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사랑은 어린이들 미래입니다.
white tiger 1부
서장
내 이름은 강민혁, 고등학교 3학년이며 특이한 몽유병((夢遊病)을 앓고 있다. 몽유병은 잠든 사이 자신도 모르게 일어나 어떤 행위를 하는 증상을 말한다. 일종의 몽중방황(夢中彷徨)이다.
그랬던 나에게 아주 특별하고 기막힌 사건이 벌어졌다.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불가사의(不可思議)한 사건이었다. 그 기막힌 사건은 운명처럼 내게 다가왔고, 나에게 거역할 수 없는 사명을 부여했다. 작게는 백두대간을 지키는 일이요. 크게는 민족혼(民族魂)을 일깨우는 일이었다. 바로 정의구현이었다.
1장: 꿈을 쫒아서
강 민혁은 어엿한 고등학교 3학년이다.
학교생활에 충실한 모범생이었으며 선생님들이나 친구들에게도 인기가 좋은 편이다. 특히 주위 어른들에게 ‘그놈 효자네.’ 라고 칭찬을 들었고, 성실한 학생이란 소리까지 들었다. 하지만 민혁은 사람들이 싫어한다는 병에 걸려있었다. 그 병으로 부모님은 남들이 알까 쉬쉬하며 사셨고, 민혁 역시 병을 숨기기 위해 조심스럽게 살아왔다. 병은 몽유병(夢遊病)이었으며 증상은 5살 때부터 나타났다.
처음 몽유병증상이 나타난 것은 5살이 되던 생일날 밤이었다. 그날 밤 민혁은 누군가에게 이끌려 나가듯 슬그머니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그렇게 밖으로 나간 민혁은 새벽까지 싸돌아다니다가 이슬을 흠뻑 맞은 채 집에 돌아왔다. 그리곤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다시 잠을 잤다. 겨우 5살인 민혁이 그것도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 넋이 나간 듯 집을 나갔다가 돌아왔으니 부모님이 얼마나 놀라셨을지, 상상만으로도 짐작이 되었다.
어쨌거나 병에 걸린 것은 민혁의 잘못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때는 왜 그렇게 죄를 진 것처럼 민혁이 자신을 싫어했었는지 모르겠다. 12살까지는 한 달에 서너 번씩 몽유병증세가 나타났었다. 눈이 오든 비가 오든 기상이변엔 관계가 없었고 증세가 나타나면 어김없이 밖에 나갔다가 왔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13살이 되던 해부터 한 달에 서너 번씩 나타났던 증세가 한 달에 한번 씩 그것도 매월 보름날 밤에만 나타났다.
그렇게 몽유병증세가 나타난 보름날 밤이면 민혁은 바람을 쏘이러 가듯 금정산 고당봉에 올라갔다. 그렇다고 특별한 행동을 한 것은 아니었다. 그냥 풀밭에 앉아 명상에 잠긴다든지, 누워서 달과 별들을 바라보며 이런저런 상념에 빠지는 것을 즐겼었다. 그렇다보니 평일에도 금정산에 올라가 명상에 잠길 정도로 금정산을 좋아하게 되었다.
3학년 새 학기가 시작된 3월이었다.
그 기막힌 사건이 일어날 것을 예고 받듯 민혁은 비몽사몽인 악몽을 꾸었다.
그것도 금정산 정상에서 한밤중에 일어난 일이었다.
하늘엔 수많은 별들이 밀어를 속삭이듯 깜박거리고 있었다. 중천에 떠오른 만월은 밤안개에 휩싸인 금정산을 어루만지듯 은은하게 비췄다. 누가 봐도 평화로운 밤이었다. 그럼에도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도심은 자정이 넘었어도 현란하게 불야성을 이루고 있었다. 그러나 아름다운 야경 뒤엔 질서를 어지럽히는 음모와 추잡한 일들도 벌어지고 있을 것이었다.
휘이힝- 휘힝--
사라락- 사라락--
제법 쌀쌀한 바람이 금정산 정상을 휘돌아 지나갔다.
짙게 깔린 안개가 파도치듯 일렁거렸다.
일렁거리는 안개 속, 민혁은 은은한 달빛아래 앉아있었다. 언제부터 앉아있었을까, 꽤 오랫동안 바위에 앉아 있은 듯 두 눈을 질끈 감은 채 깊은 상념에 빠져있었다.
으···
그렇게 앉아 있길 대략 1시간, 악몽을 꾸듯 몇 차례 몸을 떨어댄 민혁의 입에서 가는 신음이 흘러나왔다. 사실 민혁은 비몽사몽인 꿈을 꾸고 있었던 것이다.
민혁은 폭풍우가 거세게 몰아치는 바다를 건너 세상에서 제일 위험하다는 악마(惡魔)의 산을 힘겹게 넘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온갖 동식물들이 우글거리는 죽음의 정글을 뚫고 계속 앞으로만 가야했다. 거친 바다를 건널 땐 죽음마저 두려워하지 않고 건넜고 악마의 산을 넘을 땐 이 산만 넘으면 목적지의 끝이라 생각하며 넘었다. 그리고 약육강식의 정글을 지날 땐 불굴의 의지로 버텼다. 아니 의식이 가물거릴 정도의 육체적 고통을 통해 살아있음을 실감하며 그 지긋지긋한 죽음의 정글을 통과했다.
‘제기랄, 날 시험하는 것도 좋지만 이유나 알아야?’
민혁은 허공에 떠있듯 아찔한 외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외길은 까마득한 절벽 위로 이어져 있었고, 절벽 아래는 부글부글 용암이 들끓고 있었다. 용암에선 거센 불길이 확확 뿜어졌다가 가라않곤 했다. 그럴 때마다 뿜어져 올라온 열기로 인해 몸은 타는 듯 뜨거웠고 숨이 턱에 찼다.
‘내게 손을 내밀어라! 네게 힘을 줄 것이다.’
‘으··· 어림없는 소리,’
“......”
처음엔 몰랐었다.
민혁은 왜? 이런 끔찍한 시험을 당해야하는지, 하지만 불가항력적으로 시험은 시작 되었고 아직도 진행 중이다. 이유 불문하고 처음부터 따라오던 붉은 망토의 괴인이 재차 속삭였다. 상상도 못할 힘과 능력을 과시하며 따라오던 괴인은 민혁을 여러 차례 달콤한 말로 회유를 했었다. 그러나 민혁은 그 때마다 그럴 수 없다고 단호하고도 차갑게 거절했다.
‘넌 목적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죽는다. 세상을 놀라게 할 힘을 줄 것이다. 하늘을 날고 손짓 한 번에 바위가 산산조각이 날 것이다. 죽음을 초월한 능력을 줄 것이다. 무릇 인간들이 발아래 앙복(仰伏)할 것이다. 내 손을 잡아라!’
‘으··· 싫다. 난, 내 의지를 믿는다. 도움은 필요 없다.’
민혁은 죽을힘을 다해 걸었다. 그러나 힘이 고갈된 다리로 인해 절벽 아래로 떨어질 듯 비틀거렸다. 이글거리는 용암에 떨어진다면 어떻게 될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죽음의 공포는 치를 떨게 만들었다. 하지만 민혁은 굳은 의지로 버티고 있었다.
사실이지 민혁은 이곳까지 오는 동안 참을 수 없는 끔찍한 고통을 수없이 당했다. 그 때마다 속삭여대는 괴인의 손을 덥석 잡을 뻔했었다. 그러나 민혁은 절대로 아니, 죽어도 그럴 수가 없었다. 의지를 판다면 그 순간부터 민혁이란 자신은 없다고 생각한 때문이었다.
얼마나 갔을까, 위태위태한 절벽 끝에 다다른 순간이었다. 갑자기 칠흑 같은 어둠이 시야를 가렸다. 그 순간 암흑세계에 갇혔고 등골이 오싹한 두려움이 엄습했다. 이젠 죽었구나, 죽음이란 두 글자가 머릿속을 가득 메웠다. 죽음도 불사한 민혁이었으나 그 순간만큼은 의지가 무너져 내림을 스스로 느꼈다.
이젠 더 이상 버틸 정신적 의지력도 남아있지 않았다. 죽어도 좋으니, 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그 누구의 손이라도 덥석 잡고 싶었다. 그렇게 의지는 여지없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아, 그런 때에 태양보다도 더 강렬한 빛이 암흑을 소멸시킴과 동시에 죽음이란 글자를 씻어내듯 시야를 밝혔다. 온통 빛으로 가득한 빛의 세상이 눈앞에 펼쳐진 것이었다. 밝은 빛으로 인해 민혁은 두 눈을 꽉 감았다.
으아 아 아---
빛의 세상이 펼쳐진 그 순간, 얼굴을 일그러트린 괴인이 고통의 괴성을 질러대며 어둠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이어서 치를 떨게 하는 저주의 목소리가 어둠속 멀리에서 들려왔다.
‘네놈은 오늘 일을 뼈저리게 후회하게 될 것이다.’
괴인의 끔찍한 저주에 심하게 몸서리를 친 민혁이 질끈 감았던 두 눈을 천천히 떴다. 시야를 가득 채운 밝은 빛, 그러나 밝은 빛은 이상하게도 눈이 부시지 않았다. 그때 영혼을 일깨우는 맑은 목소리가 허공에서 들려왔다.
‘네 믿음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만 돌아가라!’
‘예! 돌아가라니요.’
별안간 들려온 목소리에 놀란 민혁이 허공을 직시했다.
‘주어진 운명에 순응하라!’
근엄한 목소리가 재차 들려왔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휴- 꿈인가?”
민혁이 두 눈을 번쩍 떴다.
“벌써 날이···”
민혁은 이마와 얼굴을 적신 땀을 손등으로 쓱쓱 닦으며 일어서선 붉게 물들고 있는 동쪽 하늘을 바라봤다.
---계속
재미가 있을지
평가는 독자들에게 맡깁니다.
^(^,
자연사랑은
어린이들의 미래이자 희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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