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white tiger)

소설, white tiger 14

듬직한 남자 2011. 10. 31.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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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사랑은 어린이들 미래입니다. 

 

 

 

밤 8시경,

민혁은 중앙동 빌딩거리에 와 있었다.

 

중앙동에서 제일 번화한 빌딩거리의 야경은 미관상 보기에는 좋았다.

그러나 차도를 꽉 메운 차량들의 소음은 귀가 아팠고 매연과 오염된 공기로 인해 목이 따가웠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인파들로 부적일 시간인데도 인도는 한산했다.

 

언제나 겪는 일이지만 출퇴근 시간을 전후해 벌어지는 인파들의 몸싸움은 스트레스를 주고받는 전쟁과 같았다. 그런데 오늘은 예외였다. 열대야현상으로 밤낮 없이 무덥다 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퇴근하자마자 바닷가나 공원으로 피서를 갔기 때문이었다.

 

17층 건물인 대일빌딩이 한 눈에 들어왔다.

대일빌딩 입구에서 10미터쯤 떨어진 가로등 옆에 민혁은 장승처럼 서 있었다.

하나 둘 지나가는 행인들에겐 관심도 없는지 민혁은 대일빌딩만 쳐다봤다.

 

그동안 민혁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아버지를 비명횡사하게 만든 범인의 이름은 재일교포 마도식이었다. 나이는 45세로서 대일빌딩 건물주였고 대일상사라는 무역회사 대표이기도 했다. 어쨌거나 수십 명의 조폭들을 거느리고 있다는 사실만 봐도 법에 저촉되는 사업가가 맞을 것이었다.

 

‘아니, 저 놈들은 2년 전에 날 때렸던 놈들인데...’

 

민혁은 2년 전, 범인인 마도식을 만나러 왔다가 흠씬 두들겨 맞고 돌아갔던 때를 떠올렸다.

그때는 너무 억울해서 펑펑 울기까지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눈에 불을 켜는 것으로 울화를 달랬다.

 

‘오늘은 사무실 위치나 알아보자.’

 

빌딩에서 나온 청년들은 세 명이었다.

그들은 주위를 한차례 둘러보곤 주차장에서 미끄러지듯 다가온 승용차에 몸을 실었다.

승용차는 어디론가 떠났고, 민혁은 쫓아갈까 잠시 망설이다가 빌딩으로 걸어갔다.

 

“이봐! 젊은이!”

“아저씨! 보험회사가 몇 층에...”

 

민혁이 성큼성큼 걸어서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몸집이 좋은 경비가 제지를 했다.

 

“교보는 8층에 있네. 오늘은 늦었으니 내일 다시 오게...”

“알겠습니다.”

 

민혁은 머리를 숙여 보이곤 안내판 앞으로 다가갔다.

보험회사를 찾는다는 엉뚱한 대답을 하긴 했지만 실상은 건물구조를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민혁의 눈은 좌우로 빠르게 움직였다.

 

‘17층이라, 언제든 한번은 방문을 해야겠지...’

 

안내판을 살피는 민혁의 눈에서 날카로운 빛이 일렁였다는 것을 정작 민혁 자신은 알지 못했다.

그때 업무를 늦게 마친 사람들이 엘리베이터에서 우르르 몰려나왔다.

민혁은 태연히 사람들 쪽으로 걸어가며 혹시 마도식이 있나 살폈다.

 

‘놈이 있을 턱이 없지...?’

 

민혁은 마도식이 수하들을 대동하지 않고 움직일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죄를 짓거나 떳떳치 못한 자들은 항시 몸을 사린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아저씨! 수고하세요.”

 

민혁은 경비와 눈도장이라도 찍어 놓는 것이 좋겠단 생각에서 웃어 보였다.

경비는 훤칠한 젊은이의 인사가 싫지는 않았지만 거만스럽게 손만 들어 보였다.

 

 

바로 그 시각이었다.

빌딩 17층 한 회의실에선 한창 밀담이 진행 중이었다.

20평 남짓한 회의실, 세 사나이가 한 사나이의 지시를 받고 있었다. 지시를 내리는 사나이는 뚱뚱해 보이는 40대였고 세 사나이는 30대로 보였다. 그러고 보니 이들 중 40대는 아리랑호텔에서 염상철과 함께 있던 바로 마도식 사장이었다. 그리고 상철이 우즈끼 형이라 불렀던 일본인도 함께 있었다. 분위기로 봐선 중요한 밀담을 나눈 것 같았다.

 

“우즈키!”

“예 사장님!”

“상철이 집엔 언제 갈 건가?”

“내일 오후에 들릴 생각입니다.”

“염 검사를 만나긴 해야겠는데...”

“무슨 전할 말이라도...”

“아닐세, 전화로 얘길 하지...”

“......”

 

카네모토(金本)우즈키(四月), 33세다. 마 도식 사장의 오른팔로 어려운 일을 대신해 처리하는 행동대장이다. 일본의 가토무사시가 파견한 닌자로서 머리회전이 빠르고 무술에도 일가견이 있는 자였다. 상철에게 기본적인 닌자술을 이미 가르친 자이기도 했다.

 

“이번 일은 한 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명심하겠습니다.”

“모두 물러가라!”

“그럼 물러가겠습니다.”

우즈키와 두 사나이가 허리를 깊숙이 숙여보이곤 사무실을 나가고, 마도식은 회심의 미소를 지은 채 담배를 꼬나물었다.

“......”

 

 

한편,

검찰청 청사가 가로등 불빛에 드러났다.

그때 한 대의 검정승용차가 소음을 일으키며 청사를 빠져나갔다.

보초를 서던 위병의 우렁찬 목소리를 보면 아마도 업무를 늦게 마친 부장검사쯤 퇴근을 한 모양이었다.

이내 소음이 사라지자 주위는 조용했다.

 

늦은 시간임에도 환하게 불이 밝혀진 한 사무실, 사무실엔 20대 여인이 책상 앞에 앉아 서류를 보고 있었고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두 사나이가 창밖을 내다보며 속삭이듯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여인이 앉은 책상엔 검사 정영란이란 명패가 삐딱하게 놓여있다.

 

정영란은 부산검찰청 강력계 검사다.

24세에 검사가 되었고 검사보를 거쳐 두 달 전에 강력계 검사로 발령을 받았다.

아직 신참이지만 사명감과 의욕만큼은 남달랐다. 특히 강력범이라면 이를 갈았다.

 

그동안 일이 잘 풀리지 않았던지 서류를 살펴보던 정영란 얼굴에 그늘이 어렸다. 강력계 검사로 발령 받은 지 두 달 만에 첫 사건을 맡았다. 그 사건이 한 중소건설업체 사장이 끔찍하게 살해당한 살인사건이었다. 벌써 한 달 째 이렇다 할 단서하나 찾지를 못하고 있었다.

“......”

 

“김 수사관은 아직도 연락이 안 되나요.”

“핸드폰도 연락이 안 됩니다.”

마른 체형의 사나이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돌아섰다.

 

“잠복근무를 하다보면 폰을 꺼놓을 때가 많지요. 답답하셔도 기다리십시오. 엄청 모기들이 물어 쌀 텐데...”

유도를 한 듯 몸집 좋은 사나이가 돌아보지도 않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보통 키에 마른 체형의 사나이는 권 철권 수사관이었고, 몸집이 좋은 수사관은 이 정수 수사관이었다. 권 철권 수사관은 이름대로 앞뒤가 없는 기관차라 불렸는데 수사할 때도 앞뒤 가리지 않고 밀어붙였다. 그 바람에 몇 번 목숨까지 잃을 뻔했었다. 그와 반대로 이 정수 수사관은 위험한 상황에선 몸을 사리는 인물이었다. 그 일로 동료수사관들에게 덩치 값도 못한다는 말을 듣기도 했지만 가정엔 충실한 편이었다.

 

“잠복한 곳이 민락동이라고 했나요?”

“예 검사님!”

“좋아요. 우리가 교대하죠. 이 수사관은 그만 퇴근하세요.”

“나만 퇴근을 하라고요? 그럴 순 없지요.”

“선배님! 그렇게 하십시오. 쌍둥이가 보고 싶지도 않습니까? 그러니 선배님은 그만 들어가시죠.”

“쌍둥이라니요?”

정영란이 금시초문이었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정영란은 이 수사관이 쌍둥이 아빠라는 사실을 오늘에서야 알았다. 이정수는 나이 30이 넘어서 장가를 들었고 3년 만에 쌍둥이 딸을 얻었다. 현재 초등학교 4학년인 쌍둥이가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러울지 짐작이 되었다. 눈에 넣고 다녀도 아프지 않을 것이었다. 그렇지만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쌍둥이 딸에게 사랑표현도 제대로 못했을 것이었다.

 

“늦게 복이 터졌지요. 난 아들만 하난데 말썽꾸러기죠.”

권 수사관은 개구쟁이 아들이 불현듯 보고 싶어졌다.

 

권 수사관도 31세에 결혼했으니 빠른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봄에 결혼해 허니문베이비인 금쪽같은 아들을 얻었다. 그 날이 바로 12월 24일 밤인 크리스마스이브라 아내는 축복 받은 아들을 낳은 것이었다. 그런데도 권철권은 살인사건 용의자를 쫓느라 3일 뒤에나 아들을 볼 수가 있었다. 그 날 이후 권철권은 아내와 아들에게 항시 미안한 마음을 갖게 되었고, 지금도 집에 못 들어 간지 3일째였다. 그랬으니 권 수사관의 마음이 어떠할지는 짐작이 되고도 남음이 있었다.

“......”

 

‘이러다간 범인도 잡기 전에 모두 병나겠어...’

영란은 수사관들의 과중한 업무가 자신 탓인 양 마음이 편치 않았다.

해결책은 인력 보강이지만 지금으로선 해결책이 없었다.

“......”

 

“언제 가족동반 저녁이라도 먹어야겠어요. 쌍둥이랑 개구쟁이도 볼 겸, 일단 나가죠.”

정영란은 피곤을 감추듯 두 사람에게 웃어 보이곤 문을 나섰다.

 

---계속

 

 

^(^,

긍정적인 생각이 하루를 즐겁게 만듭니다.

 

^(^,

자연사랑은

어린이들 미래이자 희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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