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white tiger)

소설, white tiger 12

듬직한 남자 2011. 10. 28.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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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사랑은 어린이들 희망입니다.

 

흰여로

 

3장 : 여검사를 만나다.

 

 

벌써 팔월 중순이 훌쩍 넘었다.

무덥던 여름이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민혁은 한 달여 만에 금정산에 다시 올랐다.

밤이었지만 열대야현상으로 날씨는 무더웠다.

하늘엔 반달이 떠 있었고 별들은 더위를 먹은 듯 생기를 잃은 빛으로 깜박거렸다.

나무들도 후끈한 바람에 맥없이 팔만 흔들어댔다.

 

그동안 민혁은 집과 학교생활에 충실 하느라 암동을 찾질 못했다. 여름방학임에도 한 번씩 학교에 나갔고, 시간이 허락하면 중앙동과 서면을 배회했다. 아버지를 비명횡사하게 만든 범인을 응징할 방법을 찾기 위해서였다. 그렇다고 힘으로 범인을 응징할 수는 없었다. 능력으로 친다면 범인을 응징할 충분한 능력은 되었다. 하지만 범인이 무혐의로 풀려난 사건이라 미해결사건으로 남아있는 상태였다. 민혁은 어떻게 해서든 뺑소니 범인에게 법의 심판을 받게 하고 싶었다.

 

그렇게 범인의 근황과 목격자를 찾아 나섰지만 목격자는 1년 전 서울로 이사를 갔고, 범인은 버젓이 자신의 빌딩에서 그것도 확장된 세력으로 활동을 계속하고 있었다. 민혁으로선 범인의 근황을 살핀 것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민혁은 바위에 올라서서 건너편을 바라봤다. 대략 30미터,

달빛에 드러난 우뚝 솟은 검은 암봉이 묵직하게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보기만 해도 아찔한 거리였다.

 

“어쩌지, 저곳까지 날아갈 수는 없고, 그때 할아버지는 나를 데리고 잘도 날아갔었는데, 아직은 자신이 없다. 어쩔 수 없지, 저번처럼 암벽을 타는 수밖에...”

 

할아버지를 떠나보낸 날 민혁은 암벽을 타고 내려왔고, 다시 찾았을 때에도 암벽을 타고 올라갔었다. 그때도 힘이 들었던 것은 아니었다. 암동을 내 집처럼 사용하기 위해선 할아버지처럼 30미터든 100미터든 날아 건널 능력이 있어야 했다.

 

“제길, 할아버지처럼 건널 수 있을 때까지 암벽을 탈수밖에, 그래 할아버지가 날아 건넜으니 나도 수련만 하면...”

 

민혁은 잠시 암봉을 바라보며 의지를 다진 후 몸을 날렸다. 가파른 능선을 날듯이 내려갔다. 밤이라 장애물들이 방해를 했지만 큰 지장은 없었다. 휙휙, 바람소리가 귓가를 스쳤다. 그러고 보면 민혁의 눈이 그만큼 밝아졌고 몸놀림 또한 빨라졌다는 증거였다.

 

400미터쯤 내려가자 잡목이 우거진 계곡이었고, 거기서부터 암봉이 치솟아 있었다. 민혁은 잡풀하나 나있지 않은 가파른 암벽을 타기 시작했다. 약간씩 돌출 된 곳과 작은 틈새를 이용하여 힘들이지 않고 올라갔다. 할아버지를 만나기 전이었다면 암벽 타기는 꿈도 못 꿀 일이었다. 어쨌거나 30미터쯤 올라간 민혁의 눈에 이채가 발해졌다. 퍼뜩 내공을 이용하면 쉽게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낸 것이었다.

 

“멍청이 그 생각을 못했다니...”

 

민혁은 단전에 힘을 주어 내공을 운용했다.

한결 가벼워진 몸으로 암벽을 탔다.

5분쯤 지났을 땐, 암봉에 우뚝 서 있었다.

 

“할아버지! 아직도 꿈속 같지만 암동에 들어갑니다. 겁나고 떨립니다. 그렇지만 내 집이니 맘 놓고 들어가겠습니다.”

 

잠시 할아버지를 생각한 민혁이 성큼 암벽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곤 암벽의 손자국에 오른손을 갔다댔다.

순간이동을 하듯 민혁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휴- 이게 바로 순간 이동이란 것일 테지...”

 

암동 입구에 내려선 민혁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호수엔 잔잔히 물안개가 깔렸고 과실수의 열매는 향긋한 냄새를 풍겼다. 민혁은 조약돌이 깔린 길을 따라 천천히 걸어갔다. 감회가 새로웠다. 아직도 생경하게 느껴질 것만 같았던 암동이 의외로 오랫동안 기거했던 집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민혁은 편안한 마음으로 암동을 둘러봤고, 아치형 다리를 건너 바위섬으로 갔다.

 

민혁은 옷을 벗고 돌기둥인 바위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할아버지! 할아버지께선 모든 일을 제게 맡긴다고 하셨죠. 그런데 할아버지, 뭘 어떻게 할지, 사실은 갈피를 못 잡겠습니다. 확실한 대상이 눈앞에 있다면 머리가 깨져도 어떻게 해 보겠는데, 지금은 어떤 일을 먼저 해야 할지 막연하기만 합니다. 할아버지, 잘못인줄은 알지만 아버지를 비명횡사하게 만든 범인부터 법의 심판을 받게 해야겠습니다. 이해해 주십시오. 정말 죄송합니다.”

 

두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가 펴는 민혁의 얼굴은 약간 굳은 표정이었다.

민혁은 그동안 자신을 내보이지 않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새삼 깨달았다. 입시지옥을 겪든 놀든 한창 학창시절을 보내야 할 나이인데 암동을 다녀온 후로는 말하는 것도 조심스러웠고, 싸움판을 목격하고도 함부로 나서지 못했다. 게다가 주어진 임무에 대해 깊이 생각하려니 자유분방한 민혁에겐 고역도 그런 고역은 없었다.

 

어쨌거나 흉악범들은 물론이고 각종 범법자들이 판치는 세상이니 앞으론 나서고 싶지 않아도 숱한 사건들을 접하게 될 것이었다. 그렇지만 어떤 경우라도 자신을 철저히 숨겨야 뒤탈이 없을 것이다. 사람이 자신을 숨기고 산다는 것은 감옥에 갇혀 사는 기분일 것이었다.

 

“할아버지! 긴 세월동안 많이 외로우셨을 겁니다. 저도 할아버지처럼 외로운 싸움을 겸허(謙虛)히 받아드리겠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저는 할아버지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겠습니다.”

 

그동안 할아버지의 삶이 어떠했을지, 상상만으로도 짐작하는 민혁이었다. 아마도 그것은 철저한 자신과의 싸움이었을 것이다. 어쨌든 할아버지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하셨고 자유인이 되셨다. 이젠 민혁이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할 차례인 것이다.

 

대략 1시간쯤 흘렀을 것이다.

민혁은 바위에서 훌쩍 뛰어내려 동쪽 동굴로 향했다.

동굴로 들어간 민혁은 정갈히 몸을 씻고 부글부글 끓는 곤죽에 몸을 맡겼다. 만약 일반 사람이 곤죽에 들어갔다면 곧바로 삶은 통돼지처럼 됐을 것이다. 이것만 봐도 민혁은 이미 환골탈태(換骨奪胎)하여 육신갑(肉身鉀)을 이뤘다는 것이 증명됐다. 민혁의 피부는 육신갑을 이룬 후, 일반 사람들 피부보다 더 부드럽고 통통 튀는 탄력성이 생겼다.

 

“어- 시원하다. 정말 시원하네.”

민혁의 입에서 시원하다는 말이 절로 튀어 나왔다.

‘내공을 키워 천무법을 대성해야 한다. 그래야, 공력을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가 있다.’

“......”

 

‘천지인(天地人)하여 정기신(靜氣身)을 이루어라! 천지인하여 정기신하면 삼라만상(森羅萬象)이 내 안에 있음이니, 천지인하여 정기신하면 대자연(大自然)의 순리(順理)가 곧 나임을 알리라!’

 

민혁의 얼굴에 은은한 서광이 어렸다.

 

‘마음이 공하면 삼라만상(森羅萬象)도 사라진다. 눈에 보이는 모든 사물이 이와 같으니, 멸(滅)과 생(生)이라! 대자연에 순응하는 길은, 순순히 받아드리는 것, 바로 무(無)이다.’

 

명상에 잠긴 민혁의 얼굴은 평온하기 그지없었다.

 

1시간 30분쯤 지났다.

욕탕에서 나온 민혁은 암동을 돌기 시작했다.

서광이 어린 민혁의 나신은 어느 한곳 흠잡을 곳이 없었다. 균형이 잡힌 몸매는 아름답기까지 했다. 그리고 걸을 때마다 덜렁거리는 묵직하게 매달린 놈도 조각품처럼 보기도 좋았고 튼실했다. 어쨌든 이곳은 민혁의 집이요, 유일한 자유공간이며 수련장이 되었다. 그리고 절대적 비밀이 숨겨진 곳이었다.

 

 

암봉, 한 청년이 눈부신 햇살 아래 모습을 드러냈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른 채 수련에 전념했던 민혁은 돌아갈 시간을 훨씬 넘겨서야 밖으로 나왔다.

새벽인줄 알고 밖에 나왔을 땐, 아침 9시경이었다.

건너편 고당봉정상엔 많은 등산객들이 야호를 외치고 있었다.

 

“앞으론 각별히 조심을 해야겠다. 뒤쪽으로 다닌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 같기는 한데...”

 

민혁은 민첩하게 몸을 사린 뒤, 주위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암봉을 내려왔다. 혹시라도 등산객들 눈에 띈다면 좋을 것이 없기 때문이었다. 암봉은 그 누구도 등반한 적이 없는 위험천만한 암봉이었다. 그런 암봉에 누군가가 올라갔다면 대번에 소문이 퍼질 것이다. 특히 암벽 등반가들에겐 희소식일 것이 분명했다.

 

암봉을 조심스럽게 내려온 민혁은 계곡을 건너 오솔길로 접어들었다. 그때 몇 명 등산객들이 계곡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딴에는 조심스럽게 움직였지만 등산객들이 계곡으로 내려올 줄은 몰랐다. 그들은 위험천만한 암봉 쪽에서 건너온 민혁을 이상한 눈으로 쳐다봤다. 하지만 민혁은 나뭇가지를 꺾어 휘휘 휘두르며 흥얼흥얼 그들을 지나쳤다. 아마도 그들 눈엔 미친놈으로 보였을 것이다.

“......”

 

어쨌거나 지금처럼 낮에 활동하는 것이 제일 큰 문제였다. 특히 사람이 위기에 처한다든지 부득이 나서지 않으면 안 될 불의를 목격한다면 민혁은 서슴없이 자신을 내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성질 때문이겠지만 임무를 수행하는데 제약을 받게 될 것은 스스로 각오해야 할 것이다.

 

“이거 보통 문제가 아닌데, 앞으론 복면을 쓰고 다닐까, 그것도 한번 생각해 볼 문제야, ··· 매사에 신중하자. 신중···”

 

 

푸드득- 푸드득-

꿩- 꾸어엉 꾸엉--

별안간 오솔길 옆에서 장끼 두 마리가 날아올랐다.

 

“이런 나 때문에 놀랐구나...”

 

민혁은 휘두르던 나뭇가지를 버리곤 걸음을 빨리 했다.

 

---계속 

 

^(^

긍정적인 삶은 일상에 활력소다.

 

야생화(수염가래)

 

^(^,

자연사랑은

어린이들 미래이자 희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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