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white tiger)

소설, white tiger 2

듬직한 남자 2011. 10. 3.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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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혁이 악몽 같은 비몽사몽을 경험한지 꼭 보름이 되던 날 밤이었다. 사건의 계기가 되는 비몽사몽을 또 꾸게 되었다. 이상한 꿈이긴 했으나 자칭(自稱) 산신령이요, 신선이라는 노인과 진지하게 말싸움을 벌이는 꿈이었다.

 

만월이 유난히 밝은 밤이었다. 금정산 고당봉은 안개가 잔잔히 깔려있었고, 민혁은 위험천만한 천길 벼랑 끝에 신선이라는 백발노인과 마주앉아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정의(正義)가 무엇인지 아느냐?’

‘그걸 질문이라고 하십니까?’

‘이놈아! 묻는 말에 대답이나 하거라!’

‘알았어요. 거 뭐냐! 사람으로서 지켜야할 바른 도리를 뜻합니다.’

‘진작 대답할 것이지, 뜸을 드리긴 못된 놈!’

‘그런데 할아버진 도대체 누구십니까?’

‘산신령이라 하지 않았느냐?’

‘요즘 세상에 산신령이 어디 있습니까?’

‘이놈이 그래도...’

‘알았어요, 산신령 할아버지! 그래 제가 뭘 해야 합니까?’

‘난, 네놈이 어렸을 때부터 봐왔다. 네놈은 산을 무척이나 좋아하더구나!’

‘그래서요.’

‘난 말이다. 백일 동안만 너와 함께 있을 수가 있다.’

‘저하고요. 나 참, 기가 막혀서...’

‘이놈아! 거두절미(去頭截尾)하고, 백일동안 아주 특별한 것을 네놈에게 가르쳐줄 것이다. 그걸 배우겠느냐?’

‘특별한 거요, 저는 그런 것 안 배웁니다.’

‘뭐라! 뭘 배울지도 모르면서 무조건 안 배우겠다.’

‘할아버지! 공연한 입씨름은 하고 싶지가 않다는 얘깁니다.’

‘이놈아! 네놈 가슴에 복수심이 있음을 안다. 힘과 권력을 갖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으니 화가 나겠지, 게다가 정의를 내세우고 싶어도 힘이 없으니, 그 또한 울화통이 터질게다. 그래서 말이다. 네놈에게 그 힘을 키워줄 것이다.’

‘할아버지! 힘을 키운다고 맘대로 키워집니까?’

‘이놈아! 능력도 키우고, 특별한 무술인 무공(武功)도 배워라! 세상에서 네놈을 능가할 자가 없을 정도로 막강한 힘을 갖게 해 주겠다. 알겠느냐?’

‘이걸 믿어 말어···’

‘이 노 옴! 치도곤을 당해야...’

“알았다니까요?”

꿈속이지만 신경질적으로 언성을 높인 민혁이 눈을 번쩍 떴다.

컴퓨터 앞에 앉아서 꾸벅꾸벅 졸다가 이상한 꿈을 또 꾼 것이었다.

 

 

“제길, 이건 또 무슨 꿈이지,”

“......”

 

그 일이 있은 후부터 민혁은 비몽사몽간에 똑같은 꿈을 날마다 꾸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비몽사몽간이지만 민혁은 산신령이라는 노인과 또다시 실랑이를 벌였고, 운명처럼 노인의 뜻에 따르게 되었다. 그것도 보름날 밤에 금정산정상에서 만나기로 굳게 약속을 하고 말았던 것이다. 지긋지긋한 꿈을 면하기 위해 노인의 강요에 못 이기는 척 따른 것이지만 꿈속의 약속도 약속은 약속이었다.

 

 

며칠 후 민혁은 노인과의 약속대로 보름달이 중천에 떠오른 시간에 맞춰 고당봉에 올라갔다. 꿈속의 노인은 은은한 달빛 아래 그것도 우뚝 솟은 바위 위에 신선처럼 서서 민혁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것이 현실인지 볼을 몇 번 꼬집어보고서야 꿈속이 아닌 현실임을 실감한 민혁이었다. 그렇게 꿈은 거짓말처럼 현실로 나타났다.

 

“왔느냐?”

“약속을 했으니까 왔지요.”

“그럼 가자!”

노인은 말을 마치자마자 민혁의 손을 잡아끌었다.

무협영화의 한 장면처럼 민혁은 노인의 손에 끌려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휙휙 거리는 바람소리가 귓가를 스쳤고 꿈만 같았다. 이것이 꿈인가 생각한 순간 민혁은 고당봉에서 30미터나 떨어진 맞은편 암봉(岩峰)에 가뿐하게 내려섰다. 그러니까 민혁이 30미터나 날아갔다는 얘기였다.

 

암봉(岩峰)에 내려선 노인은 민혁을 고당봉지하 암동으로 데려갔다. 눈을 의심하여 몇 번이고 눈을 비볐지만 암봉에는 지하로 들어가는 비밀 입구가 있었던 것이다.

 

세상에 이럴 수가?

민혁이 수백 번도 넘게 올라왔던 고당봉이었다. 그 고당봉지하에 운동장만한 암동이 있다고는 민혁은 정말이지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암동은 실제로 있었고, 그야말로 별천지가 펼쳐져 있었다.

 

“지금 이 시간부터 수련에 임할 것이다.”

“지금부터...요?”

“이놈아! 시간이 금이요, 대장부 약속은 천금보다 무겁다. 알겠느냐?”

“예! 수련을 하지요.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아닙니까?”

속으론 겁났지만 민혁은 큰소릴 뻥치고 말았다.

“......”

 

노인은 첫날부터 수련을 시켰다. 뼈를 깎는 엄청난 고통이 수반 되었고, 그렇게 백일동안의 암동수련에 임해야 했다. 별천지인 암동을 구경할 생각은 아예 꿈도 꾸지 못했다.

 

“천지인하여 정기신(靜氣身)을 이루어라! 하늘과 땅, 우주 속에 나가 있으니, 고요히 우주를 명상하라! 대자연의 기운을 받아들여라! 육신은 한갓 사물에 지나지 않으니, 우주 삼라만상을 육신에 담으면 육신 또한 삼라만상이다. 천지인하여 정기신하면 삼라만상(森羅萬象)이 내 안에 있음이니, 천지인(天地人)하여 정기신하면 대자연(大自然)의 순리(順理)가 곧 나임을 알리라!”

노인이 수련에 앞서 가르쳐 준 심신을 단련시키는 심법구결이었다.

하지만 처음엔 무슨 말인지, 민혁의 머리론 도통 알아들을 수도 없는 말들이었다.

 

“마음이 공(空)하면 삼라만상도 없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모든 사물(事物)이 이와 같으니, 멸(滅)과 생(生)이라! 대자연에 순응하는 길은 순순히 받아드리는 것, 바로 무(無)이다.”

사실이지 민혁은 뜻도 모르면서 노인이 시키는 대로 구결만은 수련 중에도 계속 외웠다.

 

낮과 밤이 없는 암동의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는 동안 민혁은 노인의 가르침에 차츰 눈을 떴다.

그리고 구결의 심오(深奧)한 뜻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민혁은 노인으로부터 사혈과 생혈이 타통(打通)되는 기연을 얻었다. 또한 지상에서 최고 영약이라는 양령수(陽靈水)와 음령수(陰靈水)까지 복용했다. 그것뿐이 아니었다. 노인으로부터 역혈회류법(易穴回流法)이라는 절세대법(切世大法)을 받아 인세(人世)에서는 찾아볼 수도 없는 신체와 상상을 초월한 능력을 갖게 되었다. 이는 뼈를 깎는 수련의 결과이기도 했다. 어쨌거나 민혁은 100일 만에 무술영화나 판타지영화 속의 주인공처럼 대단한 능력의 소유자가 되었다. 사실은 말도 안 되는 소리 같지만 실제로 그런 능력을 갖게 되었으니, 당사자인 민혁이 더 놀랐을 뿐이었다.

 

그렇게 시간은 계속 흘러갔고 약속한 백일이 되던 날 밤이었다. 아름다운 별빛들이 고당봉으로 쏟아져 내리고 있었고, 민혁은 그 별빛아래 노인과 나란히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민혁아!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더 해야겠다. 증오심과 복수심은 버려라! 네가 할 일은 오로지 주어진 사명(使命)에 충실 하는 것이다. 어떤 일이든 만인을 위해 공평무사(公平無私)하게 행하여 처리하라! 이점 각별히 명심해야 할 것이다. 알겠느냐?”

 

노인은 아버지가 뺑소니차에 치여 비명횡사했다는 것을 알고 계셨던 모양이었다. 그때 민혁은 끔찍한 아버지 시신 앞에 치를 떨었고, 범인을 잡아 그만한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결심했었다. 사실 범인은 사건 몇 시간 만에 잡혔다가 무고로 풀려났고 뺑소니친 것도 부족해 희희낙락 살아가고 있었다. 민혁은 그런 자가 죽이고 싶도록 미웠고 언제든 힘을 키워 법도 어쩌지 못한 범인에게 복수할 것을 다짐하고 또 다짐했었다.

 

“제 속내까지 알고 계셨습니까? 할아버지 말씀대로 증오심과 복수심을 버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나는 너를 믿을 것이다.”

 

슈슈슈-슉---

노인은 믿는다는 말을 남기곤 하늘로 치솟듯 날아올랐다.

그리고 이내 연기처럼 사라졌다.

민혁은 할아버지가 사라져간 하늘을 멍하니 바라봤다.

그때 허공에서 근엄한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절대로 자신을 내보이지 말거라! 명심해야 할 것이다.”

“할아버지! 제 걱정 마시고 안녕히 가세요. 할아버지!”

 

푸드득, 푸드득,

목소리에 놀란 새들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계속

 

아이들처럼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도 제미가 있다. 

글을 잘 쓰던 못쓰던 상관없이...

 

^(^,

자연사랑은

어린이들의 미래이자 희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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