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white tiger)

소설, white tiger 13

듬직한 남자 2011. 10. 29.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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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사랑/어린이 사랑 

 

 

 

민혁이 집에 도착한 시간은 11시경이었다.

거실엔 어머니와 철구가 차를 마시고 있었다.

 

“엄마! 다녀왔습니다.”

“별일은 없었느냐?”

“예,”

“야! 일찍 오지, 어머님이 걱정하시게...”

“그렇게 됐다. 그런데 넌, 학교 안 가고 어쩐 일이냐?”

“다른 게 아니고, 사범 선생님이 만났으면 하시더라, 담임선생님도 걱정하시고 선화도 궁금해...”

“그래, 사범 선생님과는 전에 얘기 끝냈는데...”

“알지, 그래도 다시 한 번 만나봐라!”

“알았다. 그렇지 않아도 오늘은 학교에 가볼 생각이었는데, 점심 먹고 같이 가자.”

 

민혁은 상철과 대련을 벌인 다음날 사범 선생님을 만났었다. 그때 사범 선생님은 민혁의 실력을 칭찬하시곤, ‘정식으로 태권도를 배우면 어떻겠느냐? 늦긴 했지만 대학에 특기자로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 라고 말했었다. 민혁은 신경을 써 주셔서 고맙지만, 대학은 갈 생각이 없다고 분명하게 의중을 밝혔었다. 그럼에도 사범 선생님은 미련이 남았던지 민혁을 다시 부른 모양이었다.

 

 

한편 그 시각,

부산역광장은 막 열차에서 내린 피서객들과 집으로 돌아가려는 피서객들로 바글거렸다. 대부분 배낭을 짊어진 젊은 남녀들이었다. 그러나 피서를 마치고 돌아가는 대부분의 젊은이들 얼굴엔 올 때의 밝은 표정과는 대조적으로 피곤과 짜증이 배여 있었다. 젊은이들의 밝지 못한 표정에서 여행이 즐겁지 못했음을 읽을 수가 있었다.

 

여행 중에서도 열차여행이 제일 낭만적인 여행일 것이다.

하지만 요즘 젊은이들에겐 열차여행의 낭만이란 단어가 생소하게 들릴 수도 있다.

아마도 문명의 이기에 길들여진 탓일 것이다.

 

어쨌거나 열차여행은 아름다운 추억과 낭만이 있었다. 그러니까 80년대까지만 해도 젊은이들은 간이역까지 정차하는 완행열차를 타고 여행을 떠났었다. 그들은 통기타를 치며 신나게 고래사냥을 불렀고, 차창으로 보이는 산과 들, 농촌의 아름다운 풍경을 노래했었다. 그 시절 열차여행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낭만이 있었다. 그때의 야간열차여행을 했었던 사람들이라면 아름다운 추억의 한 자락씩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해마다 피서 철이면 느끼는 것이지만 이기적인 사람들의 행위에 절로 눈살이 찌푸려진다. 그런 사람들로 인해 모처럼 기분 좋게 피서를 왔다가 돌아갈 땐 좋았던 기분까지 망쳐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특히 뉴스를 볼 때마다 보여주는 해수욕장 정경은 오히려 혐오감을 불러일으킨다. 콩나물시루처럼 빽빽이 몰려든 인파와 쓰레기 투기장을 방불케 하는 널려있는 쓰레기와 오물들이 바로 그것이다. 무엇보다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은 환경의식이 결여된 피서객들의 몰상식한 작태에 있었다. 부산역광장에도 쓰레기들이 널렸다.

 

광장 옆 아리랑호텔,

엘리베이터를 타고 11층에서 내리면 스위트룸이 있다.

귀빈들만 사용하는 최고급 룸이었다.

 

으리으리하게 꾸며진 한 룸에 들어서자 범상치 않아 보이는 40대 인물이 탁자 앞에 무게를 잡고 앉아있었고, 맞은편엔 뚱뚱한 편인 40대 사나이와 날렵해 보이는 30대 사나이, 그리고 20세 정도로 보이는 청년이 앉아있었다. 40대 인물은 범상치 않아 보이는 만큼 몸에서 풍기는 기운이나 생김새부터 예사롭지가 않았다. 특히 날카로운 뱁새눈에선 일반인에게선 느낄 수 없는 예기가 뻔뜩였다.

 

“상철아! 생각은 해 봤느냐?”

“예 아저씨! 언제 떠나는 것이 좋을까, 생각 중입니다.”

 

범상치 않은 인물이 묵직하게 말하자 상철이란 젊은이가 머리를 숙이며 대답했다.

 

“네겐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그런데 마 사장!”

“예, 말씀하십시오.”

 

공손히 말을 받은 40대 사나이는 상철이 들어선 곤란한 얘기인 듯 흘끔 상철을 쳐다봤다.

 

“상철아! 너는 그만 돌아가라! 아버님께 안부 전하고...”

“그런데 아저씨! 언제 다시 나오십니까?”

“글쎄다. 당분간은 한국에 오지 못할 것이다. 무슨 일이 있으면 마 사장과 의논해라! 아버님하곤 종종 연락을 주고받을 것이니, 무슨 일이 있으면 그때 말씀을 드리마!”

“알겠습니다. 그럼 아저씨! 안녕히 가십시오. 마 사장님! 우즈키 형! 나중에 뵙겠습니다.”

 

상철이 나가자 사나이들은 머리를 맞대고 한참동안 밀담을 나눴다.

사실 사복을 입긴 했지만 상철은 대한고등학교 염 상철이었다. 염 상철이 학교에 있을 시간에 그것도 호텔에서 낮선 자들과 만났다는 것은 의문이었다. 그리고 마 사장이란 자는 민혁의 아버지를 치고 뺑소니를 쳤던 바로 불량사업가에 조폭 두목이었다.

“......”

 

 

그 시각,

대한고등학교 교정이 한눈에 들어 왔다.

 

맴맴--맴맴--

땡볕이 내리쬐는 교정, 체육관 옆 사철나무에서 매미가 요란하게 울어댔다.

그때 민혁과 철구가 체육관에서 나왔다.

민혁의 얼굴은 담담했으나 철구의 얼굴엔 아쉬움이 남았다.

 

“민혁아! 조건이 좋던데...”

“야! 내가 누구냐? 대학을 갈 생각이었다면 부산대가 문제냐? 서울대에 가지, 그러니 대학 얘기는 그만 하자.”

“새끼, 난 정말 이해가 안 간다.”

“철구야! 미안하다. 시간이 지나면 네게는 얘길 해 줄게,”

“알았다. 임마! 무슨 말 못할 고충이 있겠지...”

“자식, 내 맘 알아주는 놈은 너뿐이다. 가자!”

 

민혁은 철구의 어깨를 툭 치곤 앞섰다.

 

“담임선생님도 만나 봐야지?”

“나중에 교무실로 찾아가 뵈어야지,”

“민혁아! 나하고 얘기 좀 해···”

 

민혁과 철구가 계단을 막 올라 섰을 때였다.

난간에 기대어 서 있던 선화가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말을 걸었다.

 

“선화야! 무슨 일인데...?”

“응, 궁금한 게 있어서...”

 

선화는 말끝을 흐리며 계단을 내려갔다.

 

“철구야! 먼저 가라!”

“자식! 좋겠다. 천천히 와도 된다.”

 

철구는 선화를 쫓아가는 민혁에게 웃어 보였다.

 

선화는 민혁에 대해 확인할 것이 있었지만 말할 기회를 번번이 놓치고 말았다.

오늘도 잊혀 지지 않는 백의청년을 생각하며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그때 체육관에서 나오는 민혁을 보고 이때다 하고 나섰던 것이다.

 

민혁은 선화가 뭘 궁금해 하는지 짐작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사실 그대로 대답해 줄 수는 없는 일이었다. 선의의 거짓말이지만 부득이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는 입장인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론 미안한 마음이 앞섰다. 선화를 볼 때마다 오들오들 떨던 나신이 눈앞에 어른거렸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난생처음으로 새겨보고 싶었던 선화라 더했다.

 

선화는 건물 옆 긴 나무의자에 걸터앉아 민혁이 앉기를 기다렸다. 잠시 망설이던 민혁이 엉거주춤 선화 옆에 앉았다. 차마 선화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 볼 수는 없었던 것이다. 선화 역시 민혁의 얼굴을 제대로 쳐다보질 못했다. 막상 궁금증을 물어 보려니, 자신도 모르게 얼굴부터 붉힌 선화였다.

 

“선화야! 나한테 궁금한 것이 많은 모양이다. 오늘은 맘 놓고 궁금한 것 다 물어봐라! 내가 알고 있는 것이면 뭐든지 다 말해 줄게...”

“알았어, 그게... 그게...”

 

선화는 고개를 숙인 채 말끝을 흐렸다. 막상 지난 사건 얘기를 꺼내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었다. 사건 얘기를 꺼낸다면 경찰에 숨겼던 부끄러운 얘기부터 꺼내야하고 백의청년이 자신을 구했다는 얘기도 해야 했다. 그래야만 백의청년이 누굴 닮았다는 얘기와 궁금증을 물어 볼 수가 있을 것이었다.

 

어쨌거나 100일 만에 몰라보게 변해서 돌아온 민혁이 그것도 사건 당일 돌아왔다는 사실이 선화로선 의문일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도 민혁은 백의청년과 얼굴만 닮은 것이 아니었다. 키와 몸매까지 흡사했기 때문에 의혹은 더했다. 만약 민혁이 백의를 입고 있었다면, 민혁이 백의청년이라고 확신했을 것이다.

 

“선화야! 말하기 곤란할 땐 말할 준비가 됐을 때, 그때 말하는 거야, 우린 친구니까, 언제든 말할 기회는 많잖아, 그리고 말이다. 내가 대학을 포기한 것에 대해 궁금하다면 그건 지금이라도 말해줄 수가 있는데···”

“아니··· 그래, 왜 대학을 포기했는데...?”

 

민혁이 대학 얘기로 분위기를 바꾸자 선화는 끝내 묻고 싶은 얘기는 묻지를 못했다.

 

‘선화야, 미안하다. 그때 그 청년이 나라고 밝히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단다. 아니 영원히 밝히지 못할 거야...’

민혁은 선화의 흔들리는 눈동자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선화야! 너도 알겠지만 어머니가 많이 편찮으시다. 지금으로선 내가 어머니를 돌봐드려야 해, 대학은 차후에 가도 되고, 정말이지 선화야, 신경 써줘서 고맙다. 이래서 친구가 좋다고 하는 거겠지, 그렇지 선화야!”

“너 없을 때 철구를 따라 집에 찾아갔어야 하는 건데...”

“앞으로 놀러 오면 되지,”

“정말 그래도 되니...”

“야, 친구 집에 놀러 오는데 별걸 다 걱정이다. 그런데 넌, 어느 대학 갈거니? 훌륭한 선생님이 꿈이라고 했으니 교대...”

“글쎄, 아직 결정은 못했어,”

“넌 서울법대도 수석으로 합격 할 걸...”

“얘는, 요즘 공부에 신경을 못 썼어,”

 

선화는 다소 진정이 된 듯 하얀 이를 내보이며 미소를 지었다.

정말로 아름다운 미소였다.

민혁은 선화의 박꽃 같은 미소에 아찔한 현기증을 느끼곤 얼른 고개를 돌렸다.

의지완 상관없이 선화의 아름다운 미소를 탐할 것 같아서였다.

 

---계속

 

^(^,

열심히 산다는 것은

날마다 행복을 심는 것이다.

 

^(^,

자연사랑은

어린이들 미래이자 희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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