡곤 주저앉고 말았다. 정신이 아뜩했고 통증이 얼마나 심한지 신음이 절로 흘러나왔다.
사실 충식과 종구는 방안에 들어선 민혁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했다.
자신들을 쫓고 있는 경찰일 것이란 생각에 도망치는 것이 상책이라고 달려들었던 것이다.
퍽! 퍽!
으윽, 컥-
“납치한 여자는 어디 있냐?”
방안을 둘러본 민혁은 화가 났다.
볼 것도 없이 두 사나이들에게 발길질을 가했다.
그리곤 차갑게 말했다.
“으으, 우린 모릅니다.”
“뭐라! 네놈들이 납치하고도 모른다. 이런 나~ 쌔끼들--”
팍-파팍--
큭, 커억,
“으--”
“음--으--”
민혁의 발길질엔 사정이 없었다.
그렇다고 죽으라고 발길질을 한 것은 아니었다.
정말 죽일 생각이었다면 이미 충식과 종구는 죽은 목숨이었다.
충식과 종구는 눈을 까뒤집을 정도로 충격을 받고 바닥을 기었다.
“다시 묻겠다. 여자는 어디 있냐?”
민혁의 목소린 충식과 종구의 귀엔 저승사자의 목소리처럼 무섭게 들렸다.
“으- 집에 데려다 줬습니다.”
“집이 어디며 이름은 뭐냐?”
“사...”
“야, 종구 너--”
죽도록 두들겨 맞다보니 생각이 난 것일까, 종구가 입을 열자 충식이 배를 움켜쥔 채 눈을 부라렸다.
그때 민혁의 발이 충식의 턱으로 날아들었다.
퍽-
쿵-
끄응-
충식은 벽까지 밀려가 기절했다.
“으- 말하겠습니다. 사직동 럭키아파트... 김 미애라는 것만 압니다.”
종구는 고개를 숙인 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왜 납치를 했느냐?”
“그건 모릅니다.”
“누가 시켰느냐?”
“충식이가... 그 이상은 모릅니다. 정말입니다.”
말하는 종구의 눈은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개새끼, 마도식이 시켰다는 것을 안다. 더 이상 실토는 안 않겠지, 그래도 어디야, 사는 곳과 이름은 알아냈잖아, 그럼 새끼들을 정 검사한테 넘겨야겠지,’
민혁은 더 닦달할까 생각도 했지만 납치됐던 여자를 풀어 줬다는 말에 이쯤해서 범인들을 검찰에 넘기기로 했다.
범인들을 결박한 민혁은 영란에게 전화를 걸었다.
영란은 범인을 잡아놨다는 민혁의 말을 믿을 수 없다는 듯, 정말이냐고 다짐을 받고서야 곧 출동하겠다고 말했다.
정영란을 위시한 수사관들은 정확히 35분 만에 출동했고, 민혁은 정영란이 직접 출동한 것을 확인한 뒤 지하철을 타고 집에 돌아왔다. 집에 돌아온 민혁은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엄마와 대화도 나누고 팔다리도 주물러 드렸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저녁을 먹었다.
밤 8시경,
민혁은 암동에 가려고 현관을 나서고 있었다.
“엄마! 좀 늦을 지도 몰라요. 걱정 마시고 주무세요.”
“민혁아! 요즘에도 복숭아가 있는 줄은 몰랐다. 하우스 재밴가...? 그런데 민혁아, 과일을 몇 개만 더 가져왔으면 좋겠다. 누나들도 하나씩 줬으면... 나 혼자 먹으려니 목에 걸려서 말이다.”
영선이 어려운 사람에게 부탁하듯 말했다. 부모 마음이야 다 똑 같겠지만 영선으로선 아들도 아들이지만, 두 딸에게 미안한 마음이 많았다. 아버지가 비명횡사한 뒤 딸들의 앞길을 막은 것도 부족 해 짐이 됐으니, 영선의 마음은 쓰리고 아팠다. 그런 상황이었으니 영선으로선 귀한 과일을 딸들과 나눠 먹고 싶었을 것이다.
“예 엄마, 따올 수 있으면 하나씩 더 따오겠습니다. 그럼 엄마,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잘 다녀오너라!”
“......”
민혁은 어머니를 생각해 대답은 시원스럽게 하고 집을 나섰다. 하지만 염려스러운 것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자신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들이지만 함부로 사용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정말이지 피치 못할 부득이한 사정이라면 어쩔 수 없겠지만 사적인 일로 암동의 물건에 손을 대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한편, 검찰청 3층 취조실에선 영란과 권 수사관이 범인들을 취조하고 있었다.
그런데 범인들은 했던 얘기만 되풀이하고 있었다.
그 얘기란 것이 민혁에게 털어놓았던 얘기를 앵무새처럼 반복해서 털어놨을 뿐이었다.
“좋은 말로 할 때, 다 털어놔라! 이 새끼들아!”
“왜 이러십니까, 돈 좀 뜯어내려고 납치했다가 그냥 풀어 줬다니까요. 몇 번이나 말해야 믿어 주시겠습니까?”
충식은 짜증난 목소리로 대들 듯 말했다.
“차도 훔친 차다. 사무실도 빈 사무실이라 그냥 사용했다. 배후는 절대 없다. 마도식이 누군지 모른단 말이지! 이런 쳐 죽일 새끼들이 있나, 다 모른다면 누가 알아 새끼들아! 어쨌든 니들이 털어놓지 않나 두고 보자.”
“......”
취조실 밖에선 염균호와 다른 수사관들이 지켜보고 있었다.
한참동안 지켜보고 있던 염균호가 무슨 일인지 인상을 써대며 자리를 떴다.
“......”
“정 검사도 대단해, 염 부장 인상 쓰는 것 봤지? 그렇게 까대더니...”
“그러게 말이야, 아무튼 염 부장도 알아줘야 해...”
“아무튼 납치를 했다가 풀어줬다니, 뭔가 냄새가 나?”
“분명 배후가 있을 게야, 검사님 나오라고 하고 내가 들어가야겠어, 자넨 사직동에 갔던 일은 어떻게 됐는지 알아보고, 검사님께 즉시 보고 해!”
이정수 수사관과 동료 수사관이 염 균호가 자리를 뜨자, 아주 잘됐다는 표정으로 수사에 관한 애길 나눴다.
바로 그 시각이었다. 중앙동 대일빌딩 17층 대일상사 사무실엔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고, 사무실엔 단 두 사람이 은밀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문 밖엔 정장을 한 건장한 사나이들이 눈을 부릅뜬 채 경계를 서고 있었다.
“조센징 놈들은 믿을게 못된다. 우쯔키! 앞으론 조센징 놈들에겐 중요한 일은 맡기지 마라!”
소파에 깊숙이 몸을 묻은 마도식이 싸늘하게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사장님! 본국에서 애들이 들어올 겁니다. 앞으론 그 애들을 쓰면 문제될 것이 없을 겁니다.”
맞은편에 앉은 우쯔키가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거 아주 잘 됐군. 그런데 우쯔키! 놈들이 입을 열기 전에 없애버려라!”
“이미 지시를 내렸습니다.”
“그자라면 해운대 일처럼 깨끗이 해결하겠지...”
“여부가 있습니까, 무사시님께서 특별히 아끼는 인물로서 암살을 목적으로 데려다 논 인물입니다.”
“아주 대단한 인물이라는 얘기를 들었지, 그건 그렇고 놈이 순순히 설계도와 정보를 내놓을까?”
“김성원도 별 수 없을 겁니다. 놈이 보는 앞에서 두 사람을 죽였으니, 죽기 싫으면 협조를 하겠지요. 아무튼 무사시님이 하는 일은 빈틈이 없고 상대를 꼼짝 못하게 만듭니다. 무서운 분이지요.”
“앞으로 큰일을 하실 분이니, 우리가 많은 도움을 드려야 할 텐데... 아무튼 이번에도 염 검사 덕을 봤군. 고맙다는 성의 표시라도 해야겠지, 준비되면 우쯔키가 한번 다녀와라!”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럼 우리도 퇴근하지...”
마도식은 음흉스런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계속
^(^,
작가는 독자의 댓글에 힘을 얻습니다.
남은 시간 즐겁게 보내십시오.
^(^
자연사랑은
어린이들 미래이자 희망입니다.
'판타지(white tiger)'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설, white tiger 25 (0) | 2011.11.10 |
---|---|
소설, white tiger 24 (0) | 2011.11.09 |
소설, white tiger 22 (0) | 2011.11.07 |
소설, white tiger 21 (0) | 2011.11.06 |
소설, white tiger 20 (0) | 2011.11.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