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1, 개요
2, 행복한가
3, 영혼의 흠식
4, 행복한 이야기
5, 마무리
내 영혼의 음식
인간은 식물처럼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 수 없다. 다른 생명체를 섭취해야만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말하는 '먹고살기 위해 일을 한다.' '먹는 것이 남는 것이다.' '금강산도 식후경'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좋다.' 이런 먹는 것과 관련된 말들이 속담처럼 일상화된 이유는 먹는 것이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우린 음식에 대한 추억도 소중히 여긴다. 나만의 향수가 담긴 음식을 먹을 때면 함께 했던 그 사람이 늘 옆에 있는 것처럼 마음까지 배가 부르다.
음식에 대한 정서는 우리 삶에 큰 부분을 차지한다. 예전에 있었던 일이다. 사무실 아래층에 자주 가는 한식뷔페가 있었다. 마침 그날이 동짓날이어서 하얀 새알이 든 팥죽이 나왔다. 한 동료는 팥죽을 담아주는 아주머니에게 한마디 했다.
"와, 오늘 팥죽을 먹게 되다니 꼭 친정에 온 거 같아요."
아주머니는 친정엄마의 미소를 지어주며 "많이 먹어요." 했다.
친정 엄마와의 팥죽에 대한 추억이 있는 사람들은 엄마를 떠올리며 더 맛있게 먹었을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가족과 둘러앉아 하얀 찹쌀 반죽으로 동글동글 새알 빚던 기억, 차가운 십이월의 기나긴 밤에 따뜻한 아랫목에 앉아 시원한 동치미를 곁들여 언니와 함께 팥죽을 먹었던 기억에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나는 가끔 친정 엄마가 어렸을 적 만들어준 음식들이 간절해진다. 음식이 돌아가신 엄마를 불러내기도 하고 엄마 생각이 음식을 떠올리게도 한다. 씁쓰름하고 잘 익은 고들빼기김치, 시원하고 깔끔한 열무김치, 갓 짜은 참기름으로 무친 시금치나물, 아궁이 숯불에 구운 김. 봄이 되면 어김없이 쑥을 뜯어다 둥글납작한 쑥떡을 함께 만들어 먹었다. 향긋한 쑥 향과 콩가루의 환상적인 조화는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장독대에 가서 가끔 고추장을 찍어 먹기도 했다. 설날에는 유과를 만들어 먹었다. 그 음식들이 완성되기 까지는 복잡하고 번거로운 여러 과정을 거쳐야 했다. 거기에 느린 시간까지 보태져야 하는 것들도 많았다. 요즘의 냉동식품이나 패스트푸드와는 비교도 할 수 없으리라.
나는 홍시를 보면 자식들을 키우기 위해 홍시를 내다 판 어머니 생각이 난다. 그리고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면 아마도 들깨 칼국수를 보며 아버지 생각을 할 것 같다. 아버지와 자주 가는 칼국숫집이 있다. 우리는 들깨 칼국수와 바지락칼국수를 하나씩 시켜서 나누어 먹고 늘 커피를 마시러 간다. 정해진 코스처럼 되어간다. 그 시간들을 쌓아 칼국수와 아버지를 잊히지 않는 무엇으로 만들고 있는 것만 같다.
사람들은 집밥을 그리워한다. 그 맛이 그리워 사 먹거나 만들어 먹는데 그런 맛이 안 난다. 어떤 이민자들은 자장면을 먹기 위해 향수에 젖어 그 먼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기꺼이 달려간다고 한다. 이런 얘기를 하다 보니 문득 걱정 하나가 올라온다. 나는 나의 아들에게 어떤 집밥, 어떤 음식을 해 준 기억으로 그의 영혼을 채워줄 수 있을까? 내가 해 준 음식보다 인스턴트 배달 음식을 더 좋아하는 아들. 피자, 치킨, 햄버거를 배달시켜 주는 것으로 엄마의 정성과 사랑을 느낄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 지금은 군에 가 있으니 해주기가 어렵다. 아들이 휴가 나오면 물어봐야겠다. 엄마가 해 준 음식 중 뭐가 제일 맛있었고 기억에 남는 음식이 뭐냐고. (만약 없다고 하면 어쩌지?)
***
가족 사랑은 그 무엇과 비견할 수 없다.
^(^,
열심히 사는 당신을 응원합니다.
긍정의 삶으로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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